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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고양으로 올라온 공룡군단, 신선한 '우리 동네 야구단'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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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고양으로 올라온 공룡군단, 신선한 '우리 동네 야구단' 실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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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2군' 고양 다이노스, 주말 홈경기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로…외면받던 퓨처스리그의 새 발견

[300자 Tip!] 이천, 화성, 수원, 함평, 강화, 서천, 벽제, 경산, 문경, 상동 그리고 고양. 바로 2015 타이어뱅크 퓨처스리그에 출전하는 12개 구단의 구장이 있는 지역이다. 몇몇 지역은 듣기에 다소 생소한 곳도 있다. 대부분 퓨처스리그 구장들은 이처럼 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또 퓨처스리그 구장들의 대부분은 각 구단의 훈련시설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통편도 불편하다. 그러다보니 퓨처스리그의 모든 경기에서 관중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언론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다. 하지만 NC 다이노스가 의미있는 실험을 시작했다. 단순히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들과 함께 하는, 보여줄 수 있는 퓨처스리그 경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NC 다이노스가 2군팀인 C팀과 D팀을 모두 고양으로 옮기면서 고양 다이노스가 탄생했다. 앞으로 고양 다이노스는 주말 홈경기를 고양 야구팬들 함께 하는 축제 한마당으로 꾸민다. 사진은 지난 9일 고양 구장에서 열린 고양과 한화의 경기.

[고양=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가 한창이다. KBO리그 경기를 보면서 무명의 선수가 깜짝 활약을 하면 '벼락스타'로 칭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선수는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곧바로 주전이 돼 신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KBO리그는 대부분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올라온다.

최근 신인상 수상자를 보더라도 2008년 최형우(삼성)부터 지난해 박민우(NC)까지 프로 데뷔 시즌이 아닌 최소 2년 이상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KBO리그로 올라온 선수들이다. 최형우나 양의지(두산), 서건창(넥센) 등이 신인상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중고 신인'이라는 표현이 나왔지만 이제 이 역시 의미없는 단어가 됐다.

그렇다면 퓨처스리그도 새롭게 조명해야 하지 않을까. 미래의 KBO리그 신인 선수들이 성장하는 무대인 퓨처스리그 대한 관심을 갖고 어떻게 성장했고, 또 발전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프로야구 스토리는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러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구장들은 모두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 그나마 케이티의 수원 성균관대 구장이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여기에 NC가 동참했다. C팀으로 불리는 2군과 D팀으로 일컬어지는 잔류군 선수들이 모두 포항에서 고양으로 이전해왔다. 이 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독립야구팀 고양 원더스가 훈련하고 경기를 치렀던 곳이다. 고양 원더스가 해체된 뒤 NC 다이노스가 고양시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주인이 됐다.

▲ 고양 다이노스가 주말 홈경기부터 팬들과 함께 하는 경기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선수들도 즐거운 긴장감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9일 고양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홈에 들어온 오정복(오른쪽)과 윤평호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외로운 싸움에서 팬들과 호흡하는 퓨처스리그 경기로

NC 다이노스의 C팀과 D팀이 고양으로 일제히 옮겨오면서 NC 구단도 퓨처스리그 팀에 대한 운영을 달리 하기로 결정했다. 창원에 있는 1군팀을 관리하는 운영본부 외에 고양본부를 따로 두기로 한 것.

두산 2군 감독 출신으로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이끌고 LG 지휘봉을 잡았던 박종훈 전 감독이 고양본부장을 맡았다. 여기에 육성팀과 마케팅까지 모두 관리하는 사업팀을 뒀다. 미국의 마이너리그 팀처럼 메이저리그 팀과 완전히 독립된 형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이와 함께 NC는 퓨처스팀에 대한 정의를 달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퓨처스리그가 선수 육성과 발굴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고양 다이노스는 선수 육성, 발굴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보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의 개념을 더하기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는 경기', 즉 하나의 관람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고양시민에게 사랑받는 '우리 동네 야구단'을 지향하기로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의 선수들의 생활을 보면 극과 극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MLB 선수들은 적지 않은 수입이 보장된, 성공한 이들이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바로 MLB로 올라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 고행을 하게 된다. 마이너리그 선수치고 '눈물 젖은 햄버거'를 안먹어본 이들이 없다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래도 마이너리그 경기에는 해당 지역 야구팬들이 몰려온다. 경기장 좌석 규모가 MLB처럼 몇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1만, 2만 정도의 관중들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룬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고행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고 해도 관중 앞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언제나 야구가 신나고 흥미진진하다.

▲ 고양 다이노스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관중과 함께 하는 경기가 되면서 앞으로는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 보여주는 경기까지 해야 하는 선수들, 가벼운 긴장감을 즐긴다

반대로 한국의 프로야구는 같은 고행이라도 철저하게 외면당하기 때문에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고양 다이노스가 바로 그 흥까지 더하게 됐다.

구단이 관중몰이에 나서자 선수들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유가 생겼다. 그동안 퓨처스리그가 '그들만의 리그'로 외로운 싸움만을 했다면 이제는 관중들과 '함께 하는 리그'가 됐다. 보여줘야 하는 경기가 됐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열심히 뛰어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즐거운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신인으로 들어온 이정호(23)는 "처음에는 포항에서 2군 생활을 할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고양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집이 경기도 구리여서 가까워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관중들이 모여있는 경기장에서 뛰고 싶은 마음 뿐이다. 빨리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워서 세자리 등번호를 떼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하는 박으뜸(25)도 "처음으로 수도권에 와서 좋다. 야구에만 집중하기에는 포항이 좋은 점도 있지만 고양은 아무래도 수도권이다보니 생활에 한결 여유가 있다"며 "오피스텔을 얻어 생활하느라 주거비용 등이 포항 때보다 더 들긴 하지만 훈련 여건도 훨씬 좋아졌다. 아직 부상 때문에 D팀이 머물러 있는데 빨리 회복돼 C팀으로 올라가고 다시 N팀(1군)으로도 올라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차화준도 "관중들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올 수 있도록 구단이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도 눈에 띈다. 아무래도 고양을 연고로 해 자리를 잡으려면 고양 시민들의 관심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팬들이 우리 경기를 보러온다는 생각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뿐이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 고양 다이노스 강민국(오른쪽)이 9일 고양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슬라이딩 세이프되고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가 관중들과 함께 하면 허슬 플레이도 더욱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선수들의 동기 부여에 긍정적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

아무래도 관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 보통 퓨처스리그 경기는 관중이 없기 때문에 적막감 속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관중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응원 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해야 한다.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수들이 긴장하는 모습에 코칭스태프도 한껏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보통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감독 등 코칭스태프나 스카우트의 눈만 의식했지만 이제 팬들의 눈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코칭스태프는 이로 인해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문연(54) 고양 다이노스 감독은 "그동안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소도시에서만 퓨처스리그 경기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사실 퓨처스리그 경기가 소도시에서 열렸던 것은 구단 트레이닝 시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며 "고양처럼 큰 도시에 오면 선수들의 마음이 해이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팬들이 보러온다면 그럴 걱정이 없다. 팬들의 눈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퓨처스리그 경기도 야구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맞다.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힘들게 생활한다고 하지만 결국 관중이 보러오는 경기를 하지 않느냐"며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관중들이 몰려온다면 수준이 향상되고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주말 홈경기마다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몰려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경기까지 사랑하는 미국 야구팬들의 관람 문화가 미국 야구의 힘이듯이 퓨처스리그 경기까지 보러오는 팬들의 관심은 분명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 분명하다. 이미 팬들의 주목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고양 다이노스 선수들의 눈빛과 마음가짐에서 그것을 알 수가 있다.

▲ 한문연 고양 다이노스 감독은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고양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에 대해 동기 부여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취재후기] 고양 다이노스는 주말 홈경기에 야구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경기 1시간 전에는 피칭존과 티볼존 이벤트를 만들고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는 고양 다이노스 선수들에게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은 '승리의 하이파이브'와 선수들을 소개하는 '일일 아나운서' 등 참여형 이벤트도 기획했다. 고양 다이노스는 향후 주말 홈경기에서 계속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주말 홈경기에 한해 성인 기준 입장료 3000원도 받기로 했다. KBO리그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무료 개방됐던 퓨처스리그 경기여서 선수들도 관중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기를 해야만 한다. 관중 수용 규모가 크진 않지만 고양 다이노스의 경기가 벌어질 고양구장에 많은 팬들이 몰려온다면 퓨처스리그도 분명 새롭게 정의될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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