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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일 기다렸는데' 수훈선수와 바꾼 심수창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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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일 기다렸는데' 수훈선수와 바꾼 심수창 선발승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1 0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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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전 5이닝 비자책 호투로 승리투수 눈앞…9회 5실점으로 승리 날아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 시즌에 20승 가까이 하는 투수들도 있다. 그러나 1년에 1승 거두기도 버거운 선수들도 있다. 그런데 실력이 있으면서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다면 어떨까. 이쯤 되면 승리투수가 되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그날의 운도 무시하지 못한다.

심수창(34·롯데)은 이런 점에서 볼 때 참 불운한 투수다. 한때 촉망받던 선발투수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풀리지 않는다. 1승 거두기가 너무나 어렵다.

심수창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012년 5월 6일 KIA와 경기 이후 1069일만에 선발 마운드에 선 심수창은 한화 타선을 맞아 5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1개만을 내주고 삼진 7개를 잡아내는 위력을 선보이며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팀 타선도 적절하게 터져주면서 8-2까지 앞서나갔다. 심수창이 최근 승리투수가 됐던 것은 지난 2011년 8월 27일 롯데와 경기였다. 심수창으로서는 1322일만의 선발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 롯데 심수창이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2015 KBO리그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5이닝을 던진 뒤 나머지 4이닝을 지켜보는 심수창은 마음이 설렜을 것이 분명하다. 온갖 시련과 힘들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것이다.

2000년 2차 11라운드 8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던 심수창은 한양대를 졸업한 뒤 2004년 2억1000만원의 입단 계약금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주로 중간 계투로 활약하던 그는 2006년 선발로 돌아서 10승 9패, 4.3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LG의 선발 주축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그가 올린 승수는 15승에 불과했다. 2007년 중간 계투로 돌아선 탓도 있었지만 2008년과 2009년에 다시 선발로 맡은 뒤에도 승수 쌓기가 어려워졌다.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에서 마지막 승리를 따낸 뒤 기나긴 연패의 늪에 빠져들었고 역대 개인 최다 17연패의 수모까지 당했다. 2011년 8월에는 박병호와 함께 넥센으로 건너갔다. 넥센에 간 뒤에도 연패가 계속 이어져 18연패까지 늘어났다.

심수창은 지난 2011년 8월 9일 롯데와 경기에서 송승준과 맞붙어 787일만에 승리를 따냈다. 이제 승리를 따냈으니 다시 그에게 행운이 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2011년 8월 27일 롯데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뒤 다시 기나긴 무승의 터널에 빠져들었다. 2011년 9월 8일 목동 한화전 이후 9연패에 빠졌다.

드디어 1322일만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려던 무렵 그의 눈앞에 믿겨지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다. 8회초 한화가 1점을 따냈을 때만 하더라도 5점의 여유가 있어 9회초에서 경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잘 던지던 이명우가 9회초 첫 타자 송광민에게 투수 앞 안타를 허용한 뒤 햄스트링 쪽 불편을 호소하며 강판됐다. 5점차 리드였기 때문에 불펜에는 준비가 된 투수가 없었다.

서둘러 나온 이정민도 완전히 몸이 풀리지 않으면서 주현상과 강경학, 김경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2점을 내주며 8-5까지 쫓겼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고 급기야 이용규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8-6이 됐다.

▲ 롯데 심수창이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 2015 KBO리그 홈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단 1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채 연속 피안타 5개로 3실점한 롯데는 서둘러 마무리 김성배를 내보내 불을 끄고자 했다. 다행히 최진행을 외야 플라이로 잡아낸 김성배는 김태균을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를 2개로 늘렸다.

김태균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 김경언이 들어와 8-7이 됐지만 한 타자만 막으면 경기가 끝나고 심수창도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타자를 넘지 못했다. 박성배의 초구가 송주호에게 공략당하면서 우전 적시타가 된 것. 우익수 손아섭이 힘껏 홈으로 송구해봤지만 2루 주자 이용규의 손이 더 빨랐다. 심수창의 1322일만의 선발승이 그대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연장 11회말 장성우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한화에 극적인 10-9 승리를 따냈지만 정작 심수창은 환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됐기에 수훈 선수로 뽑히긴 했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리쿼터로 변신한 그가 롯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할만큼 기량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종운 감독도 심수창에게 더 기회를 줄 계획이다. 심수창의 승리는 그리 머지 않은 것 같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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