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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 방의 가치', 이래서 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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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 방의 가치', 이래서 노장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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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병규, 두산 상대 역전 결승 3점포…삼성 이승엽도 KIA전 솔로포 가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어느 종목이나 '노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체력은 떨어지고 이와 함께 기량도 예전만 못하지만 경험이라는 큰 무기가 있다. 이 경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시켜준다. 노장이 큰 경기에서 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했던 것도 너무 어린 선수들만 중용해 정작 필요했던 노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박지성(34), 이영표(38) 등이 모두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20대 중반 선수들이 중심이 되면서 큰 경기에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축구 뿐 아니라 야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축구보다 비교적 선수 생명이 긴 야구는 노장이 해결사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호준(39·NC)도 소속팀에서 아직까지 맹활약하고 있고 최희섭(36·KIA)도 올 시즌 회춘모드를 발동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10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는 두 노장이 빛을 발했다. '적토마' 이병규(41·LG)와 '라이언 킹' 이승엽(39·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팀이 필요할 때 한 방 터뜨려줌으로써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 LG 이병규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2015 KBO리그 홈경기 8회말 역전 3점 홈런을 친 뒤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즈 제공]

◆ 세월 흐름에 밀리는 적토마, 아직 힘은 남아있다

2013년 0.348의 타율을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던 이병규(9번)이지만 그 역시 세월의 흐름에 밀리고 있다.

2013시즌이 끝난 뒤 3년에 25억5000만원에 재계약했지만 종아리 부상 때문에 62경기에만 나와 타율 0.251에 그쳤다. LG가 40대 이병규에게 너무 큰 계약을 안겨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도 당연했다.

올 시즌 역시 이병규의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삼성과 경기에서는 3-3 동점에서 1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기용됐음에도 10구까지 가는 대접전에서 2루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외야 플라이 하나라도 나왔다면 연장까지 가지 않고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병규는 지난 1일 롯데와 경기에서 5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후 주로 대타 요원으로 출전하고 있다. 대타라면 더욱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10일 두산과 경기에서는 제대로 한 건 해냈다. 팀이 2-3으로 뒤진 8회말 이병규(7번)와 이진영이 볼넷을 얻어 무사 1, 2루 기회를 맞이한 상황에서 대타로 나섰다. 두산의 바뀐 투수 윤명준의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105m짜리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병규의 3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한 LG는 유강남의 2루타로 한 점을 더해 잠실 라이벌과 시즌 첫 맞대결을 기분좋은 역전승으로 이끌어냈다. 이날 두산이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내보낸 경기였고 마무리 윤명준을 상대로 두들겼다는 점에서 더욱 승리가 뜻깊다.

이병규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어려웠던 팀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 타이밍이 늦었지만 정타로 맞아 홈런이 됐다"며 "이번 기회에 팀 타선이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상문 감독도 "어려운 경기였는데 이병규의 홈런으로 쉽게 풀렸다. 어려울 때 선배들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삼성 이승엽이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와 2015 KBO리그 홈경기 4회말 솔로 홈런을 친 뒤 김재걸 주루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열흘만의 시즌 2호포, 따뜻해지면서 살아나는 이승엽

이승엽은 지난달 31일 케이티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친 이후 아치를 그리지 못했다. LG와 롯데 6연전을 치르면서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지 못했다. 지난 1일 케이티전에서 2타점을 기록한 이후 6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KIA와 홈경기에서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1-1로 팽팽한 접전이던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상대 선발투수 필립 험버의 3-2 풀카운트까지 가는 7구 접전 끝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15m짜리 큼지막한 솔로 홈런을 만들어넀다.

1회말 야마이코 나바로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고도 2회초 곧바로 연속 3안타로 한 점을 뺏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가 있었다.

다시 KIA가 2-2 동점을 만드는 바람에 이승엽의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되지 못했지만 대포를 재가동했다는 점에서 삼성으로서도 고무적이다.

또 이날 이승엽은 볼넷 2개를 골라냈다. 더구나 경기가 마감된 연장 11회말에는 2사 1, 2루 상황에서 미국을 다녀온 윤석민으로부터 고의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그만큼 이승엽은 그 존재만으로도 상대팀에게 위협적이고 상당한 부담이다.

이승엽이 6번 타자 자리에서 다리를 놓아주지 않았더라면 7번 타자 박해민이 만루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승엽이 클린업 트리오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삼성에서 없어서는 안될 공격자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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