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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것이 투구다', 손민한의 피칭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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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것이 투구다', 손민한의 피칭 교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1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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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0, 이닝당 투구수 13개, 평균자책점 2위... NC 팀 평균자책점 2위 견인차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피칭론 초빙교수’로 모셔야 하겠다. 손민한(40·NC)이 투구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손민한은 개막 2주가 흐른 13일 현재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투수 개인기록 부문에서 다승 공동 선두(2승), 평균자책점 2위(2.37), 이닝 공동 3위(19이닝)에 올라 있다. 선수 생활의 전성기 연령대를 맞은 양현종(KIA), 장원준, 유희관(이상 두산)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는 성적이다.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전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에 6.2이닝 3실점, 지난 5일 마산 한화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를 보여준데 이어 11일 마산 SK전에서도 6.1이닝 동안 2실점하고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 손민한은 2015년 단 하나의 볼넷도 내주지 않는 면도날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 찬란한 숫자, 볼넷 0 

19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하나도 없다. 손민한보다 정확히 20세 어린 임지섭(LG)은 15.1이닝을 던지는 동안 14개,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넥센)은 17.2이닝에서 10개의 볼넷을 내줬다. 68타자를 상대해 단 한 번도 허무하게 주자를 내보낸 적이 없다.

이닝당 투구수도 13.16개에 불과하다. 미국 진출 실패 후 절치부심 칼을 간 김광현(SK)은 18.89개를 던졌다. 아직 프로 무대 첫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세웅(케이티)은 19.92개다. 나이가 많아도 살아남는 이유다.

한현희(넥센)가 한 경기에 14개나 뽑아내는 탈삼진은 단 8개, 공동 42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서 손민한의 탈삼진 순위를 찾으려면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 조상우(넥센), 이정민(롯데), 심동섭(KIA) 등 계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km 초반. 하지만 똑바로 가는 공이 거의 없다. 밋밋한 공이라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 다친다. 2006 월드베이볼클래식(WBC)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삼구삼진 처리했던 그다. 커브와 슬라이더, 투심, 체인지업 등 팔색조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 '민한신'으로 불리는 이유, 스피드업 해답도 그에게 있다

2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거둔 이재학이 시원치 않다. 1군 진입 3년차를 맞아 외국인 선수를 한명 더 쓰는 혜택을 잃게 된 NC로서는 큰 고민거리다. 그런데 팀 평균자책점 3.27로 삼성(2.79)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손민한이 잘한 덕이다.

지난해 4선발을 맡았던 테드 웨버는 118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도 남는다.

KBO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갖가지 스피드업 규정을 신설해 ‘3시간짜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해답은 손민한에 있다. 그는 불필요한 동작 없이 빨리 빨리 투구한다. 연이은 볼로 경기가 늘어지게 하지도 않는다.

그가 선발로 등판한 경기를 보면 안정감이 든다. 안타는 맞는데 좀처럼 연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힘을 빼고 던지다가도 주자가 나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경험, 관록, 완급조절 등 베테랑이 보일 수 있는 모든 면모를 갖추고 있다.

괜히 야구팬들로부터 ‘민한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피칭은 이렇게 해야 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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