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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독수리도 지킬 줄 안다' 권혁 있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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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독수리도 지킬 줄 안다' 권혁 있으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15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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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불펜 중 경기 출장-최다 이닝 1위, 과감한 직구 승부 자신감 회복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지키는 야구가 된다. 선취점을 내줘 쉽사리 무너졌을 경기를 뒤집을 줄도 안다. 한화가 달라졌다.

그 중심에 권혁(32)이 있다. 그는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 삼성전에 등판해 1.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5-3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리그 투수 중 출장 경기 공동 1위(9경기), 불펜 투수 중 이닝 1위(11.2이닝)다.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63으로 크게 눈에 띄지 않아보이지만 내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쉐인 유먼과 미치 탈보트 등 외인 2명을 제외하고 팀내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다른 불펜들과 달리 권혁은 늘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해 1이닝 이상을 소화한다.

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 권혁은 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의 패배 의식을 떨쳐낸 권혁의 역투 

권혁도 배영수 못지 않게 푸른피가 흐르는 사나이였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2년 삼성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13시즌간 삼성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지난 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32억원을 받고 새 삶을 시작했다.

그는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21일 대구구장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첫 등판을 가졌다. 당시 1.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했던 좋은 기억을 정규리그에서도 이어갈 지가 관심사였다.

권혁은 팀이 4-3으로 앞선 7회초 1사에 마운드에 올랐다. 옛 동료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첫 타자인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았고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최형우는 고의사구로 걸렀다. 그렇지만 박석민과 이승엽을 중견수 뜬공으로 침착하게 처리했다. 8회초에도 이지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큰 위기 없이 임무를 마쳤다.

지난해 10월13일. 한화는 시즌 최종전에서 삼성에 1-22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28안타를 내주며 홈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화와 4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삼성간의 경기라 해도 너무도 맥이 빠졌다.

15일 경기는 그래서 더 중요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맞는 삼성전에서 당시 당했던 굴욕을 되갚아야 했다. 상대가 윤성환이라 어려운 전개가 예상됐다. 그는 한화를 상대로 2013년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0.69, 지난해 4경기 4승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던 투수.

한화는 초반 3점을 내줬지만 끈질긴 추격전을 벌인 끝에 전세를 뒤집었다. 그리고 곧바로 권혁이 등판해 달아오를 듯한 삼성의 분위기를 잠재웠다. 예년 같으면, 특히 상대가 삼성이라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권혁이 한화의 승리 방정식을 만들고 있다.

▲ 권혁은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정면승부를 즐기며 이닝당 1.2개에 달하는 탈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이닝당 1.2개 탈삼진, 자신감을 찾았다 

가장 고무적인 점은 권혁이 자신감을 찾았다는 점이다. 2007년 60경기 77.1이닝, 평균자책점 2.79를 시작으로 그는 2012년까지 삼성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2008년에는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해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던 그였다.

2013년부터 그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승승장구하는 안지만과는 달리 권혁은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9년 80.2이닝까지 소화했던 그는 지난 2년간 단 70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박빙의 등판 상황도 없었다. 삼성 왼손 불펜은 차우찬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전날 경기, 박석민과 승부가 권혁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박석민을 상대로 계속해서 빠른 공을 뿌렸다. 150km를 상회하는 예전의 그 빠르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자신감이 실린 속구는 타자들을 압도했다. 기어이 그는 박석민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투구수 40개를 넘기고도 손아섭, 최준석 등 간판타자들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특히 홈런타자 최준석을 상대로 몸쪽 높은 직구를 꽂아 헛스윙을 유도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는 현재 이닝당 1.2개에 달하는 삼진을 솎아내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6.35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하지만 올해는 4.95를 기록해 두산, 넥센, 케이티 등 3팀보다 나은 투수력을 보이고 있다. ‘김성근식 불펜야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언제라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권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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