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6) 지옥 오가는 라인배커, 인간성 없이는 일류 될 수 없다
상태바
[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6) 지옥 오가는 라인배커, 인간성 없이는 일류 될 수 없다
  • 정인수
  • 승인 2015.04.15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라인배커(LB·Linebacker)는 미식축구에서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된 포지션이다.

이들은 풋불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태클, 블록, 달리기, 방향전환 등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의 집단이다. 어떤 포지션을 맡더라도 활약이 가능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라인배커는 디펜스만 하지 않는다. 격렬한 태클과 블록으로 스페셜팀(공격과 수비가 교체될 때 들어가는 특수임무 수행 포지션)에서도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오펜스 플레이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에 라인배커가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남보다 뛰어난 체력이 요구된다.

필자가 일본 X리그 아사히 음료 챌린저스에서 뛸 때 훈련을 떠올려보면 “죽겠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라인배커는 동료들과 체력훈련, 팀훈련이 끝난 후 따로 남아 또 개인적인 체력훈련을 실시한다. 한여름 그라운드의 온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달걀 프라이를 연상시킬 만큼 뜨거운 운동장을 정규훈련을 마친 뒤 다시 달린다. 정말 지옥같은 훈련이다.

오는 7월 열리는 풋볼월드컵에 대비중인 한국대표팀 훈련에서도 라인배커의 훈련량은 다른 포지션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작서부터 끝날 때까지 헬멧과 헬멧이 부딪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태클 연습과 블록 연습이 전체 훈련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미식축구를 모르는 분들도 풋볼 훈련 과정을 보면 라인배커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라인배커는 디펜스를 이끄는 캡틴이다. 수비 작전을 모두 아는 것은 물론이고 오펜스팀 분석을 통한 플레이 예상부터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다.

단순히 운동능력이 뛰어나다고 일류 라인배커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확신한다. 인간성, 성품까지 갖춰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인간성이 없는 라인배커는 단순한 일을 하는 로봇이나 다름없다. 로봇은 인간의 행동이나 작업 등을 대신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물건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분위기, 전체 생산량, 사람들과의 관계 등 전체적은 흐름은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맡은 임무에 대해서만 반응하고 움직일 뿐이다.

로봇이 공장 운영을 맡을 수는 없다. 라인배커는 로봇처럼 자기 임무에만 몰두해서는 절대 안된다. 디펜스 전체의 흐름을 알고 팀 분위기, 오펜스팀의 움직임, 팀원들과의 관계, 코치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전체를 움직인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매일 트레이닝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작전 공부와 상대방 분석 그리고 디펜스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평소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뜻한 인간미를 바탕으로 신뢰를 얻어 디펜스팀을 지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팀원 개개인이 간절히 염원하는 승리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 감동을 전하기 위해 라인배커는 반드시 반듯한 성품을 가져야 한다.

 라인배커 Linebackers(LBs)
라인배커는 다재다능한 수비선수로서 라인맨을 넘어서는 공격선수를 막거나 와이드리시버의 완벽한 패스를 막기 위해 함께 따라 달린다. 통상 스피드와 힘, 민첩성이 갖춰진 3~4명이 라인배커 임무를 맡는다.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fbcool22@naver.com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