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27 (금)
148cm '작은 거인' 오창현이 키우는 큰 꿈
상태바
148cm '작은 거인' 오창현이 키우는 큰 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15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수 맹활약, 노원구 구리시장기 우승 견인, "수비 잘 하는 정수빈이 롤모델"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깡!”

쭉쭉 뻗어나간 타구가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겨버렸다. 본부석과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 중 가장 작은 오창현(13·자양중)의 콘택트와 파워에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작은 거인’의 투런포는 서울 노원구를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쐐기포였다. 4-0 리드를 잡은 서울 노원구는 7-1 낙승을 거두고 2년 8개월만에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오창현은 지난 13일 서울 장충리틀구장에서 열린 제16회 구리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 A조 결승 충북 청주시전에서 1번타자 중견수로 나서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 오창현은 노원구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 그의 롤모델은 수비 잘 하는 정수빈이다.

오창현은 “생애 첫 우승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도 떨릴 뿐”이라며 “어떻게든 안타를 치려고 했는데 중심에 제대로 맞아서 넘어갔다”고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센터쪽으로 향하는 타구는 모두 오창현의 ‘거미줄 수비’에 낚였다. 빠른 발을 보유한 그는 좌우중간으로 향하는 공들을 속속들이 걷어냈다. 오창현은 “수비 하나만큼은 누구랑 붙어도 자신있다”며 “외야가 좋다. 두산 정수빈같은 좋은 수비수가 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오창현이 스스로 밝힌 신장은 148cm. 아버지 오진영 씨는 아들의 키를 152cm로 알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평균키는 151.4cm다. 야구 잘하는 오창현의 유일한 고민은 또래에 비해 유달리 작은 키다.

▲ 오창현 스스로 밝힌 신장은 148cm. 그는 "운동은 힘들지 않다. 잘 먹고 있다"며 "빨리 키부터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진영 씨는 “체격이 작아서 체력도 안 따라 줄까봐 걱정스럽다. 본인도 키가 작아 약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 키는 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평소에도 격려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의욕 하나만큼은 최고다. 오 씨는 “아들이지만 창현이의 근성 하나만큼은 최고”라며 “깨워주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나 배트를 돌리더라. 키만 자라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라고 덧붙였다.

이중달 감독은 “오창현은 전국에 내놓아도 손색없을만큼 잘한다”며 “성격도 무던하다. 긴말이 필요 없다. 정말 야구 잘하는 친구”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노원구는 올해부터 ‘키 크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짧고 굵은 훈련을 한 후 일찍 귀가해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감독은 학부모들과 함께 영양가 있는 식단에 대해 논의하고 이른 취침, 스트레칭 등을 주문하고 있다.

오창현은 “운동은 전혀 힘들지 않다. 잘 먹고 있으니 빨리 키부터 컸으면 좋겠다”며 “2스트라이크만 되면 공을 크게 봐야되는데 아직 그걸 잘 못한다. 다음 대회인 도미노피자기에서도 지금처럼 중심에 맞추는데 주력해 또 한 번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오창현이 지난 13일 제16회 구리시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 A조 결승 충북 청주시전 2회초 좌중월 투런포를 때려내고 있다.

상무에 입대한 김선빈은 165cm로도 KIA 내야를 책임졌다. 정근우(한화), 손시헌(NC)도 170cm 남짓한 키로 한국 프로야구 최고 내야수 반열에 올랐다. 롯데 레전드 박정태와 빙그레 타격머신 이정훈도 170cm 언저리였지만 악바리 근성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165cm의 호세 알투베(휴스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타율, 최다안타, 도루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평균 신장 188cm의 ‘야구꾼’들이 한데 모이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실력으로 정상에 우뚝 선 ‘단신’의 사례가 있다.

빼어난 실력에다 투지까지 갖춘 ‘작은 거인’ 오창현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