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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KBL 일방통행식 제도 변경, 소통 부재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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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KBL 일방통행식 제도 변경, 소통 부재가 문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15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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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발전 포럼 "새 외국인선수 제도, 현장 지도자 의견 반영 안돼…국내선수 기회 박탈 없게 제도개선 필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KBL의 새로운 외국인선수 제도는 일장일단이 있다. 하지만 여론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 노력이 부족했고 장기 관점으로 제도를 논의했었는지는 의문이다.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하지 않는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프로농구가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외국인선수 제도가 국내 선수의 기량 발전을 막고 나아가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KBL은 이번 제도를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물론 세부적인 조항은 변화가 있겠지만 신장에 관계없이 2명의 외국인선수를 보유하고 1명씩 출전시키는 제도에서 단신과 장신으로 나눈 뒤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동시에 출전시키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에 농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과 위성우 춘천 우리은행 감독, 박종천 부천 하나외환 감독 등 남녀 프로농구 현장 지도자와 함께 김완태 창원 LG 단장, 해설위원이 15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한국농구 발전 포럼 '외국인 선수 제도와 국제 경쟁력 제고'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일장일단을 논하고 한국농구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완태 창원 LG 단장이 15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한국 농구 발전 포럼 '외국인 선수 제도와 국제 경쟁력 제고'에서 한국 프로농구의 수익성 창출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 아시아 시장 확대·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 육성 발굴해야

김완태 LG 단장은 "향후 프로농구는 수익성 창출과 국제 경쟁력 강화, 뜨거운 감동과 열정이라는 3개 과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그런데 프로농구는 무려 11차례나 외국인선수 제도를 변경함으로써 많은 혼란과 경제 손실이 유발됐다. 지속 가능한 외국인선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완태 LG 단장은 아시아 쿼터 도입을 제시했다. 김 단장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필리핀 농구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만 보더라도 아시아 쿼터 도입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출신 외국인을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며 "방송 중계권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선수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고 '농구 한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김 단장은 "나아가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과 다른 나라들이 함께 하는 아시아내 국제대회를 창설해 수익을 창출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KBL의 10개 구단이 모두 기업팀이기 때문에 모기업의 브랜드를 해외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농구 외교전문 인력 양성 등 부수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야구와 축구만 해도 아시아시리즈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천 하나외환 감독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여자 선수의 확대를 위해 다문화 가정 선수를 육성하고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숨은 원석들을 찾아 엘리트 스포츠의 울타리로 데리고 온다면 선수 육성, 발굴에 힘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다문화 가정 출신은 우리가 그동안 주의깊게 지켜보지 않았기에 새로운 자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에 김천에 가서 중고농구선수권대회를 봤는데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박종천 감독은 "이와 함께 2030년을 바라보는 장기 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여자팀 창단, 서울 연고 여자 프로팀 창단이 필요하고 국제농구의 흐름을 알기 위한 국제대회 유치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박종천 부천 하나외환 감독이 15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한국 농구 발전 포럼 '외국인 선수 제도와 국제 경쟁력 제고'에서 여자프로농구의 2030 장기 플랜 수립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 재미있는 농구 위한 선택? 국내 선수 경쟁력도 생각했어야

자유토론에서는 새로운 외국인선수 제도가 재미있는 경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과 함께 국내 선수 경쟁력 제고 측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공존했다.

김태환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국내 빅맨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어 4번 포지션(파워 포워드)이 침체될 우려가 있지만 장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경기의 흥미를 끌어모을 수 있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 농구 시청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팬과 의견을 공유하지 못했다. KBL도 팬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좀 더 나은 농구를 볼 수 있다. 빠른 농구, 기술 농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국내 선수가 위축되는 문제가 있지만 이는 제도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선수가 뛸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는 쪽으로 보완한다면 나쁘지 않은 제도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지도자의 의견은 좀 달랐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출전 쿼터를 확대하게 되면 국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어린 선수들이 포스트 플레이를 기피하게 된다"며 "뛰어난 선수들의 개인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흥행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려한 기술은 눈요기일 뿐이다. 또 국내 선수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자농구 지도자로서 자신을 '제3자' 입장이라고 말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볼거리 제공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끼리 공을 주고 받고 국내 선수는 수비만 열심히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외국인 선수가 공을 주고 받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한다"며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라고 의견을 밝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위성우 춘천 우리은행 감독(왼쪽부터),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 김동광 김태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15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한국 농구 발전 포럼에서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특히 유재학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을 주도한 이사회와 현장 지도자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이사회는 KBL 10개 구단의 단장으로 이뤄지는데 단장과 감독의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감독 의견이 실제로 이사회에 반영된 적이 없다. 이사회가 현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며 "외국인 선발 제도도 드래프트와 자유계약을 오가며 계속 바꿨다. 개인적으로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둬 현장 지도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유재학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도 외에도 판정에 대한 기준이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유 감독은 "시즌마다 심판의 얘기를 들어보면 '계속 판정 기준이 바뀌어서 죽겠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며 "아예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으로 정한다면 판정 기준이 바뀌는 일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동광 해설위원도 "감독과 프런트, 실무자들이 소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고 김태환 해설위원도 "프로농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점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지켜보자"는 뜻을 전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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