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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마음 비운 대나무를 닮은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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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마음 비운 대나무를 닮은 임권택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4.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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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상민 기자] 봄을 재촉하던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3월의 마지막 날. 영화 '화장'으로 돌아온 거장 임권택 감독의 인터뷰 촬영을 맡았다.

 

한가지 일에 10년, 혹은 20년을 전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영화 연출에 50년 이상을 쏟은 그의 인터뷰 촬영을 풋내기 사진기자가 맡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팔순을 맞이한 거장을 좀 더 알기 위해 사전 정보를 찾고 삼청동의 한적한 카페에서 그와 대면했다. 백발이 성성한 임권택 감독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발걸음을 옮기며 인사를 건넸다.

 

일찍 현장에 도착해 촬영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당 한 켠에 자리잡은 대나무 군집이 눈에 띄였다.  노감독의 영화 외길 인생과 사시사철 올곧은 대나무의 푸르른 생명력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대나무는 그 옛날에 선비 정신을 상징했다. 선비들은 한 번에 쪼개지는 대쪽처럼 한결같이 원칙을 지켰고, 사시사철 푸른 잎처럼 고결한 정신을 받들었다.

 
 

카메라 셔터와 셔터 사이, 언뜻 언뜻 뿜어져 나오는 안광(眼光)에서 그의 영화에 대한 대쪽같은 열정이 엿보였다.

'암투병 중인 아내에 대한 신의와 젊은 여자를 향한 욕망', 임권택 감독은 자신의 102번째 작품 '화장'에서 중년 가장의 이중적 면모를 다뤘다. 일관되지 않은 인간에 대한 성찰,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인간과 마주한다.

 
 

"아내의 암이 재발됐다. 그 사이, 나는 다른 사랑을 꿈꿨다."  '화장' 포스터의 문구다.

속 빈 대나무는 선비의 빈 마음을 의미한다. 거장은 자글자글한 삶의 욕망들을 훌훌 내려놓으면서 도리어 내면의 모순과 이중성이라는 인간의 본질을 달관한 건 아닐까 싶었다.

light_sm@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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