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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3주차 키워드] 최강삼성, 정성훈-손민한 그리고 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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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3주차 키워드] 최강삼성, 정성훈-손민한 그리고 빈볼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4.1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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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개막한 지 3주가 흘렀다. 17일 기준으로 10개 구단은 많게는 15경기, 적게는 14경기를 치렀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서 혼전 양상이다. 케이티만이 개막 이후 11연패를 당하는 등 2승13패로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를 제외한 9팀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역시 최강’ 삼성’, ‘신선한 이변’ 롯데, ‘선진구단 발돋움’ NC 

역시 삼성은 통합 4연패 팀에 걸맞게 저력을 발휘해 10승5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장에다 덕장 호칭까지 받은 류중일 감독이 5연패 야망을 품고 나선 가운데 누가 삼성의 독주를 나서 막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폐달을 초반부터 힘껏 밟고 있는 그들이 언제까지 지치지 않고 질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역시 삼성이다. 사자군단은 투타에서 완벽 밸런스를 보이며 선두를 질주중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 다음이 SK다. 9승5패로 2위에 랭크되면서 지난해와 달리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변은 롯데다. 최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9승6패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이렇게 예상을 깨는 일들이 빈번이 일어나기 때문에 ‘예상은 예상’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롯데 이종운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이 무성했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 이 감독은 소리 없이 팀을 이끌면서 상위권에 자리잡으며 정상궤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직구장을 찾는 갈매기 팬들은 이 감독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NC 다이노스는 선진구단 행정으로 가고 있다.

창단 3년차 팀인 NC는 2일부터 9일까지 6연승을 내달리며 신생팀의 약한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 시켰다. 8승6패로 공동 4위에 올라 있지만 나날이 무게감을 더하고 있는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이 구단과 선수단의 신뢰 속에서 흔들림 없이 팀을 안정되게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다.

구단과 현장의 조화가 가장 잘 어울리는 구단으로 보인다. NC는 선진구단의 행정 시스템(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자매결연)을 과감히 도입하면서 선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장과 구단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해 소통하고 있으며 서로가 월권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 정성훈-손민한, 노익장 눈에 띈다 

선수 쪽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타격이다. LG 노장 정성훈이 타율 0.423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에릭 테임즈(NC)는 0.417로 바짝 정성훈을 뒤쫒고 있고 그 뒤를 김현수(두산) 0.396, 양의지(두산) 0.356, 김경언(한화) 0.353의 순으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타격 5걸을 보면 다들 많은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란 것이 특징이다.

좋은 타자가 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타석에서 수많은 투수의 볼을 맞이해 싸우면서 노련해 진다. 타자들은 5년 정도 리그에서 주전으로 경기를 치러야 타격에 눈을 뜨게 되는 것 같다. 130여 경기가 남았는데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쟁이 계속될 것이다. 끈기 있는 자가 골인 지점에 먼저 도달할 것이다.

▲ 불혹의 손민한은 평균자책점 3위에 오르며 NC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투수 쪽에서는 노장 손민한(NC)의 활약이 눈에 뜨인다. 평균자책점 2.37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윤성환(삼성)이 2.00으로 1위, 양현종(KIA)이 2.13으로 2위에 올라 있다. KIA 입장에서는 양현종의 승수에 따라 상위권 진입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유네스키 마야(두산)도 눈여겨 봐야 할 투수라고 본다. 2.45로 4위에 랭크돼 있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투·타의 조화 여부에 따라서 포스트시즌에 진입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핸드볼스코어, 동네야구라는 말을 들었다. 2015년 현재 3할 타자는 24명이다. 24위가 김태균(한화)의 0.300이다. 이는 우리 프로야구 투수들의 현 위치를 말해주는 지표다. 투수의 수준이 타자에 따라오지 못한다는 증거이다.

이런 현상은 투수의 질적 저하 현상에서 오는 문제로 투수들이 구종이나 정교함에서 일본이나 미국에 뒤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 문제가 극복이 안 되면 한국 프로야구는 질적 저하로 위기가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프로야구는 0-10으로 지는 경기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정신력을 갖춘 팀이 우승을 노려 볼 수 있다. 정신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끈질긴 싸움에서 연마된 힘이다. 끈질기기로 소문이 난 김성근 감독에게 견제구를 던지며 태클을 거는 신진세력과 중견세력들의 대항을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빈볼은 투구 작전의 일환일 뿐 

며칠 전 한화와 롯데간의 경기에서 빈볼로 인한 시비가 장외로 번져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것도 하나의 기(氣) 싸움이며 심리전이다. 롯데로서는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다. 특히 존재감이 약했던 이종운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그것도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에게 대적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앞으로 우리 팀, 선수를 가해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야구로 승부하자”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로 팀을 결속시키고 리더십을 강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고 본다. 장수는 필요할 때 적절한 멘트로 사기를 북돋아야 한다.

프로야구는 승부욕이 강한 곳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피들이 용광로처럼 뜨겁게 끊고 있는 곳이 바로 야구장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문제에도 충돌이 일어날 개연성이 항상 잠재돼 있다.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야구장이 아닐 때도 있다. 이번 빈볼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누가 지시를 했느니, 안 했느니, 고의다, 아니다’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빈볼은 1차적으로 심판이 야구규칙대로 처리하면 된다. 벤치클리어링은 선수들이 자기 팀의 응집력과 단결차원, 그리고 해당선수 보호차원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기 싸움의 일환이다. 이런 것들이 그라운드 안에 흐르는 정서이다. 싸움에서도 기가 살아야 이긴다.

필자도 벤치클리어링을 보면서 선수들의 기 싸움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하위권 팀들은 기가 약하다. 형식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을 보면 ‘이 팀은 금년 농사는 틀렸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 빈볼은 기 싸움의 일환이다. 지난 12일 사직 한화전에서 빈볼을 맞고 화가 난 황재균.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빈볼 자체는 나쁘지만 투수들이 타자를 이기기 위한 투구 작전의 일환이다. 일단 빈볼을 통해 공포감을 심어 타격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그런 다음 정상적인 투구에 들어가게 된다. 투수에게 ‘빈볼은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병법을 알고 싸워라 

전쟁은 장수의 능력에 따라 승패가 많이 좌우된다. 사령탑의 리더십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도 감독 시절 상대의 장수가 누군가에 따라서 고민을 많이 했으며 어떤 장수를 보고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야구에는 많은 작전들이 있다. 이 작전들을 다 사용할 수 없지만 때에 따라서는 늑대같은 기습공격이 필요하다.

잿빛 푸른 늑대라 칭하는 징기스칸은 기습공격을 선호했다고 한다. 늑대가 공격하는 시기는 주로 가을 이후. 가을은 가축들이 가장 살 쪄 있는 시기라 움직임이 느리다고 한다. 늑대는 유목민이 모여 식사하는 때와 잠자리에 들어 조용한 새벽에 공격을 한다. 평소에 인간들의 움직임을 봐뒀다가 가장 허술할 때를 틈타 허를 찌른다.

이처럼 감독들도 상대를 공격할 때 늑대처럼 상대방의 허점을 파악해 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기습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하는 비범한 작전으로 진 경기를 승리로 돌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초원에서 고독한 늑대도 살아남기 위해 유목민들의 허점을 파고들어 먹이 사냥을 효과적으로 하는데 하물며 머리를 가진 인간이 늑대만큼 못해서야 되겠는가.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은 손자병법 모공 편에 나오는 말이다. 병법을 알고 싸우면 훨씬 유리한 싸움이 될 터이다. 감독들은 자주 찾아오는 위기를 무슨 병법으로 탈출할 것인지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tiger77@tig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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