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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규 교수의 풋볼 오디세이] (4) 만능 스포츠맨 짐 소프, NFL의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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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규 교수의 풋볼 오디세이] (4) 만능 스포츠맨 짐 소프, NFL의 전설이 되다
  • 박경규
  • 승인 2015.04.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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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해마다 2월을 맞으면서 미국은 북미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슈퍼볼이 지구촌에 생중계되지만 요즘 한국에서는 중계방송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럭비와 비슷하게 보이는 이 스포츠가 왜 미국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일까. 열정과 냉정이 맞물린 미식축구 이야기 속에서 그 매력을 따라잡아보자. 한국 미식축구 선구자 박경규 경북대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풋볼 오딧세이와 동행한다.

[박경규 경북대 명예교수] 미식축구는 야구와 마찬가지로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이든 프로든 매년 기록연감(Record  Book)이 발간된다. 기록 연감에는 선수별, 연도별, 팀별로 터치다운 수, 전진거리, 패스 성공률 등 모든 기록이 총 망라돼 있다. 그러나 북미프로미식축구(NFL) 초창기인 1910년대와 1920년대에는 개인 기록이 없다. 그런데도 짐 소프는 NFL에서 '올 타임 레전드 팀(NFL all-time legend team)'으로 기록되어있다.

1950년 미국의 스포츠 기자들을 대상으로 20세기 전반에 가장 위대했던 스포츠맨을 종목별로 뽑았을 때 미식축구에서는 소프가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2007년 1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던 호주와 원정경기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규 교수 제공]

소프는 소크(Sauk)족 인디언으로 초대 NFL 회장이었다.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올림픽 10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이후 주당 15달러를 받고 마이너리그에서 야구를 하여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메달을 박탈당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덟 시즌을 신시내티 레즈, 보스톤 브레이브즈(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즈),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었다. 또 복싱, 레슬링, 골프 선수로도 활약했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 무명의 시골 학교가 대학 챔피언 하버드를 꺾다

소프는 미식축구에서 모든 포지션에서 독보적이었다. '위대한 프로 러닝백(Great Pro Running Backs)'의 저자인 루드 듀로스카는 "키는 183cm이고 체중은 86kg이었지만 블록을 하면 상대방은 수수나무가 넘어지듯 했고 그가 태클을 하면 상대 선수는 맥없이 쓰려졌다. 또한 일단 볼을 잡으면 마치 유령처럼 빠져나갔다"고 소프를 묘사했다.

물론 당시에는 패스 플레이가 매우 적었지만 패스도 아주 잘하는 선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NFL 선수 중에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키커로 기록된다.

펜실베이니아의 조그만 인디안 학교인 칼리슬 인스티튜트에서 미식축구를 시작했던 소프는 당시 대학 팀 중에 가장 강력했던 라파예트대와 경기를 할 때 가장 짧은 펀트가 70야드였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볼은 지금보다 약간 둥글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뾰죽하다면 아마도 골라인 너머로 킥이 되었을 것이라고 당시 사람들은 회고한다. 소프에 관한 미식축구 이야기는 아직도 마치 전설처럼 회자된다.

지금의 미국대학스포츠는 미국전역에서 다양한 종목이 성행하고 있지만 소프가 활약했던 당시에는 미국 동북부 지역이 대학의 모든 스포츠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학 챔피언전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톤, 육사, 해사 등 몇몇의 대학이 주름잡고 있었다.

그러나 1911년은 달랐다. 1910년 대학 우승팀 하버드대는 소프가 선수로 뛰었던 칼리슬 인스티튜트와 연습삼아 경기를 했다. 단지 16명의 인디언 선수로 구성됐던 칼리슬 인스티튜트는 고등학교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소프의 필드골 3개로 전반을 9-6으로 앞섰다.

▲ 짐 소프는 20세기 전반기 가장 위대했던 스포츠맨으로 선정된 프로미식축구선수다. 스톡홀름 올림픽 10종 경기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프로야구에서도 활약했지만 그의 주 무대는 미식축구였다. [출처=루드 듀로스카 저 '위대한 프로 런닝백']

후반 들어 하버드대는 1개의 터치다운과 필드골로 15-9로 역전시켰지만 소프가 9번 연속 볼을 들고 뛰면서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15-15 균형을 맞췄다. 이후 하버드대는 경기를 비긴채 끝내려고 했지만 소프는 혼자 볼을 연속으로 들고 뛰면서 상대 진영 43야드까지 밀고 들어왔고 경기 종료 직전 필드골을 성공시켜 하버드를 18-15로 제압,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 인디언 혈통인 소프, 무적의 선수가 되다

소프의 첫 경기는 펜실베이니아대와 경기였다. 막 미식축구를 시작해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소프는 왼쪽 하프백이 부상을 당해 감독으로부터 한번 해보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필드로 나갔다.

소프는 첫 플레이에서 팀 동료의 불로커에 걸려 넘어졌지만 이는 그의 투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남은 골라인까지 거리 65야드를 노려본 소프는 무려 7명의 수비수를 넘어뜨리고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소프는 두 번째 공격 플레이에서도 85야드를 독주하며 터치다운을 추가했다.

그에 대한 더 재미있는 경기는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디킨슨대와 결전이다. 소프는 자신의 팀 엔드존에서 공을 확보한 후에 110야드를 전진해 터치다운으로 만들었다.

소프의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1912년 웨스트 포인트에서 열렸던 육사와 경기로 기록된다. 첫 번째 공격 드라이브에서 소프는 마치 무인지대를 달리듯 육사의 라인을 돌파해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두 번째에는 패스를 연속 6번 성공시키며 팀 동료의 터치다운을 도왔다. 또 킥오프 리턴에서 90야드를 독주, 터치다운을 성공했으나 카슬리대의 파울로 킥이 반복됐다. 반복된 킥에서도 소프는 95야드를 리턴 독주해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당시 소프의 활약으로 육사를 27-6으로 꺾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한 육사 생도가 소프를 태클하다가 더이상 선수로 뛸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이 선수가 이후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인디언 혈통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만능이었다. 소프는 1915년부터 캔톤 불독스에 입단해 무적의 프로팀으로 이끌어갔다. 당시 프로미식축구는 소프의 명성 하나만으로 관중을 끌어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나오는 경기는 언제나 매진이었다고 한다. 또 소프는 경기마다 탈진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체력적으로는 점점 기량이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는 늘 최선을 다했다.

▲ 짐 소프는 프로미식축구의 인기를 단번에 끌어올린 스타였다. 특히 그의 드롭킥은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전매특허였다. [출처=루드 듀로스카 저 '위대한 프로 런닝백']

NFL 초창기 강팀은 소프의 캔톤과 라이벌 매실론 타이거즈였다. 1916년 캔톤은 9승 1무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1917년은 매실론에게 지긴 했지만 역시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918년과 1919년에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 뚱뚱해진 소프는 한 팀의 하프타임 행사에 초대되기도 했다. 소프는 하프라인에서 필드골을 성공시키고 돌아서 다른 쪽의 필드골도 성공시키는 묘기를 보이곤 했다고 한다. 특히 요즘 보기 힘든 드롭킥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1920년 미국 최초의 프로조직인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즉 NFL이 조직됐을 때 소프는 초대 회장이 됐다. 1953년 64세의 나이로 타계한 그는 20세기 전반 가장 위대했던 미식축구 선수로 추앙받고 있다. 박탈됐던 금메달도 1982년 그의 후손들에게 돌아갔다.

■ 필자 박경규 명예교수는?

1948년생. 1966년 서울대학교에서 미식축구를 시작해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던 1983년 경북대 미식축구부를 창단, 직접 감독을 맡아오고 있다. 1989년 한일대학교류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1999년 국제미식축구연맹 창립에 관여했고 2005~2011년 대한미식축구협회장을 역임했다. 2013년 정년 퇴임 후에도 아시아미식축구연맹 회장과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보자도 쉽게 알 수 있는 미식축구' '그림과 함께 이해하는 미식축구 규칙해설' 등 다수의 미식축구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kkpark@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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