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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우리 천수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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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우리 천수가 달라졌어요!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4.2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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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2003년 '베컴과 겨뤄 보고 싶다'던 레알 소시에다드의 이천수는 더 이상 없다. 자신감이 강한 나머지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당돌하게 비춰졌던 그 시절도 어느덧 35살의 노장이 된 그에겐 한낱 추억일 뿐이다.

호기롭게 유럽 리그에 진출했지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실패했고 국내 복귀 후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며 수원과 전남, 그리고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 오미야 아드리자(일본)까지 배회한 그는 결국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보내는 중이다.

지난 4월 12일 인천과 FC서울 경기는 박주영의 첫 골이 이슈였지만 개인적으로 '풍운아' 이천수에게 더 큰 관심이 갔다.  점심시간, 인천의 창단부터 지금까지를 카메라에 담아온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 국밥을 말았다. ‘경인더비’를 반찬 삼아 허기를 채우던 중 이천수의 근황을 물었다.

 

인천 지인 : '요즘 이천수가 달라졌어, 훈련도 제일 열심히 하고 경기 때도 최선을 다해 뛰어.'
필자       : '오~그래요? 다행이네~'
인천 지인 : '카메라를 통해 보면 알잖아 이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지 아닌지...천수가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뛰는 거지 뭐'

국밥을 한술 뜨며 듣게 된 이천수의 근황은 이렇듯 흐뭇했다. 지인의 말처럼 그의 마음과 몸가짐이 달라졌는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어졌다.

시간은 흘러 오후 2시가 되었고 이번 K리그 클래식 빅매치인 '경인더비'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시작부터 예상했던 만큼 뜨거웠고 그 중심에는 선발로 출전한 FC서울의 박주영과 인천의 중심인 이천수가 있었다.

 

눈으로 확인한 이천수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비록 컨디션이 최고조는 아닌 듯 했지만 통통 튀는 탄력과 저돌적인 드리블, 그리고 위협적인 킬러패스는 여전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의 축구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선수로서 35살은 노장이다. 이천수는 체력적으로 20대 선수들과 같을 순 없지만 그 차이를 그간의 경험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팀의 중심답게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특히 주심의 애매모호한 판정이 났을 때, 예전 같았으면 득달같이 달려들며 항의를 했겠지만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한 아쉬움만 얼굴에 남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플레이와 성품이 성숙해진 이천수의 활약 덕분이었는지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던 인천은 서울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중반까지 그라운드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이천수는 교체되어 나가면서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깍듯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천수가 이날 보인 모습을 유지하며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불태우길 바란다. 언젠가 축구화를 벗는 그날, 그를 추억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에게 실망해 등을 돌렸던 사람들도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기에.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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