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명작 속에 녹아내린 또 하나의 명작]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상태바
[명작 속에 녹아내린 또 하나의 명작]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 김신일 음악평론가
  • 승인 2015.04.21 11: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김신일 음악평론가] 현존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불리우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이탈리아, 1928~)는 자국의 산타체칠리아 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 이 대학에 재입학하여 작곡을 배우며 두 번의 학위를 수여받게 된다.

그는 현대음악의 존 케이지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에게 감흥을 받고 관현악 협주곡을 쓰면서 자신의 음악적 배경은 클래식에 두고, 팝, 재즈, 록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현대음악과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특정한 악기나 장르를 지향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의 영화에 녹아드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그의 시도에는 음악의 표현 이전에 영화를 먼저 이해하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 듣기만 하는 음악과 보면서 듣는 음악은 감동이 다르다. 청각만이 아니라 시각이 작용하고, 그로 인해 연상작용을 일깨우기 때문일 것이다. 스크린에서 만났던 인상적인 영화음악은 두고 두고 추억이 된다. 이번주에는 손때 묻은 LP를 꺼내 영화음악 속으로 여행해 보면 어떨까. [사진= 스포츠Q DB]

그는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든 미국서부영화)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으로 불리우는 '황야의 무법자'에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 음악은 영화의 내용보다도 음악을 더 오랫동안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곡으로, 그가 만든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사의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음악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에서 탈피하고 휘파람이나 차임, 팬플루트, 하모니카와 같은 악기를 과감히 시도하며 독특하고 오묘한 색채를 만들어 내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50년간 수많은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그래미 베스트 앨범상,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 등을 받았고 2007년에는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 수상으로 그 평생 업적을 인정 받았다.

대표작으로 불리우는, '원스어폰 인 아메리카', '미션', '피아니스트의 전설', '시네마천국', '러브 어페어'와 같은 '명작속의 명작'은, 관객들에게 무한한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특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국경에서 일어난 실화를 다룬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The Mission, 1986)에서의 메인테마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는 그의 대표곡 중 백미로 꼽힌다.

이 곡은 시종일관 배우들의 대사없이 흐르는 장면에서 오보에 연주 하나로 '사랑과 희생, 염원'의 스토리를 간절하게 담아내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후 팝가수 사라 브라이트먼이 이 곡의 테마에 노랫말을 붙여 '넬라 판타지아'로 재탄생시킨 곡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탁월함은 영화에 '귀속된 일부'로 음악을 제한하지 않고 대중에게 독립적으로 감동을 주기 위한 '음악의 확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음악이 영화에 녹아 내리기 위한 사운드 구성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음악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슴 벅찬 감동을 주고 영화와 음악의 완벽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냈다. 이같은 확장성을 통해 수많은 영화음악가들에게 음악적 지평이 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의 음악적 배경이 되는 클래식의 화성과 대위는 정감어리고 친숙한 선율과 조화를 이끌어내 대중이 원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클래스'를 이룩한 음악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피아노 앞에서는 작곡을 하지 않는다. 나는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영화 음악을 만든다' 라는 그의 말에서 '영화와 같은 여운의 음악'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다.  <계속>

kimshinil-_-@daum.net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