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2:42 (목)
[인디레이블탐방] (17) 피해의식, 본고장도 포기한 '글램메탈' 최후의 전사
상태바
[인디레이블탐방] (17) 피해의식, 본고장도 포기한 '글램메탈' 최후의 전사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4.22 11:2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17번째 주인공은 화려한 비주얼과 멜로딕한 메탈로 상징되는 글램메탈 밴드 '피해의식'이다.

우선 글램메탈의 역사를 잠시 되짚어 보자. 1970년대 영국의 데이비드 보위가 창시했던 글램록(화려한 의상과 화장 등으로 비주얼을 강조한 록음악)과 80년대 유행한 팝 메탈이 합쳐져 탄생한 음악이 글램메탈이다.

글램메탈은 흔히 LA메탈 혹은 팝메탈로 불리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램메탈과 LA메탈, 팝메탈을 모두 분류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메탈 음악이 거의 사라져 버린 현재는 3개의 용어를 '글램메탈' 하나로 분류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LA메탈은 미국 서부지역인 LA를 중심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까 활동했던 밴드들을 통칭한다. 실제 영미권에서는 현재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글램메탈, 팝메탈이라는 용어를 쓴다. 인디레이블 탐방에서는 글램메탈로 용어를 통일하겠다) 

 

글램메탈은 지난 1980년대 머틀리 크루를 시작으로 포이즌, 스트라이퍼, LA건스, 워런트, (90년대 초반) 건즈앤로지스, 스키드 로우 등 인기밴드들을 대거 양산하며 최전성기 시절을 구가했다.

긴 머리, 가죽 바지, 짙은 화장 같은 화려한 비주얼과 달콤한 멜로디가 합쳐진 메탈사운드는 이들 음악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그런지록(얼터너티브로)이 등장하면서 글램 메탈은 본고장인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대부분 소멸했다. 특히 미국에서 현재 신예 글램메탈 밴드를 찾기란 쉽지 않다.

피해의식은 이처럼 본고장에서도 추억이 되고 있는 이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글램메탈 밴드의 화려한 비주얼과 멜로디 성향의 헤비메탈을 그대로 구현해 내고 있다.

(*피해의식 팀명의 배경= '사람은 누구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괴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뜻에서 지었다고 함)

 

◆ 화려한 비주얼에 앞서 충실한 메탈사운드로 무장

밴드 '피해의식'은 글램메탈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단순명료한 대답을 남겼다. 이들에게 글램메탈은 한물간 음악이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음악'이었다.

"이런 음악을 왜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오히려 우리가 난감해요. 우리는 글램메탈을 좋아하는 것뿐이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겁니다." (크로커다일)

"간혹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글램메탈이라는 장르에서 화려한 비주얼만을 흉내 내서 한탕 하려는 밴드 아니냐는.(웃음) 하지만 우리 음악을 들어보시면 고개를 끄떡이실 겁니다. 피해의식의 음악은 정통 헤비메탈에 가까워요. 메탈사운드에 충실하죠. 비주얼에만 신경을 쓰고 음악적으로 부실한 그런 밴드가 아닙니다."

 

◆ 1집 정규앨범 'Heavy Metal Is Back', 수준 높은 글램 메탈의 교과서

이들의 말처럼 피해의식은 단순히 화려한 비주얼만 흉내 내는 그저 그런 밴드가 아니다. 음악적으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지난 4월 발매된 정규 1집 'Heavy Metal Is Back(헤비메탈 이즈 백)'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트로 곡을 포함 총 13곡의 트랙을 담은 1집 앨범은 정통 메탈사운드를 추구하는 곡들과 매력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록발라드가 뒤섞여 있는 앨범이다. 특히 기존 글램메탈 역사에서 명반이라고 평가받는 역대 작품들의 구조를 충실하게 따랐다.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머틀리 크루, 건즈앤로지스 등의 글램메탈 앨범을 들어보면 강력한 헤비메탈 사운드와 감미로운 록발라드, 멜로디 중심의 전형적인 글램메탈 사운드가 오목조목 연결돼 있다.

피해의식의 1집 앨범 역시 이런 방향을 그대로 따랐다. 타이틀곡 '헤비메탈 이즈 백'의 웅장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시작으로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발라드곡 '아이 스틸 러브 유', 멜로디와 스피디함을 갖춘 전형적인 글램메탈곡 '발기', '아메리칸 정크 보이' 등 우리나라 글램메탈 앨범의 교과서라고 할 만큼 다양한 사운드로 채워졌다. .

 

◆ 미국에서의 호평 경험 삼아 '일본 공략 나설 것'

이런 완성도를 앞세워 글램메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새 앨범은 북미 최대 쇼케이스 페스티벌 SXSW 기간에 참여하는 동한 현장 판매를 통해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또한, 음반을 미리 접한 유럽 관계자들은 직접 음반사 측으로 유럽 발매요청을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를 본고장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희귀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글램메탈의 본고장인 미국은 현재 우리 같은 밴드가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당연히 현지 팬들과 관계자들은 확실히 비주얼이 다른 우리를 보고 높은 관심을 가진 거죠."

"하지만 이렇게 처음에는 비주얼만 보고 관심을 두다가 우리의 음악을 들어보고는 또 다른 평가가 나왔어요. 매우 좋다는 반응들이었죠. 확실히 좋은 음악은 세계 누구에게도 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크로커다일(최일환, 보컬 겸 리더, 85년생 서강대학교 졸업)

미국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은 피해의식은 앞으로 본격적인 국외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이 전략적으로 두들기는 나라가 일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피해의식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가지고 있는 음반사가 몇 군데나 있다.

"일본은 현재도 록음악 시디가 최소 몇만 장은 나가는 나라예요. 록음악이 대중화돼 있기 때문이죠. 이런 시장을 우리 피해의식이 공략하려고 합니다. 이미 일본 잡지나 음반사에서 우리와 접선 중이에요. 비주얼 록을 좋아하는 일본의 록음악 성향과 우리가 맞아 떨어진 거죠. 앞으로 국외 활동은 일본 시장 공략을 우선적인 목표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 손경호(기타, 85년생 서울대학교 졸업)

◆ 고학력 갖춘 그들이 글램메탈에 빠진 이유? "좋아서죠"

피해의식은 인디신에서 유명한 고학력 밴드로 통한다. 리더 크로커다일이 서강대, 기타 손경호가 서울대, 베이스 조철현이 서울과학기술대, 드럼 타란툴라가 성균관대 출신이다.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굳이 고학력을 갖춘 이들이 인디신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저를 비롯해 우리 밴드 멤버들 자체가 고학력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저는 현재 유명한 대기업에 재직 중이죠. 주변에서 다들 그러더라고요. 왜 이걸 하냐고. 좋은 회사나 다니고 편하게 살지 그러냐고. 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꼭 한마디 대답을 합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겁니다'라고요."

"좋아서 한다는데 더는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글램메탈은 제 꿈이었어요. 넓게 말하면 음악은 제 꿈이자 목표에요. 우리 멤버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크로커다일)

▲ 스콜피온 (조철현, 베이스, 88년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재학중)

◆ 추구하는 글램메탈의 방향은? "정치와 분리된 음악입니다"

현재 인디신의 록음악들 절반은 정치적 성향을 띄고 있다. 특히 메탈밴드들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 이들도 마찬가지일끼? 피해의식이 추구할 글램메탈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분명 우리 멤버 개인에게는 각자의 정치적 성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을 음악적으로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이데올로기를 결부시켜 활동하는 것은 음악의 진정성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철저하게 정치를 배제할 겁니다. 글램메탈이라는 장르 자체도 80년대 호황기에 탄생한 즐기자는 음악이죠. 그냥 음악으로만 즐기고 싶어요."

"음악으로 정치를 하지 마라 그냥 즐겨라! 이것이 우리의 음악적 목표예요."

▲ 타란툴라 (김민수, 드럼,  91년생 성균관대학교 재학중)

[취재 후기] 피해의식은 자신의 음악에 충실한 밴드였다. 그래서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 글램메탈 역시 완성도가 높은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대한 확고한 방향성과 목표가 있고 이를 향해 밀고 나갈 뜨거운 열정도 있다. 피해의식의 이런 모습들은 침체한 우리나라 인디신의 활력이 될 것이다. 피해의식의 국내외 무대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드라마/인디 전문기자 박영웅 pres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