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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컬링 '데자뷰 4강', 이제 기적 아닌 현실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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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컬링 '데자뷰 4강', 이제 기적 아닌 현실 만들어야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3.24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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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저변 확대 필수

[스포츠Q 권대순 기자]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이 지난 24일(한국시간) 세인트존에서 끝난 2014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만에 4강신화를 쓰며 다시 한번 4위에 올랐다. 지난 23일 준결승에서 스위스에 패한 뒤 24일 동메달결정전에서 러시아에 6-7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2년전 역시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서 지고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해 4위를 기록했던 것과 같은 '데자뷰 4강'이다.

지난 5일 한국은 스위스에서 열린 2014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  한국 컬링 사상 첫 메달 획득의 기쁨을 맛봤다.

요즘 국제 성적을 보면 한국 컬링의 성장세가 무섭다 . 2012년 세계선수권 4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7위를 기록했다. 4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참가국 중 가장 낮았던 세계랭킹(10위)을 견줘보면 선전한 결과였다. 당시 일본(9위), 러시아(8위), 미국(7위) 등 강호들을 차례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두 번이나 오르는 쾌거를 연출했다. 지난 22일 세계선수권 스위스 전에서 스위핑을 하고 있는 이슬비, 김지선, 엄민지(왼쪽부터). [사진=AP/뉴시스]

훈련시설 부족

한국 컬링이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언론에서는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기적이 맞다. 소치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는 전용컬링장만 1000개가 넘는다. 이에 비해 한국에는 현재 태릉과 경북 의성 딱 두 곳에서만 전용훈련장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된 훈련 여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제반 여건을 따져보면 기적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 2월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결승에서 전북도청은 결승에서 현 국가대표팀인 경기도청을 꺾었다. 하지만 전북도청은 제대로된 컬링장에서 훈련하기조차 힘들다. 전북도청의 현재 훈련장은 화산빙상경기장. 컬링팀뿐 아니라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스케이팅 등 4개 종목이 돌아가며 사용하다 보니 컬링 특유의 페블(바닥의 돌기)이 없는 일반 빙판 위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다.

▲ 24일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는 러시아선수들과 한국 주장 김지선(왼쪽)의 표정이 대조를 이뤘다. [사진=AP/뉴시스]

최강익 전주컬링경기연맹 회장은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훈련하는 것이 전부”라며 “태릉이나 의성 훈련장은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신세계-이마트 전국 컬링대회 입상을 통해 지원받은 훈련금으로 캐나다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이 동계체전 우승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전남컬링의 경우 환경은 더 열악하다. 전남컬링은 그나마 전북도청이 훈련하는 화산빙상경기장에서 훈련하는 것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그마저도 전북이 캐나다 전지훈련을 가면서 전북과 반분해오던 비용을 홀로 떠안아야 했기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영권 전남컬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광역별이라도 컬링경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전북지역에만 생겨도 충청·전남권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 갈 곳 잃은 학생들

2014년 3월 현재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남녀 컬링팀은 초등부 8개팀, 중등부 21개팀, 고등부 19개팀이다. 그런데 대학부는 남자 1개팀, 여자 2개팀, 단 3개팀뿐이다.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적지않은 이들이 대학 진학을 할 수 없다보니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에서 보듯 일반부 팀 뿐 아니라 중·고등부에서도 좋은 실력을 갖춘 유망주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학생때 갈고 닦은 실력을 꽃피우지도 못한채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겨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일호 숭실대 코치는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다가 일반대학 진학에 실패해 컬링을 그만두고 전문대에 가거나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학교수가 적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일반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김 코치는 “현재 학교차원에서 장학금 혜택이 없기 때문에 데려오려고 해도 못데려오는 경우도 생긴다”며 대학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희망적인 얘기도 들린다. 소치 동계올림픽 태극낭자들의 활약에 고무된 경기도 의정부시가 국제규격에 맞는 컬링 전용 경기장을 올해 안에 착공하기로 한 것.

의정부는 의정부고, 송현고 등의 명문 컬링팀을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현 국가대표 김은지(24·경기도청)도 배출해냈다. 한마디로 ‘한국 컬링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2017년엔 진천선수촌에도 컬링경기장이 생길 예정이다. 그럴 경우 컬링 경기장이 경기 북부와 서울 북부, 경상권역, 충청권역에 나눠지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훈련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 주장 김지선이 24일 러시아와 세계선수권 동메달결정전에서 함성을 지르며 스톤의 궤적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그리고 현 대표팀 경기도청은 이제 세계 선수권 4강 두 번, 올림픽 1회 출전이라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팀이 됐다. 주니어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2위 팀이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평창까지 남은 4년 동안 이들이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 평창에서의 이변도 꿈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올림픽 4강, 아니 그 이상을 기대해 볼만하다. 

한국 컬링이 '데자뷰 세계 4강'으로 추억만 되새기지 않으려면 투자와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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