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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매경기 총력전' 한화야구의 마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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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매경기 총력전' 한화야구의 마력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2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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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투수 과부하 걱정될 정도로 잦은 등판…지키는 야구 통하자 팬 급증

[스포츠Q 이세영 기자] 22일 KBO리그 한화-LG전이 열린 잠실구장.

9회말 무사 1루에서 투수 권혁의 제구가 흐트러지자 김성근 한화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런데 이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김성근 감독이 권혁의 볼을 두어 차례 쓰다듬은 것.

앞서 벤치에서 박수를 치는 등 여러 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김 감독이지만 위기를 맞은 투수의 뺨을 쓰다듬으며 격려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과거 냉혹한 승부사로 대변됐던 그의 행적과 비교했을 때 나오기 힘든 행동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사령탑에 오른 뒤 이전 팀을 맡았을 때보다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그의 행동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강병철 롯데 감독이 최동원에게 한국시리즈 1, 3, 5, 7차전 등판을 준비하라며 “동원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말하는 상황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한화의 뒷문을 맡을 투수는 사실상 권혁밖에는 없었다. 기존 마무리 투수 윤규진이 지난 9일 LG전 등판 이후 부상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 필승조 송은범과 박정진도 이미 마운드에 올라온 상황이었다. 이에 7회 등판한 권혁이 9회까지 던져야 했다. 결과는 무실점 세이브. 팀의 5-2 승리를 지킨 권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내일이 없는 야구? 앞문 부실해 불가피한 상황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투수 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이것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평균자책점 5.27로 10개 구단 중 8위인 한화는 18경기 중 선발의 퀄리티스타트가 단 네 차례(8위)에 불과하다. 때문에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불펜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권혁과 박정진이 나란히 12경기에 등판해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아울러 12경기를 출전한 네 선수 가운데 권혁(18⅔이닝)이 경기 당 평균 1.56이닝 투구로 1위, 박정진(12⅓이닝)이 1.03이닝으로 2위에 올라 있다. 13경기에 등판한 NC 임정호는 8⅓이닝만을 투구했지만 한화 30대 투수들은 접전 상황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다.

시즌을 길게 봤을 때 다소 우려되는 투수 운영이지만 선수들이 잘 버텨주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권혁은 1패 3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고 박정진(평균자책점 3.65)은 구원으로만 3승을 챙겼다. 세이브와 홀드도 각각 1개, 2개를 기록했다. 송창식도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순항 중. 한화는 불펜 투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9승9패로 5위에 올라있다.

팬들 입장에서 불펜 투수들이 연투를 하면 조마조마하기 마련이지만 현재까지는 해피엔딩 사례가 더 많아 야구에 대한 묘미를 느끼고 있다. 선발 투수들이 조금만 더 버텨준다면 불펜 요원들이 더 나은 컨디션으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용규가 22일 KBO리그 LG전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중독성 강한 한화표 야구에 폭발하는 팬심

돌아보면 불안요소가 가득하나 이는 역설적으로 한화 야구가 많은 인기를 얻는 이유다.

KBO리그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성근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것도 있지만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야구가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18경기 중에 3점차 이하 승부를 무려 12번이나 했다. 3연전 중 두 번은 피 말리는 승부를 펼친 셈이다.

경기 중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생중계 동시접속자수를 비교해보면 한화 경기를 보는 팬들이 나머지 4개 구장보다 월등히 많다. 어떨 때는 4개 구장을 합친 팬들보다도 많은 이들이 한화전을 볼 때도 있다.

한화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팬심의 이동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타 구단 팬이었는데 한화로 갈아타야겠다. 야구를 참 재밌게 한다"며 한화 야구의 매력에 감탄했고 또 다른 팬은 "지든 이기든 끝까지 열심히 하는 면모가 보기 좋다. 이제부터 한화팬 하겠다"고 남다른 관심을 표현했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주말경기를 많이 하지 않아 홈경기 관중 추이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몇 년간 관중석 시설이 좋아져 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특히 유료로 모집하는 연간회원이 조기에 마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 야구에만 집중했다면 요즘에는 젊은 팬들이 선수 개개인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일례로 전국구 스타가 된 이태양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른 한화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끈한 야구로 떠나간 팬심을 되돌리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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