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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해설자, 춘추전국시대에 명심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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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해설자, 춘추전국시대에 명심해야 할 것들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4.2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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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요즈음 프로야구는 일부이긴 하지만 저질 편파해설 문제로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 같다. 해설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해설이 하루아침에 좋아지리라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방송해설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야구와 관련된 식견은 물론 방송의 메커니즘도 알아야 하며, 그래서 오랜 연륜이 쌓여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해설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 열거해 본다면 첫째, 야구 전반에 걸친 해박한 전문지식, 둘째, 플레이를 명료하게 압축하는 능력, 셋째, 적절하게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는 어휘력, 넷째, 규칙에 대한 정확한 숙지와 설명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해설자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다.

▲ 10구단 원년시대를 맞아 방송사들 간에 야구해설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지난 3월 2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MBC스포츠플러스 '2015 메이저리그 & KBO리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멋진 해설을 다짐하고 있는 정민철, 이종범, 허구연, 김선우 해설위원(왼쪽부터). [사진=스포츠Q DB]

해설을 코믹하게 하려고 하는 생각이라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저질 해설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순수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팬들은 원할 것이며, 특히 특정 팀이나 감독, 선수를 치켜세우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편파성 해설은 더욱 해서는 안 된다.

플레이 자체에 초점을 맞춰 분석적 차원에서 접근을 한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으리라고 본다. 전체 흐름과 각 부분의 핵심만 짚으며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조언자적인 해설이 정말 좋은 해설이라고 생각한다.

해설자 나름대로 개성을 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러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말장난이 아닌 경기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풀어나가야 양질의 해설이 될 것으로 본다.

2015년 KBO리그는 신생팀 kt가 합류하면서 하루에 5개 채널에서 경쟁적으로 중계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종전보다 많은 해설자들이 필요해졌고 갓 은퇴한 선수 출신이 대거 투입되는 현상이 생겼다.

해설자들은 선수 출신의 새로운 얼굴, 지도자로 경험이 있는 인물, 수십 년 동안 해설을 해온 베테랑 등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신진 그룹이 기존 그룹에 맹렬하게 도전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 허구연 해설위원은 방송해설은 할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사진은 MBC스포츠플러스 '2015 메이저리그 & KBO리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허구연 해설위원(왼쪽). [사진=스포츠Q DB]

이런 열띤 경쟁을 통해 해설자들의 수준은 올라갈 것이고, 금년이 지나면 생존자와 낙오자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리라고 본다. 그동안 도태된 해설자들을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같은 레퍼토리를 되풀이하거나, 깊이 없이 개그식으로 말장난하다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신진 그룹들의 강력한 대시에 기존 세력들은 바짝 경계와 긴장을 하고 있다. 신진들의 해설은 때가 묻지 않은 심플한 해설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강점을 계속 살려 나가야 하며 말의 기교에 대한 유혹을 물리쳐야만 한다. 양질의 해설을 지속해야 팬들로부터 거부감이 없는 해설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해설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신진들의 추격에 덜미를 잡히지 않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들은 자기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튀는 언사를 경계해야 한다. 해설은 개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설의 왕도는 없겠지만 경기의 흐름과 맥을 짚는 날카로운 해설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당장 인기를 끌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숲과 나무를 함께 보는 눈이 필요하다.

허구연 위원은 "방송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된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일주일만 하면 밑천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한 달이 지나면 모든 것이 나온다. 단발성 이벤트는 상관없겠지만, 시즌을 치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라며 해설자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단순히 자리에 앉아 경기를 보면서 말만 하면 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해설을 한 허구연 해설자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해설은 아주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팬들의 귀와 눈이 매처럼 무섭다는 것도 해설자들은 알아야 하겠다. 공부하는 것은 기본사항에 들어있는 것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지식을 습득하는데 게을러서는 안된다. 기왕에 해설자의 길로 들어선 이상 팬들로부터 갈채를 받는 훌륭한 해설자들이 되길 간곡히 바란다.

tiger77@tig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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