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챌린지 2015] (21) 왕관을 쓰려는 '빅맨' 박지수, 그 무게를 견뎌라 (上)
상태바
[챌린지 2015] (21) 왕관을 쓰려는 '빅맨' 박지수, 그 무게를 견뎌라 (上)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27 10:4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당경영고 승승장구 주역 박지수...국내대회에 소홀히 한다는 오해에 털어놓는 속내

[300자 Tip] 또래들 사이에서 월등히 키가 큰 선수가 보인다. 리바운드도 잘 하고 동료들에게 찔러주는 패스도 일품이다. 골밑에서 득점력이 좋다 보니 눈에 쉽게 들어온다. 지난해 존스컵에서 한국 여자농구 사상 최연소(15년 7개월)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박지수(분당경영고·195㎝)는 국내외에서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성인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5경기 평균 13.2점 9.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박지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경기당 11점을 넣어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장차 한국 여자농구를 짊어질 빅맨 자원이 나왔다”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남=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지난 2월 국제농구연맹(FIBA)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박지수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한국의 10대 스타 박지수, 성년이 되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FIBA는 “어린 나이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박지수는 단지 대표팀에 포함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고 찬사를 보냈다. 제법 큰 공간을 할애하며 박지수를 소개했다.

▲ 박지수가 분당경영고 실내체육관인 웅비관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를 떠올린 박지수는 “인터뷰를 할 땐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기사를 보고 나서 놀라웠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농구단체가 나를 알아봐줘서 감사했고 영광이었다”고 웃어보였다.

지난해 박지수의 행보는 의미 있었다. 소속팀과 연령별 대표팀뿐만 아니라 성인대표팀 경기에도 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터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이 C조 리그 3전 전패로 탈락하는 가운데서도 신체조건이 뛰어난 선수들과 골밑 싸움을 펼친 박지수는 국제대회 경험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었다.

“일단 힘이 굉장히 세더라고요. 신체조건이 좋은데 잘 뛰기까지 하니 놀라웠습니다. 벤치에서 볼 때와 직접 맞붙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국 선수들보다 팔다리가 길어서 공을 쉽게 뺏었습니다.”

세계무대에서 실력차를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국내에서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7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한 박지수는 그해 10월 전국체전, 올해 1월 WKBL 총재배, 지난 2일 협회장기에서 모두 우승을 맛봤다. 그 사이 팀은 21연승을 쾌속 질주했다.

◆ 국외경기보다 국내경기가 더 힘들다

박지수는 운동선수 집안에서 태어나 축복받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현역시절 실업농구 삼성전자의 주전 센터로 뛰었던 박상관(46) 전 명지대 감독이고 어머니는 배구 청소년국가대표를 지낸 이수경(46) 씨다. 또 오빠 박준혁(18)은 성남 송림고에서 배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수원화서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박지수는 분당청솔중을 거치며 수많은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아울러 2007년 창단 이후 6년 동안 무관이었던 분당경영고를 단숨에 농구 명가로 이끌었다. 박지수는 신입생으로 들어온 지난해부터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다.

국내 아마추어대회에서 이룰 것을 다 이뤄서인지 일각에서는 ‘플레이에 절실함이 없다’, ‘대표팀에 선발된 뒤 몸을 사린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다보니 소속팀 경기에 소홀히 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 것.

▲ 패스와 리바운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박지수는 "피봇과 포스트업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에 박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국내대회를 치르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성적을 고려한다면 다소 의외의 대답이었다. 박지수는 “정신력이 뛰어난 국내 선수들이 악바리 기질을 발휘하다보니 플레이하기가 까다롭다”며 “주위 분들은 적수가 없다고 하시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경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산여고에서 3년 동안 코치를 한 뒤 올해 1월 부임한 박성욱(35) 분당경영고 코치도 “다른 학교에 있었을 때와 지금 박지수의 정신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며 “본인이 위기의식을 느끼면 언제든 그것을 해내려 노력하는 선수다.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 언젠가는 갈 미국연수, 단점 보완하는 기회로 삼는다

어린 나이에 국내 정상급 센터로 자리매김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다는 박지수다.

박지수는 “피봇(공을 가진 선수가 한 발을 축으로 돌면서 방향을 바꾸는 플레이)이나 상대와 대등하게 맞서기 위한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언젠가는 미국 장기연수를 꼭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지수의 갈증을 풀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2월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의 지원 아래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2주간 훈련을 받았다. 2013년부터 가동한 유망주 조기발굴 프로젝트의 일환. 현지에서 제이슨 라이트 코치의 조련을 받은 박지수는 드리블, 슛 등 기본기를 다지고 현지에서 미국팀들과 연습경기도 치렀다.

박성욱 코치는 “패스워크나 기본기는 탄탄하다. 골밑에서 외곽으로 공을 뺀다든지 커팅으로 찔러주는 플레이는 일품이다. 리바운드도 잘 잡아낸다”며 “다만 포스트업(골밑에서 상대를 등지고 들어가는 일대일 플레이)이나 미들슛 능력이 약하다. 이런 점을 보완하면 국보급으로도 손색없다”고 평가했다.

▲ 박지수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는 순간 소원을 성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정도.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루는 것과 마찬가지"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며 부활을 알렸다. 비록 이 대회를 끝으로 변연하(청주 KB스타즈)와 이미선(용인 삼성), 신정자(인천 신한은행)가 태극마크를 반납했지만 프로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미래가 밝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이후 최고 성적을 노리는 한국은 오는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팀을 새달 발표한다. 박지수의 합류가 유력한 가운데 한국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야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박지수는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의 무대다. 만약 올림픽에 나간다면 소원을 성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감격스러울 것 같다”며 “다른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만큼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은순 선배님과 박찬숙 선배님처럼 이름만 말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농구선수가 되는 것이 제 목표이자 꿈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취재후기] 열일곱의 나이에 불과하지만 박지수는 자신의 농구인생에 대한 로드맵이 상당 부분 짜여 있었다. 어느 부분이 잘 되고 있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나에게 농구는 생명이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간절함을 비치는 박지수가 농구를 허투루 생각한다는 소문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자가 만난 박지수는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수였다. 실력으로나 정신력으로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 박지수가 분당경영고 웅비관에서 열린 청주여고와 연습경기에서 공을 줄 곳을 찾고 있다.

ㄴ [챌린지 2015] (21) '신흥명문' 분당경영고에 21연승보다 중요한 것 (下) 으로 이어가려면.

syl015@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