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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간 도발의 그녀, '차이나타운'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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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간 도발의 그녀, '차이나타운' 김고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25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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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사진 이상민 기자] 노년의 시인을 사로잡는 관능적인 10대 소녀 은교(은교), 연쇄살인마에 맞서는 미친 여자 복순(몬스터)을 거쳐 비정한 ‘차이나타운’(4월29일 개봉) 거리에 선 일영으로 훅 다가온 김고은(24). 20대 여배우 중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싱그러운 떡잎이다.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뒤 차이나타운에 팔려가 생존 본능 하나로 엄마(김혜수)를 위해 ‘쓸모 있는’ 아이가 된 일영이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나며 미묘한 변화를 느끼는 순간, 드라마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숏커트에 가죽점퍼, 잭나이프를 쥔 채 소년과 여자의 경계에 서 있던 김고은이 앳된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으로 인터뷰 석에 앉았다.

Canne 오는 5월13일 개막하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스페셜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받았어요. 아직 스케줄 조정이 이뤄진 상황은 아니지만, 칸영화제에 가면...영화를 보고 싶어요. 부산국제영화제 때도 많이는 아니고 영화 한 편은 봤었거든요.

Scenario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울컥했어요.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 윤상 이적님이 페루의 마추피추를 처음 마주할 때의 형용하기 힘든 먹먹함이 아닐까 싶어요. 허구의 느낌보다는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영화가 탄생할 것 같은 기대가 생겼어요.

Chinatown 인천 차이나타운에 화궈(샤부샤부) 단골집이 있어서 자주 갔었어요. 어느 날, 부모님을 모시고 들르려 했는데 없어져 버렸더라고요. 아쉬웠죠. 영화를 준비하면서 호기심 차원에서 월미도의 한 곳을 찾았어요. (시나리오와) 비슷한 뉘앙스를 느꼈죠. 특히 그곳에서 맞닥뜨린 중년 여성과 젊은 여자에게서 놀랍게도 엄마와 일영의 모습이 슬쩍 묻어나더라고요.

 

Character 일영 캐릭터가 말수도 별로 없는 등 정적이에요. 나오는 장면은 굉장히 많아서 감정선을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해내고 싶다”는 욕망이 커서 한준희 감독님과 신 바이 신(Scene By Scene)으로 감정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뒤죽박죽 찍을 때 헷갈릴 수 있으므로 감정을 환기시킬 만한 장치를 마련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이것저것 해보려는 욕심도 덜어냈고요.

Action 무협영화 ‘협녀: 칼의 기억’ 촬영으로 인해 2013년부터 액션스쿨에서 여러 팀과 액션트레이닝을 받아서 이번에 액션이 힘들진 않았어요. ‘협녀’에선 장검을 들고 설쳤는데(웃음) ‘차이나타운’에선 그런 게 아니니까 주먹으로 한 대를 때리더라도 일영이 겪어온 세월을 보여줄 수 있어야하지 싶었어요. 차지게 때렸죠.

Kim Hyesoo “김혜수 배우와 함께 나올 때 주눅 들지 않더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선배님이 절 혼내시는 것도 아니고(웃음), 연기하기 편하게 늘 해주셨어요. 주고받는 게 행복했어요. 특히 현장에서 힘을 줘야하는 장면을 찍는 날엔 “니 연기 너무 좋다”며 계속 기운을 불어넣어 주셨죠. 그 외엔 주로 수다를 떨었어요. 제게 눈높이를 맞춰주신 거죠. 절 같이 하는 파트너로 인정해주신 거고. “좋은 배우는 어때야 할까”를 계속 고민했는데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연기만 잘 한다고 좋은 배우는 아니다’를 확실히 깨달았어요.

 

Actress ‘협녀’에서 공연한 전도연 선배님, 이번에 김혜수 선배님처럼 인정받는 여배우들을 보면서 ‘무엇이 다를까’를 질문해 봤는데 ‘연기에서 진심이 느껴진다’였어요. 그런 특별함 때문에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나 싶어요. 저도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죠. 데뷔한 지 4년밖에 안됐는데 20~30년의 연기 내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에요. 다음 영화 ‘계춘할망’의 윤여정 선생님도 계시니까 더욱 기대되고요.

20‘s ‘차이나타운’에는 저를 비롯해 고경표 박보검 엄태구 조현철 이수경 등 같은 2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요. 홍주 역 조현철씨와는 같이 단편영화 작업을 한 적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처음이었죠. 초반엔 서로 낮을 가렸는데 고경표씨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어요. 화기애애하고 재미있는 현장이 됐죠. 극중에서도 식구로 얽힌 저희들의 젊은 에너지는 영화에서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Last Scene 마지막에 일영과 엄마가 맞닥뜨리는 장면 촬영을 앞두고 도망치고 싶을 만큼 심리적 압박이 심했어요. 그런 중요한 장면을 연기할 땐 늘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결국은 지쳐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당일에도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컨디션에서 본능에 맞춰 연기했어요.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나야 했던 신이었는데 모든 걸 내려 놓으니까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The Guy 차이나타운 외에는 알려고도 안했고, 잘 하려고도 안했던 일영이 석현을 만나면서 흔들리게 되잖아요. 일영에게 석현은 로맨스의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감정을 모르고 살아왔기에 밝디 밝은 석현을 마주한 순간 낯섦, 호기심, 그의 친절함에 대한 놀라움이지 않았을까요. ‘쟤는 왜 나랑 다를까’에서 출발해 ‘(죽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적어도 죽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 싶어요. 물론 그게 너무 많은 사건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지만요.

Standard 작품을 선택할 때 장르를 따지진 않아요. 캐릭터가 세서 싫어한 적도 없고요. 일상적인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매우 좋아해요. 기회가 되면 멜로도 해보고 싶고요. ‘차이나타운’과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계춘할망’에서 가족 이야기를 하게 된 건 매우 만족스러워요. 지금까진 기준이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꽂히면 바로 했죠. 후후. 느낌이 좋으면 고민하지 않아요.

[취재후기] 충무로 관계자들은 김고은을 두고 천상 ‘배우의 얼굴’을 가졌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쌍꺼풀 없는 초승달 눈매, 어떤 색깔도 받아들이는 하얀 캔버스 같은 마스크 덕분이다. 더욱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보기 드문 장점 탓인지 '센' 영화에 잇따라 나오고 있다. 톤 조절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그 순간, 탁자 위에 놓인 기자의 휴대폰 케이스를 만지작거리며 관심을 드러내던 그가 고심 끝에 “에잇, 폰 바꾸면 사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천진난만한 소녀가 등장했다가 단숨에 공감력 뛰어난 여배우가 튀어 나온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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