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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21) '신흥명문' 분당경영고에 21연승보다 중요한 것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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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21) '신흥명문' 분당경영고에 21연승보다 중요한 것 (下)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4.2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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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으로 일군 기적의 21연승…"매경기 최선 다하다 보면 연승 기록은 따라올 것"

[성남=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분당경영고와 청주여고의 농구 연습경기가 열린 분당경영고 웅비관.

연습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안에는 양 팀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함성이 가득했다. 감독들도 시시각각 작전을 지시하느라 분주했다.

치열한 승부를 펼친 결과 경기는 분당경영고의 58-48 승리로 끝났다. 실전을 치르는 것처럼 치열하게 뛴 선수들의 유니폼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 분당경영고 농구부 선수들이 청주여고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왼쪽부터 나윤정(2년), 차지현(2년), 조세영(2년), 박지수(2년), 문지유(1년).

분당경영고는 2007년 창단한 여자농구 후발주자다. 김영현 감독과 민만기 코치를 초대 코칭스태프로 선임, 연계학교 격이었던 분당청솔중 졸업예정자와 당시 해체했던 은광여고 선수들을 받아 팀을 꾸렸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일단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선수들도 팀을 이탈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이에 2009년 여고농구에 잔뼈가 굵은 김광호 전 청주여고 코치를 임명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선 분당경영고는 선수들이 하나 둘 복귀하면서 농구팀의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

◆ 6명으로 일군 21연승의 기적…찰떡같은 호흡이 비결

3위를 차지한 2009년 춘계연맹전 이후로 꾸준히 순위권에 들었지만 우승이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2009년 연맹회장기에서도 3위를 기록한 분당경영고는 2010년 추계연맹전 3위, 이듬해 춘계연맹전과 추계연맹전에서 나란히 3위에 그쳤다.

3위 징크스를 깬 시점은 2013년이었다. 그해 춘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연맹회장기에서도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남은 것은 우승. 분당경영고는 2014년 신입생으로 들어온 박지수를 앞세워 대권에 도전했고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 지난해 7월 종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효성여고를 81-57로 꺾고 정상에 올라선 분당경영고는 11월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인성여고를 66-43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 올 시즌 첫 전국대회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배 춘계대회 결승에서 청주여고를 누르고 우승컵을 따냈고 지난 2일 협회장기에서도 수원여고를 제압하고 우승기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부터 승승장구한 분당경영고는 21연승 행진을 달렸다.

▲ 지난해부터 우승을 차지한 4개 대회 우승기. 각 우승기에 선수들의 사인이 적혀 있다.

분당경영고가 신흥 명문으로 자리 잡은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마추어 최고의 빅맨으로 꼽히는 박지수(17)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6명에 불과한 선수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선수단 7명 가운데 2학년이 3명이었는데 올해 3학년에 올라가면서 모두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이에 올해는 신입생 2명을 포함한 6명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먼저 신장 195㎝로 센터를 맡고 있는 박지수는 기본기가 탄탄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골밑에서 외곽으로 빼는 패스워크와 커팅으로 찔러주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큰 키를 이용한 리바운드 능력도 빼어나다. 올 1월부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성욱 분당경영고 코치는 “포스트업과 피봇, 미들슛 능력만 기른다면 국보급 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장인 나윤정(17)은 가드로서 개인기가 뛰어나다. 신장 175㎝로 상대 가드와 맞붙었을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그는 미스매치 시 포스트업에서 발을 빼는 플레이를 잘한다. 단점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슛과 쉽게 지치는 체력. 나윤정은 박성욱 코치의 지도 아래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수비를 소화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

차지현(17·175㎝)과 조세영(17·176㎝)도 주전으로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달 협회장기 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차지현은 포인트가드로서 득점력이 뛰어나다. 다만 가끔씩 의욕이 앞서 무리한 슛을 날릴 때가 있다. 패스 시야도 좁아 코트를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코치의 지적. 스몰포워드를 맡고 있는 조세영은 주력과 순발력이 뛰어나 리바운드나 속공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자원이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만 높인다면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신입생들도 잘 다듬어진다면 기량을 만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박성욱 코치는 “파워포워드를 맡고 있는 문지유(16·176㎝)는 발이 느린 편이지만 박지수로부터 파생되는 미들슛을 잘 처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워드 이재은(16·165㎝)에 대해서는 “신장이 작지만 3점슛 능력이 뛰어나다. 경기 경험이 부족한데, 올 가을쯤 되면 언니들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 문지유(오른쪽 두번째)이 청주여고와 연습경기에서 돌파에 이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적은 인원이지만 찰떡같은 호흡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나윤정과 차지현, 조세영은 성남 수정초등학교 때부터 분당청솔중, 분당경영고에 이르기까지 10년째 손발을 맞추고 있다. 박지수도 청솔중 재학시절부터 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눈빛만 봐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게 박성욱 코치의 전언. 박 코치는 “아이들끼리 우애가 정말 좋다. 박지수라는 대선수가 있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잘 받쳐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가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내니 학교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새로 부임하신 황윤규 교장선생님이 농구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며 말문을 연 박 코치는 “전지훈련 등 각종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원해준다. 경기 출전 때문에 오전수업을 종종 빠지는데, 보충수업으로 보완해주기도 한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 모든 수비는 공격의 출발점

“공격의 시작은 수비다. 수비를 먼저 다지고 공격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싶다.”

박성욱 코치는 수비력을 탄탄히 갖춘 뒤 공격에서 세밀한 부분을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수들 간 손발은 잘 맞지만 적은 인원 때문에 체력이 달려 수비가 안 될 때가 많다는 것.

이에 박 코치는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체력훈련을 강조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물론 수시로 운동장을 뛰며 지구력을 기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체력이 소진되는 것을 우려해 속공을 자주 시도하지 않는다”며 “체력 안배를 잘하면서 경기를 운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비가 돼야만 속공 등 점수를 쉽게 낼 수 있는 공격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비가 정비됐을 때 시도하고 싶은 패턴플레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 코치는 “지수가 리바운드를 잘 잡으니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속공에 가담하며 점수를 내는 공격을 펼치고 싶다”며 “골밑에서 파생되는 플레이를 함으로써 외곽 찬스를 엿보는 패턴도 시도하고 싶은 공격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박지수가 청주여고와 연습경기에 앞서 드리블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 21연승보다 중요한 것? 매순간 최선을 다하라

4개 대회 연속 우승과 21연승. 분당경영고는 지난해부터 여고농구의 독보적인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승 기록이 어디까지 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박성욱 코치는 21연승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하다보면 연승은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에 50연승이 목표라고 했는데 단순히 50연승까지 가겠다는 게 아니라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면 기록도 따라올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을 지키기 위해 박 코치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했다. 연습시간이든 경기할 때든 집중력을 가지라는 것. 집중을 해야만 어떤 플레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경기 시작 후 5분과 끝나기 전 5분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체력적인 부분도 강조하고 있다. 박 코치는 “적은 인원수로 많은 경기를 뛰고 있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 체력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대회에서 힘들어 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 청주여고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는 분당경영고 선수들. 이날 경기는 분당경영고의 58-48 승리로 끝났다.

ㄴ [챌린지 2015] (21) 왕관을 쓰려는 '빅맨' 박지수, 그 무게를 견뎌라 (上) 로 돌아가려면.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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