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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3) 배우 최윤준, 연극은 나의 삶!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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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3) 배우 최윤준, 연극은 나의 삶!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2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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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배우 최윤준은 자신의 직업을 말하는 데 주저했다. 매일 연극 무대에 서는 그에게 이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연극에 평생을 바쳐 온 사람이 많은데, 전 방송 출연같은 '외도'를 많이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는 '연극배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어떤 때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는데 옆에서 '저 사람 연극배우 아냐?' 하는 소리에 술이 확 깨더라고요."

정신을 깨우는 네 글자. '연극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장 사랑하는 최윤준을 만났다.

◆ 교회 발표회서 처음 만난 연극, 군대 휴가 때도 극장행

최윤준은 중학 시절, 당시 다니던 서울 종로구 동숭교회 극단 '증언'에 들어가며 연극과 처음 연을 맺었다. 교회 졸업 발표회에서 섰던 연극무대에서 재미를 느꼈던 까닭이었다. 이후 군부대, 교도소 등을 다니며 위문공연을 했다. 연극 '빈 방 있습니까'로 유명한 '증언'은 배우 강신일, 유오성, 박용수 등이 거쳐간 극단이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던 건, 연극 '낮은 데로 임하소서'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소극장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1980년대, 서울 충무로의 대한극장 뒤에 위치했던 '건넌방' 소극장은 그가 꿈을 키운 공간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극단에서 연기를 배우고,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연극에 파고들었다. 집안에선 '딴따라가 돼서 뭐하겠느냐'며 그를 반대했지만, 연극에 대한 최윤준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극장에서 먹고 자면서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죠. 걱정이 되신 어머니께서 극장 앞 밥집에 제 대신 밥값을 미리 치러주시고 '아들 밥 좀 챙겨주세요' 할 정도였으니까요. 군 입대 전날까지도 극장에 있었어요. 보름 휴가를 나와서는 14일간은 극장에 있다가 하루가 남았을 때에야 집에 갔죠."

무엇이 이런 열정을 가능케 했던 걸까. 최윤준은 그저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며 웃었다. 연극에 대한 사랑과, 20대의 뜨거운 시절이 그의 청춘을 만들었다.

◆ '재연계의 제왕' 불렸던 과거, 연극에 대한 갈증으로 돌아온 무대

최윤준은 현재 극단 '미르 레퍼토리'의 연극 '별이 내려온다!'에 출연 중이다. 그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선 그를 알아본 관객들의 작은 감탄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최윤준은 다양한 TV 드라마, 재구성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널리 알렸다. 인상적인 마스크와 푸근한 미소는 대중에 익숙하다.

"재구성 프로그램 붐이 일었을 때가 있었어요. 연극판에서 연기력을 키운 배우들이 출연하자 큰 인기를 끌었죠. 저도 그때 여러 프로그램에 나갔고, 한창 때는 촬영감독님이 '재연계의 제왕'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했죠.(웃음) 연극은 1~2년에 한번씩은 꼭 했지만, 방송출연이 더욱 잦았던 때였어요. 수입이야 연극보다 방송 출연료가 훨씬 높죠. 하지만 바쁜 일정에 치이면서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고, 뭔가에 대한 갈증이 나더군요."

▲ 극단 '미르 레퍼토리'의 이재상 대표와 배우 최윤준은 고교 시절 연을 맺은 친구 사이다.

그것은 연극, 특히 깊이있고 진정성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었다. 최윤준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 확립이 다시 필요함을 느꼈다.

"연기자로서 허송세월을 한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분들이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말씀해주셔도 위로로 들릴 뿐이었어요. 진짜 나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무대에 제대로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극 무대에 보다 자주 서며, 진지하게 작품을 탐구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별이 내려온다!'의 연출이자 '미르 레퍼토리'의 이재상 대표는 그와 고교시절 연을 맺은 친구다.

"저는 이재상 대표를 감히 천재라고 얘기합니다. 뺏어먹을 게 많아 제가 붙어있는 거죠.(웃음) 다른 데는 욕심이 없는데, 연기에 대해서만은 욕심이 크게 납니다."

◆ 작은 인물도 '주인공'되는 연극, 매일 서는 무대지만 싫증 없어

연극에 푹 빠진 남자, 연기를 시작한지 33년이 넘었으나 무대에 대한 그의 사랑은 여전히 뜨겁고 절절하다. 무대를 위해 한 두 달 가량 간 작품에 대해 파고들고, 표현을 위해 창작과 자기고찰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무대에 오르면 객석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연극을 '찰나의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연극을 못 벗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매일 같은 내용으로 무대에 오르지만, 매일매일 다른 연기가 나오고 그에 따라 리액션이 달라요. 0.1초라도 대사의 속도가 달라지고, 공기가 달라지고, 관객의 반응이 달라지죠."

 

또한 최윤준은 드라마·영화와 연극의 차이로 배역의 차이점도 꼽았다. "드라마가 주인공 위주의 이야기라면, 연극은 아주 작은 인물도 주인공이 된다"는 것. 그의 말을 증명하듯 연극 '별이 내려온다!'에는 산장 주인, 스님, 조난객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분량과 상관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주인공으로 기능했다.

공연마다 달라지는 느낌과 감동. 이는 최윤준이 연기를 지속하는 이유와도 맥락이 같다.

"저는 원래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연기만큼은 유일하게 싫증이 안 나더군요.(웃음)"

[히든스타 릴레이] (13) 최윤준, "꿋꿋한 '순수연극'에 지원 필요해" (下)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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