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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성역도 깼다, 이제는 '리베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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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성역도 깼다, 이제는 '리베로 시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2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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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1순위-V리그 최고연봉자-사상 첫 사령탑 부임, 한국도로공사 행보 주목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리베로가 당당히 인정받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감독도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3일 “이호 전 우리카드 수석코치를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현역 시절 안정적인 리시브와 몸을 날리는 디그로 숱한 명장면을 연출했던 그가 사령탑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자 많은 배구팬들은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프로배구 사령탑은 세터와 공격수로 양분됐다. 세터로는 김호철, 이경석 전 감독에 이어 신영철, 최태웅 감독이 명맥을 잇고 있다. 주공격수로는 강만수, 하종화 전 감독을 비롯해 김종민, 김세진 감독이 있다. 센터와 보조 레프트 출신이 뒤를 이었다.

이호(42) 감독의 부임은 리베로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음을 알리는 쾌거다. 리베로는 사실 지난해부터 점차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감독의 성역마저 깬 것이다. 

◆ 드래프트 1순위-V리그 최고연봉자도 리베로 

지난해 9월 11일. 2014~2015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성균관대 졸업예정자 오재성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렸다. 한국 프로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리베로가 1순위 지명을 받은 뜻깊은 날이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재성을 택했다.

오재성은 시즌 내내 맹활약하며 센터 박원빈(OK저축은행), 세터 황승빈(대한항공), 이승원(현대캐피탈)을 제치고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시즌 중간 9연승을 내달리는 등 배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한국전력의 돌풍에는 ‘리베로’ 오재성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다.

챔프전 승부도 리베로의 손에서 갈렸다. 정성현이 굳건히 중심을 지킨 OK저축은행은 곽동혁과 이강주가 불안함을 보인 삼성화재를 완파했다. 배구는 세터놀음. 그러나 네트 가까이 올려주는 ‘명품 리시브’가 없다면 양질의 토스도 없다.

수비만 하는 선수로 서브도 넣을 수 없고 스파이크를 때릴 수 없다. 그래서 리베로 제도 도입 당시 ‘선수 생명이 반쪽이 된다‘며 반대하던 목소리도 나왔다. 이젠 그렇지 않다. 지난 시즌 V리그 최고 연봉자 역시 리베로였다. 여오현(현대캐피탈)은 3억5000만원을 받았다.

▲ '1순위 리베로' 한국전력 오재성. 그는 지난 시즌 신인왕까지 거머쥐며 리베로 시대를 열어젖혔다. [사진=KOVO 제공]

◆ "보이지 않는 포지션 존재감 커져"

“분명한 것 하나는 이 감독이 디펜스를 중요시할 것이라는 것이죠. 현대 배구는 갈수록 수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탄탄했던 도로공사는 이호 감독 부임 이후 더 좋아질 것입니다.”

이숙자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한국도로공사의 팀 컬러가 더 끈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전 승부를 보면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승부는 결국 받는 것에서 갈린다”며 “이호 감독이 알찬 배구를 펼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베로, 세터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의 포지션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위원은 “예전만 해도 잘하면 공격수 덕, 못하면 리베로, 세터 탓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배구팬 분들도 해외경기를 접하면서 보는 눈이 높아져 이제는 전문가 못지않게 리베로, 세터의 중요성을 잘 안다”고 밝혔다.

이호 감독은 나날이 커가는 리베로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덜미를 잡혔던 한국도로공사는 어떤 팀으로 태어날까. 리베로 감독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또한 V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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