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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주국제영화제③] 다시 만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와 '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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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주국제영화제③] 다시 만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와 '청연'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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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산업 규모 6위,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 배출…. 아시아 영화 중에서도 한국 영화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의 동력은 어디서부터일까?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시 보고 주목할 만한 영화들을 선정, 영화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백 년 동안의 한국 영화' 섹션이다.

전주 국제영화제는 20세기 한국 영화의 주요 작들은 '한국영화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21세기 주요 작들을 '와일드 앳 하트'라는 섹션명으로 정리했다. 

 

[사진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스틸컷]
[사진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스틸컷]

 

전주영화제 방문 기간 동안 기자는 '고양이를 부탁해'(2001)와 '청연'(2006)두 편의 영화를 만났다. 두 편의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관객들에게 외면 받았으나 이후에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 받으며 재주목 받았던 작품이다. 

그렇다면 다시 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와 '청연'은 한국 영화계에 있어 어떤 작품이었을까?

# '고양이를 부탁해', 방황하는 '여성'과 '청춘'

최근 한국 영화계에는 여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남성 중심적인 한국 영화의 풍토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 주연 영화, 감독 영화에 대한 영화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며 유의미한 영화들도 제작됐다.

그런 최근의 충무로 분위기 속에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는 다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여성 감독인 정재은 감독이 연출, 세 명의 신인급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정재은 감독과 옥고운 배우 [사진 = 스포츠Q]
'고양이를 부탁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정재은 감독과 옥고운 배우 [사진 = 스포츠Q]

 

'고양이를 부탁해'는 인천 구도심을 배경으로 막 스무 살이 된 세 명의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스트리트 패션 잡지의 모델로 활동하며 젊은 여성들의 우상으로 사랑받았던 이요원, 배두나, 옥고운이 주연을 맡아 방황하는 청춘을 연기했다.

이제는 스타 배우가 된 이요원, 배두나의 앳된 시절 모습과 정재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무려 18년 전 영화지만 현재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불안한 여성 청춘들의 모습은 현재의 청춘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인천을 배경으로 신 공항 건립, 허름한 인천의 구도심들이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점도 특기할 만 하다.

정재은 감독은 "요새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성들의 이야기는 흥행하기 힘든 소재다.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도 당시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저는 그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배두나, 이요원, 옥고운 세 배우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패션, 유행을 선도했던 잡지의 모델들이었다. 이들의 매력에 매료됐었다"라며 영화 제작 당시의 비화를 이야기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곧 개봉 20주년이 된다. 흥행하지 못한 영화지만 재상영, 속편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높다. 

정재은 감독은 "엄청 흥행한 영화만 속편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냐. 흥행하지 않아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여성 캐릭터들을 계속 살아가게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고양이를 부탁해2'를 만들기를 소망하고 있다"며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 해 현장 영화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정재은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 이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도 성공했다. 특히 건축을 다룬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가-시티홀'은 영화 팬들에게 호평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또한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 '청연', 다시 만난 故 장진영·김주혁의 아름다움

 

'청연' 속 배우 김주혁, 장진영의 모습 [사진 = 영화 '청연' 스틸컷]
'청연' 속 배우 김주혁, 장진영의 모습 [사진 = 영화 '청연' 스틸컷]

 

지금으로서도 어마어마한 제작비 100억, 그러나 흥행에 실패했던 영화가 있다. 바로 '청연'이다. 

'청연'은 최근 영화 팬들에게 '지금 보면 슬픈 영화 포스터'로 유명한 작품이다. 바로 두 주연배우가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했기 때문이다. 배우 장진영은 지난 2009년 위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김주혁 역시 지난 2018년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영화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청연'은 개봉 당시에 많은 논란이 일었던 작품이다. 작품을 둘러싼 친일 논란은 영화의 흥행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친일 논란이 더욱 과열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 개봉 10년이 지난 지금, '청연'은 새롭게 평가 받으며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청연'은 모델이 된 인물인 박경원의 친일 행적으로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제작이 알려진 후 일각에서는 영화 '청연'이 친일 인물인 박경원을 미화하는 친일 영화라는 비난이 일었다. 

윤종찬 감독은 "박경원은 민간 비행사로는 최초의 여성 파일럿이었다. 영화를 제작 중 최초 여성 파일럿인 권기옥 여사의 유족들이 항의를 했다. 저는 제작사에 사과를 하자고 했다. 포스터도 수정하자고 했지만 제작사는 노이즈마케팅이 된다고 하더라. 나중에는 일이 커지자 감당이 안 된다고 그랬다"며 당시 프로듀서와의 마찰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인화 소설가의 소설 원작을 다시 수정한 이야기도 이번 GV를 통해 전해졌다. 윤종찬 감독은 "이인화 소설가의 시나리오가 실화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제가 알아보니 아니더라. 박경원을 일본에 항거한 인물로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제 버전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이인화 소설가와 갈라졌다"고 토로했다.

'청연'이 개봉 10년 이후 주목받은 것은 주연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다. 친일 논란으로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故 장자연은 '청연'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청연'을 연출한 윤종찬 감독이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지고 있다 [사진 = 스포츠Q]
'청연'을 연출한 윤종찬 감독이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지고 있다 [사진 = 스포츠Q]

 

윤종찬 감독은 "당시 제작비가 백억이었다. 여배우를 낮게 보는 풍조가 있어서 여성 원톱 영화라고 했을 때 투자가 잘 안됐다. 당시에는 영화계가 여자가 진취적인 이야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성적인 면으로는 여배우들을 앞세우는 못된 시절이었다. '청연'은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장진영 배우를 메인으로 해서 투자가 들어올 수 있었다"며 당시 장진영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던 파워를 설명했다.

윤종찬 감독은 '청연' 이전 '소름'으로 장진영과 호흡을 맞췄다. 장진영은 청룡영화상 신인 여우상을 '소름'으로 수상했다.

윤종찬 감독은 처음 故 장진영을 만났던 순간을 회고했다. 윤종찬 감독은 "처음 만났을 때 장진영 배우는 작은 에이전시 소속이었다. 당시에는 처음 연기에 도전해서 연기가 어색했다. 고향이 전라도 전주 출신이라 사투리를 고치는 것도 힘들어했다. '소름' 촬영 당시에는 많이 혼내고 다투며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영화 '청연'으로 다시 만났다. 윤종찬 감독은 "장진영 배우가 저를 감독으로서 그리웠다고 했다. 그 때 장진영 배우가 새롭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故 김주혁에 대한 회상도 이어졌다. 윤종찬 감독은 "김주혁은 배우라는 티가 안나는 사람이었다. 늘 즐겁게 살아가는 배우였다. 두루뭉술하고 살곰살곰하다. 계속 옆에 있는 듯한 배우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며 배우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청연'은 개봉 당시에는 친일 논란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다. 당시 윤종찬 감독은 직접 미국을 방문해 비행 연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다. 당시에는 평가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비행 연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라는 특별한 점이 존재하는 영화다. 배우 한지민의 신인 시절 또한 엿볼 수 있다.

故 장진영, 김주혁의 연기 또한 빛났다. 두 사람의 선한 매력은 '청연'에서 유달리 돋보였다. 또한 이승철이 부른 OST '서쪽 하늘'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를 통해 재조명 받기도 했다.

전주 국제영화제가 선정한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섹션에는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지만 이후 가치를 증명 받은 영화들이 다수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와 '청연'은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영화 100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였다.

전주 국제영화제의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섹션은 모든 영화들이 필름 상영 됐다는 특별한 점 또한 있다. 이제는 추억으로 사라진 영화들은 필름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이번 전주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 팬들에게는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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