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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흥행 희비교차 그 행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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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흥행 희비교차 그 행간 읽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5.10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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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축구팬들은 매년 3월 초 프로축구(K리그) 개막과 함께 경쟁적으로 경기장을 찾는다.  그러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열기는 빠르게 식곤 했다. 프로야구(KBO리그) 개막 시점과 맞물리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낯선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K리그가 이례적인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반면 3시즌 연속 800만 관중 시대를 이어온 ‘국민스포츠’ 프로야구 흥행 열기는 주춤한 까닭이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변화의 흐름일까.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역전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대구FC 선수들이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득 메운 홈팬들과 함께 승리 뒷풀이를 하고 있는 장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가 달라진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시즌 초 극심한 미세먼지와 예년에 비해 쌀쌀했던 날씨에도 관중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10라운드까지 마친 K리그1(1부리그)는 경기당 평균 8639명을 불러 모았다. 동일 시점 기준 5473명이 경기장을 찾았던 지난해에 비해 무려 58.8%나 증가했다. K리그2(2부)도 지난해 1588명에서 2401명으로 54.1% 늘었다.

유의미한 수치가 하나 더 있다. 포털 사이트(네이버) 경기당 평균 동시 접속자수의 경우 K리그1은 지난해(10R 종료 기준) 1만329명에서 62.7% 올라 2만1207명, K리그2는 5226명에서 6966명으로 33.3% 증가했다. 축구계에서도 내심 놀랄 정도다.

도대체 관중수 그래프 고공 행진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떠오른 스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부산 아이파크 김문환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공수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함으로 인기를 모은 김문환을 등에 업은 부산의 홈 관중은 아시안게임 이후 3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당수 여성팬이 유입됐다는 것도 유의미한 변화였다.

축구 클리닉과 팬 사인회, 그라운드 투어 등 이른바 ‘김문환 마케팅’을 펼친 부산은 지난해 K리그2에서 3관왕(최다 관중, 관중수 증가, 팬서비스)을 차지하며 가장 주목을 받았다.

 

▲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는 아시안게임 스타 김문환(왼쪽)을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3배 가량의 홈관중 증대 효과를 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해 K리그1 흥행 중심엔 대구FC가 있다. 지난 시즌 막판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낳은 또 다른 스타 골키퍼 조현우를 중심으로 흥행 예고편을 썼다면 올 시즌엔 DGB대구은행파크에 새 둥지를 틀고 프로축구 인기몰이를 선도하고 있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지은 대형 구장을 사용해 1만 이상의 관중이 찾아도 텅텅 비어보였던 것과 달리 DGB대구은행파크는 1만2415석의 작은 규모로 지어진 전용구장. 대구는 시즌 초반 4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이루며 K리그에 낯선 선 예매 문화를 대구 팬들 사이에 정착시켰다.

다양한 흥행 요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2위팀 경남FC에 이어 시도민 구단 대구의 선전과 특정 팀의 일방 독주가 아닌 보다 치열한 순위 다툼, 그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조던 머치 등 화제만발 이적시장 스토리 등도 톡톡히 한몫 거들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도 박수를 보낼만한 부분이다. K리그는 올 시즌부터 주말과 수요일은 물론이고 목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를 편성하고 있다. 

이종권 연맹 홍보팀 과장은 “금요일 경기는 주말경기 중 일부를 편성하는 것이다 보니 관중 증가효과는 없지만 팬들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더 늘려주기 위해 시작했다”며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축구 문화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대구는 시즌 초반 4경기 연속 홈구장 매진 사례를 이루며 K리그 흥행열풍을 주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제자리걸음 프로야구, 국민스포츠 위상 ‘흔들’?

완연한 상승 기류에 올라 탄 듯한 프로축구 인기와 달리 프로야구는 개막 후 2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변곡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183경기를 치른 KBO리그는 201만9021명의 관중을 동원했는데 지난해(209만9888명)에 비해 4% 감소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1475명에서 1만1033명으로 근소하게나마 줄었다.

KBO는 시즌 초반 관중 감소 현상의 원인을 ‘꽃샘추위’에서 찾았지만 프로축구의 관중 현황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난해부터 이어온 분위기와 연관 짓는다. 2016년 처음 8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2017년에도 소폭 관중 증가 현상을 보였지만 지난해엔 올 시즌 초반과 마찬가지로 4%(32만7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아시안게임 이후인 9~10월 경기당 평균관중이 1만971명으로 전년도 1만3085명에 비해 19.26%나 감소했는데 당시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던 야구 대표팀 엔트리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악재를 맞았다는 것이 체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프로축구와 달리 변동 폭이 크지 않은 만큼 특정 요인으로 원인을 꼽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헌 KBO 홍보팀 과장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5강 5약’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인기 팀들의 성적이 처지는 부분이 있다”며 “초반에는 순위가 정신없이 바뀌고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형성되며 상승효과가 나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명확한 순위 판도가 나타나다보니 관중 동원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지난 5일 어린이날 부산 사직구장 광경. 예년 같으면 경기장이 가득 찼겠지만 팀 부진 때문인지 많은 빈자리가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팀까지 무려 6할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고 있고 하위 4개팀이 3할대 승률에 허덕이는 등 2강 3중 5약의 구도가 뚜렷한 상황이다. 

프로축구 대구FC와 마찬가지로 새 구장 창원NC파크에서 새 출발한 NC가 무려 75%(6651명→1만616명) 관중 증가세를 보였지만 만년 하위팀 KT 위즈가 반등하지 못하며 28%(1만1252명→8089명), 인기팀 KIA 타이거즈가 부진에 허덕이며 18%(1만2484명→1만278명)나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즌이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순위 판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로 흘러가자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SK 와이번스(15%)와 두산 베어스(9%), LG 트윈스(4%) 또한 관중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 축구 호재는 맞고 야구 악재는 틀리다?

프로축구 인기 상승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축구의 흥행흐름은 어느 정도 경향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축구대표팀 인기가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고 황의조, 이승우, 손흥민, 조현우, 김문환 등이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뀐 것처럼 높은 인기를 얻었다. K리그에 잘 자리 잡은 서포터 문화에 대표팀 스타들의 인기가 결합돼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구에 대해선 생각이 달랐다.

 

▲ KIA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관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반등세를 탄다면 많은 관중이 다시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그는 “프로야구 관중 감소 추세가 경향성을 띠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2년 정도는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프로야구가 누린 뜨거운 인기를 생각해 볼 때 단기간의 변화로 특정한 결과를 도출해내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

하지헌 KBO 홍보팀 과장은 “시즌 초반에 비해서는 관중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며 “초반 이러한 순위 구도는 흔치 않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결국엔 평균에 가깝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시즌이 진행되며 순위 경쟁에도 변화가 생기면 관중들도 더 많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인기 증가와 감소는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최동호 평론가는 “중요한 건 요즘 시대엔 스포츠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하나이고 소비자로선 선택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졌다. 과거엔 축구와 야구가 라이벌이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젠 영화, 놀이공원 등 여가 생활을 즐길 거리가 정말 다양해졌다”면서 “그렇다보니 야구 축구가 제로섬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그 변수가 너무 다변화됐다”고 지적했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더 이상 라이벌 관계가 아닌 건전한 경쟁을 통해 국내 스포츠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과 성장이 놀랍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축구·야구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물론이고 경기질 향상과 팬서비스 확대 등 경기장 안팎에서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프로야구 축구 통합 마케팅 등 과거와는 다른 발상의 전환은 물론이요, 다채로운 시도와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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