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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걸캅스' 라미란, 언니의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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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걸캅스' 라미란, 언니의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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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여자 송강호'라는 별명을 가진 라미란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라미란은 그동안 무려 4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송강호가 대작 영화들의 주연을 여럿 맡으며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거듭난 것과 달리 라미란은 데뷔 24년이 지난 2019년에야 첫 주연을 맡았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걸캅스'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개봉 전부터 '걸캅스'는 영화의 내용과는 무관한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여성 투톱 코미디 수사물인 '걸캅스'는 여성 주연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평점 테러의 아픔도 겪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여성 주연 영화이기에 응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반대쪽에서는 '걸복동'이라는 조롱의 댓글이 달렸다.

그렇다면 주연 배우인 라미란의 생각은 어떨까.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뜨거운 영화 '걸캅스'에 대해 라미란은 "관절이 살아 있을 때 2탄을 하고 싶다"며 액션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첫 주연, 그리고 첫 액션…. 경력 2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 라미란에게 '걸캅스'는 어떤 영화일까? 

# 라미란의 새로운 도전

 

배우 라미란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라미란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캅스'는 라미란, 이성경 두 배우가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당을 잡는 코미디 수사극이다. 수사극인 만큼 액션 씬 역시 영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라미란이 맡은 박미영은 '전설의 형사'로 1990년대 여성기동대로 활약했던 인물. 그러나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 돼 지금은 민원실 주무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전설의 형사'였지만 일선에서 물러난 박미영은 시누이 조지혜(이성경 분)과 함께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며 잠들어있던 형사 본능을 깨운다. 박미영은 영화의 액션 장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

라미란은 "제가 생각 했던 것보다 액션이 훨씬 잘 나왔어요. 화려하기보다 현실감 있는 액션이죠"라며 '걸캅스' 속 액션에 만족을 드러냈다.

라미란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다. 최근 라미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라미란은 종일 누워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눕방'이 일상인 라미란이 선 굵은 액션을 선보이는 것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라미란은 "운동 신경은 좋은 편인데, 운동은 따로 하지 않아요. 숨쉬기 운동만 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영화를 위해 라미란은 액션 스쿨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매일 같이 고된 훈련을 받았다. 

"한 달 동안 빡세게 액션 스쿨을 다녔죠. 마침 드라마와 겹쳐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나마 저희 집이 파주라 액션 스쿨과 거리가 가까워 자주 가 연습하고 그랬죠."

라미란은 액션스쿨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라미란은 "(액션스쿨 관계자들) 정말 대단하세요. 노하우가 남다르시더라고요.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저를 막 칭찬하시니까 저도 더 열심히 하려고 했죠. 액션 스쿨을 간 첫 날에는 앓아누웠어요."

'걸캅스'는 제작 단계부터 라미란을 주연에 염두에 두고 기획한 영화다. 심지어 제작자는 라미란을 위한 시나리오를 2년 전부터 구상했다. 

"지금 '걸캅스'의 제작자와는 '소원' 때 처음 만났어요. 이어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제가 우정 출연을 하기도 했죠. 저를 주연으로 한 영화를 기획한다고 2년 전에 말씀하실 때는 그게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근데 2년 뒤 정말 시나리오를 주시더라고요."

라미란은 영화 '걸캅스'를 본 첫 심경을 '부담'이라고 회상했다.

"저를 생각하고 쓴 시나리오라고 하더라고요. 나보고 액션을 하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죠. 라미란이라는 배우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 시나리오에 담겨있더라고요. 그리고 시나리오 자체가 재밌었어요. 저라는 인물을 두고 '걸캅스'를 써주셨다는 게 감사하죠."

# '걸캅스', 모두의 도전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캅스'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투톱 수사물이다. 연출을 맡은 정다원 감독은 '걸캅스'로 데뷔했다. 배우 이성경, 최수영 역시 스크린 경험이 적은 배우들이었다. 

"감독님이 젊으셔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셨어요. 디렉션도 신선했죠. 제가 오히려 젊은 세대에 맞춰가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후배들에게 많이 의지했죠. 어떻게 하면 뒤쳐지지 않을지…."

후배들에게 많이 의지했다는 라미란은 고된 액션 연기 역시 현장의 열기로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현장에 나가면 기운을 받아요. 액션 어떻게 하나, 했는데 하다 보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현장이었어요. 제가 선배지만, 제가 후배들을 이끌어가고 그러지 않았죠"며 현장의 훈훈함을 전했다.

영화 '걸캅스'는 인상적인 카메오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중 눈길을 모으는 것은 배우 안재홍의 카메오 등장이다. 안재홍은 라미란과 '응답하라1988'에서 모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인터뷰에서 라미란은 안재홍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라미란은 "저는 안재홍 씨 특유의 연기 호흡, 그걸 너무 사랑해요. 언제 봐도 신선하거든요"라며 안재홍과의 재회가 기뻤다고 밝혔다.

# '걸캅스'가 말하는 '여성'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걸캅스'는 여성 주연 투톱 영화로 개봉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샀던 작품이다. 극중 박미영은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경단녀'이자 '워킹맘'이다. 게다가 영화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다뤘다. 최근 논란이 된 '버닝썬 게이트' 등 여성 대상 범죄들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라미란 역시 '걸캅스'를 찍으며 여성 대상 성범죄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됐다. 라미란은 "잘 몰랐던 사회적인 문제들을 알게 됐다"며 자신이 영화 '걸캅스'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에게 '걸캅스'는 어떤 의미가 될까?

"'걸캅스'라는 제목이지만 박미영, 조지혜 두 주인공 모두가 경찰이 아닌 상황이잖아요. 아무도 피해자를 도와주지 않을 때, 아는 언니가 도와주고 목소리 내줬다는 걸로 용기를 낼 수 있는 거니까… 그걸로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사건보다는 인물에 주목해야하는 영화예요."

'걸캅스'가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영화지만 '여성영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라미란은 이야기했다.

"남자들이 나오는 영화를 '남성영화'라고 하지 않잖아요. '걸캅스'도 마찬가지죠. '여성영화'라고 불릴 필요는 없어요. 그저 재밌는 오락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걸캅스'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극 중 남성 캐릭터들이 무능한 존재로 그려진다는 지적을 한다. 배우 라미란은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남자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여자들이 그렇게 소비되어 왔죠. 남성 경찰 같은 경우에도 나중에 함께 합류해서 문제를 해결해요."

윤상현이 맡은 조지철 캐릭터에 대해 주부인데 왜 백수라고 폄하하냐는 비판도 있었다. 라미란은 "조지철 캐릭터는 설정상 살림을 하지 않아요. 다른 일을 찾고 술도 마시고 그러죠. 육아와 살림을 전담해서 하는 상황은 아녜요."라며 극중 조지철에 대해 설명했다.

# 단역에서 주연으로… 배우 라미란이 전하는 '희망'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작은 역부터 씬스틸러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라미란이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온 라미란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라미란은 "조금만 더"라고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어떻게 보일지가 이제부터 결정될 거예요. 저는 끊임없이 도전할 거예요."

라미란 역시 '걸캅스'의 박미영처럼 '경력 단절'의 시기가 있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라미란은 이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결혼하고 출산을 하며 연기자로서의 경력이 중단됐다. 라미란은 "아이를 낳고 집에서 지내다가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당시의 절박했던 심정을 전했다.

라미란이 그때 봤던 오디션은 바로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친절한 금자씨'다. 라미란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오수희 역으로 분하며 인상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라미란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 것은 영화 '댄싱퀸'이었다.

"저에게 '친절한 금자씨'가 영화계에 발을 담그게 해 준 작품이라면 '댄싱퀸'은 저를 꺼내 준 작품이예요. 단역만 하다가 오디션을 안보고 조연 캐스팅 된 영화는 '댄싱퀸'이 처음이었거든요. 영화 '소원'은 조연상을 수상하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죠."

제 2의 라미란을 꿈꾸는 후배 배우들 또한 많다. 최근 무대인사에서 후배배우 이성경은 "'걸캅스'가 성공해야 제가 제 2의 라미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라미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라미란은 "10년 이상은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가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느냐 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요. 물론 너무 힘들 때는 버티지 말고 포기도 해야 해요. 저는 포기가 빠른 편이에요.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제 역이 아니었다고 금방 포기하죠. 버티는 건 즐길 수 있을 때 버텨야 하는 거예요."

라미란은 영화 '걸캅스'로 액션 장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걸캅스 2'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기도 했다.

"저는 박미영이 경찰로 복귀하는 건 반대에요. 경찰 위치가 되면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아요. 체계를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소외된 피해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걸캅스'는 개봉 일주일 여가 지난 현재 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조롭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전 말도 탈도 많은 영화였지만 '걸캅스'는 대다수의 관객들에게는 웃음과 감동을 주는 즐거운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즐거움은 배우 라미란의 유쾌한 도전이 주는 에너지 덕분일 것이다.

[취재후기] '진짜 사나이'부터 '언니들의 슬램덩크', '걸캅스' 까지 도전의 아이콘인 라미란. 그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라미란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스릴러, 격정 멜로 등 다 하고 싶어요. 뭐든지 다 새롭고 재밌을 것 같아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불혹의 나이가 지나 액션 배우로 거듭난 라미란, 그의 다음 도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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