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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하승진 은퇴, KCC에 영원히 남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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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하승진 은퇴, KCC에 영원히 남을 이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5.1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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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하승진(34)이 코트를 떠난다. 221㎝ 장신으로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하고 한국 농구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의 아쉬운 은퇴다.

하승진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2008년 데뷔 이후 줄곧 몸담았던 전주 KCC로부터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해 내린 결정이었다.

예전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던 그는 “KCC 이지스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하승진이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퇴 선언을 했다. [사진=KBL 제공]

 

아버지 하동기, 누나 하은주 모두 농구 선수인 집안에서 자란 하승진은 선일초-삼일중-삼일상고-연세대를 거치며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센터 기대주로 꼽혔다. 삼일상고 1학년 때 이미 신장은 2m를 훌쩍 넘어섰고 그는 모교를 고교 농구의 강자로 만들었다.

고교 3년 때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하승진은 연세대 1학년을 마친 뒤 2004년 NBA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일브레이저스에 지명된 하승진이지만 용기와 달리 쉽지 않은 무대였다. 국내에선 부족한 기본기를 엄청난 신체조건으로 보완했지만 신체조건과 능력 모두 더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NBA에선 통하지 않았다. 잦은 부상도 걸림돌이 됐다.

2008년 KBL 드래프트에 신청하자 국내 농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하승진만 잡으면 우승이라는 이야기가 번졌다.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당시 허재 KCC 감독은 좀처럼 보기 힘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2008년 KBL 드래프트에서 전주 KCC에 1순위로 지명된 뒤 허재 감독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하승진(왼쪽). [사진=KBL 제공]

 

시즌 초반엔 국보센터 서장훈의 존재로 인해 많은 출전 시간을 갖지 못했다. 공격에선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었지만 기동력이 떨어져 수비에서 큰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 불만이 생긴 하승진을 위해 KCC는 전설적인 센터 서장훈을 트레이드 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후 KCC는 연승을 거듭했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신바람을 내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승진을 등에 업은 KCC는 3연속 챔프전에 진출했고 특히 2010~2011시즌엔 챔프전 MVP까지 차지하며 팀에 또다시 우승을 안겼다.

이후엔 잦은 부상과 부진을 보이던 하승진은 2015~2016시즌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20득점 20리바운드라는 국내선수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16~2017시즌 발목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한 그는 절치부심해 이듬해 전 경기에 출장하며 반등세를 탔고 올 시즌엔 플레이오프 도중 코뼈 부상을 당하고도 보호대를 차고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 2010~2011시즌 하승진은 뛰어난 활약으로 챔프전 MVP에 오르며 팀에 또다시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오른쪽은 추승균. [사진=KBL 제공]

 

하승진은 “2008년 KCC 이지스에 입단하고 11년째가 됐다. 항상 5월, 6월이 되면 연봉협상에 자유계약에 1년 중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예민한 시기였던것 같다. 이번 2019년 5월 FA 1차 협상 기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길게 느껴졌던 보름 같았다”며 “거두절미하고 저는 이제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다른팀으로..? 보상선수도 걸려있고 금액적인 보상도해줘야하는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혹시 다른 팀에 가더라도 적응하고 잘할수 있을까..? 내가 kcc유니폼말고 다른팀 유니폼을 입고 잘 할수있을까..? 말년에 이팀 저팀 떠돌다 더 초라해지는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을 해보니 전부다 힘들 것 같았다”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원클럽맨으로 남기로 했다는 하승진은 “1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희노애락을 함께해 온 이 팀을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이 무척큰 게 사실”이라며 “신인 때, 3년차 때 우승을 하고 그 이후론 우승과 거리가 멀어 마음의 짐이 꽤나 무거웠다.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팬 여러분, 구단관계자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팬들에게도 kcc구단에게도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스물네살 청년이 11년 동안 이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둘도 없이 사랑하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이 팀에서 제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KCC 구단과 팬여러분 덕분이다.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보답해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 하승진(가운데)은 팀을 떠나면서도 KCC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KBL 제공]

 

“이제 KCC에서 좋은 선수들도 영입하고 함께 손발을 맞추던 기존의 선수들도 성장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우승에 도전하는 KCC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며 떠나는 팀을 향한 애정의 메시지도 남겼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하승진은 “그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너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것 같다. 이제 주위를 좀 둘러보며 살아갈 것”이라며 “저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작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간 것 일뿐. 이제부터 넓은 세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좋지 않은 마무리였음에도 하승진은 KCC의 선전을 기원하며 구단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좋았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KCC 팬들로선 하승진을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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