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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 알고 보면 더 재밌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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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황금세대의 마지막 월드컵, 알고 보면 더 재밌다?!(下)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5.1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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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축구 대표팀의 공격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소연을 중심으로 지공에선 아기자기한 짧은 패스로, 속공 때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를 공략한다. 체격이 작은 만큼 많이 뛰고 빠르게 움직이는 축구를 하는데 순간적으로 역습에 가담하는 숫자는 욘 회익손 아이슬란드 감독을 놀라게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 여자축구 대표팀은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동안 수비 조직력과 역습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번 대회 16강 관건은 뭘까?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은 수비 조직력을 과제로 꼽는다. 공격에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보니 상대 역공에 취약하다. 아이슬란드와 2경기에서 4골을 내줬는데 모두 수비지역 실수에서 기인했다. 골키퍼는 고질적 약점이다. 설상가상 2003, 2015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를 비롯해 최근 주전이었던 윤영글, 백업 강가애까지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빨간불이 켜진 실정이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2월 말 열린 호주 4개국 대회에서 37위 아르헨티나, 19위 뉴질랜드를 완파했지만 6위 호주에 대패했다. 이후 윤덕여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까지 수비 조직력과 역습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를 초청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는데 수비에 합격점을 받으려면 여전히 보완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개최국이자 4년 전 한국을 16강에서 탈락시킨 강력한 우승후보 4위 프랑스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12위 노르웨이, 38위 나이지리아까지 한국보다 체격조건에서 우위에 있는 팀들을 상대한다. 24개국이 조별리그를 거쳐 16강에 오르는 방식으로 한 조에 편성된 4개 팀 중 3위를 차지하더라도 토너먼트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 노르웨이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16강에 오르더라도 ‘산 너머 산’일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공격에 치우친 4-1-4-1 전형을 주로 사용하는데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포백 수비를 홀로 떠받치는 중책이 주어진 수비형 미드필더 조소현의 부담을 덜어줄 파트너는 물론 최적의 중앙 수비 조합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비가 받쳐준다면 좋은 성적을 이끌어낼 만한 공격력을 갖췄다는 판단 때문이다.

▲ 익히 잘 알려진 여민지뿐만 아니라 이금민(왼쪽)과 장슬기(오른쪽)의 활약이 큰 기대를 모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장슬기-이금민을 주목하라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해야할 선수는 누굴까? 

상대적으로 얼굴과 기량이 잘 알려진 선수들을 제외하고 베스트11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자원 중 2명을 소개하면 단연 장슬기(25·인천 현대제철)와 이금민(25·경주 한수원)이 꼽힌다.  

지난해 남자축구 대표팀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2018 KFA 시상식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수상한 게 황의조라면, 여자선수상은 장슬기의 몫이었다. 그는 9년 전 여민지와 함께 한국축구 사상 FIFA 주관 대회 첫 우승 영광을 함께했다. 이민아에 앞서 2015년 일본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소연-이민아를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왼쪽 측면을 주 무대로 활약한다. 주 포지션은 레프트백이지만 번뜩이는 공격 가담으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양산한다. 

장지현 스포티비(SPOTV) 축구 해설위원은 “국내파 중 축구를 가장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소연 역시 “유럽에서도 통할 선수”로 치켜세웠다. 올 시즌 여자실업축구(WK리그) 개막전에선 노르웨이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로 상대 팀에서도 요주의인물로 통한다.

이금민은 빠른 발로 과감한 돌파에 강점을 가진 공격수다. 역시 여민지, 장슬기와 2010년 역사를 새로 썼던 인물이다. 측면은 물론 최전방까지 고루 소화한다. 아이슬란드와 2연전에서 체격이 큰 수비와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덕여 감독도 “큰 선수들과도 잘 싸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 앞으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본인도)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아이슬란드와 1차전에선 0-2로 뒤진 후반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뒤집었다. 빠른 발로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여민지의 골을 돕더니 이내 직접 동점골까지 기록했다. 회익손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이금민을 꼽으며 “월드클래스”라고 극찬했다.

▲ 여자축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 대회를 향한 기대가 큰 만큼 간절함도 상당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키우는 여자축구 대표팀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남자축구가 그랬듯 여자축구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팬들이 사랑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묵묵히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활짝 웃는다. 

지소연은 아이슬란드와 1차전에서 0-2로 끌려가자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들이 그 누구보다 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갈망하는 이유는 있다. 그것은 국내 여자축구의 열악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실 프로 팀은 언감생심이다. 2010년대 들어 WK리그 2개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맛봤다. 매우 취약한 인프라에서 이 정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 기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황금세대가 함께하는 마지막 월드컵이어서 내심 조급하기도 하다. 이번에 자신들의 뒤를 이을 재목을 키울 수 있는 튼실한 토대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간절함과 절박함이 마침내 꿈을 이뤄낼지 지켜봐야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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