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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이라면 알아야 할 K리그 훈풍의 또 다른 비밀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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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이라면 알아야 할 K리그 훈풍의 또 다른 비밀 [민기홍의 운동話공장]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5.20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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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K리그(프로축구)에 훈풍이 분다!

구단마다 최소 한 번씩 만난 11라운드까지 2019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평균관중은 865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료관중이 무려 67.6%나 올랐다. 지난 12일 K리그2(2부리그) 5경기엔 2만4366명이 찾아 올 시즌 단일 라운드 기준 가장 많은 관중수를 기록했다.

주요 흥행요인으로는 △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 승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후광 효과 △ 순위 판도 변화, 전북 현대 1강 체제 붕괴 △ 대구FC 신구장 DGB대구은행파크 이전 효과 △ 수도 연고 FC서울의 부활 △ 감스트, 릴카, 강은비, 홍구 등 인기 BJ의 지원사격 등을 꼽을 수 있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과연 이것뿐일까. 흥행을 이루기 위해선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도 한 몫 단단히 하기 마련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성원의 숨은 노력을 스포츠Q(큐)가 짚어봤다.

◆ 데얀의 제기차기, 대박 난 아카데미

출발부터 산뜻했다. 개막 직전 연맹이 개최한 외국인선수 아카데미가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데얀(수원 삼성·몬테네그로)부터 콩푸엉(인천 유나이티드·베트남)까지 1·2부 21개국 65명이 모였다. 그 어떤 프로스포츠 단체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갈비탕 식사, 제기차기, 붓펜으로 이름쓰기, 귀화한 레전드 골키퍼 신의손(샤리체프) 강의듣기 등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 제기 차는 장수 외인 데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중국, 일본, 중동과 머니싸움에서 밀려 우수한 선수를 잃기만 하는 K리그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소프트파워”란 극찬이 나왔다. 행사를 기획한 박우인 연맹 교육지원팀 사원은 “1년을 준비했다. 구단에서 개막 1주일을 남겨놓고 모이는데 난색을 표했고, 다국적이 모여 통역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도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난항을 딛고 닻을 올린 외국인선수 아카데미는 K리그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K리그만큼 학습체계가 잘 구축된 곳이 없다. 아카데미는 분야·직급별로 세분화 돼 있다. 외국인 외에 CEO, 감독, GM(이상 경영진), 마케팅, PR, 회계, 지방자치단체(이상 실무진), 유소년 지도자, K리그 선수, 신인선수, 축구산업(이상 미래 인재), 은퇴선수(이상 선수)까지 총 13개의 교육과정이 있다. 현재도 2개를 기획 중에 있다.

회계 담당자 대상과정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후문이다. 경남FC 직원은 “타 구단 회계부서와 교류해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FC 직원 또한 “구단에서 회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흡족해 했다. 스포츠단만이 지닌 재무특성이 분명 있을 터. 연맹 차원의 통합교육이 호평 받는 까닭이다.

 

▲ 베트남의 축구 아이콘 콩푸엉.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웃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예쁘다 유니폼, 갖고 싶다 구단상품

무조건 예뻐야 한다. 소비자의 가격저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 바로 디자인이다.

K리그 유니폼이 확 달라진 걸 느끼셨는지. 대구FC의 하늘색은 청량감을 준다. 전남 드래곤즈의 용비늘과 포항 스틸러스의 해병대 에디션에선 비장함이 느껴진다. 부산 아이파크의 핑크 유니폼은 여심을 자극한다. 구단이 기존의 스포츠브랜드가 아닌 라보나 크리에이티브, 포워드 등 젊고 역동적인 스타트업과 손을 잡으면서 축구계의 디자인 역량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 라보나 크리에이티브가 디자인한 전남의 용비늘 유니폼. [사진=전남 드래곤즈 제공]

 

연맹은 구매욕을 부르는 머천다이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마블과 협업했다. 어벤저스의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블랙팬서, 캡틴아메리카 등 대표 히어로들이 K리그 10구단의 엠블럼, 상징색과 함께 캐릭터 볼, 텀블러, 핸디 선풍기, 레플리카 유니폼, 핀버튼, 티셔츠, 후드티, 스냅백, 엽서, 스트랩키링, 필통 등 상품 15종에 삽입됐다.

올해는 어린이날에 맞춰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대표 캐릭터 미니언즈의 케빈, 스튜어트, 밥, 데이브가 등장했다. 연맹은 캐릭터 응원타월, 키링, 에코백, 머그컵, 스냅백, 스마트톡, 파우치, 노트 클래퍼 등 어린이 팬과 키덜트(kid+adult)의 수요를 고려한 상품 12종을 13구단과 손잡고 출시했다.

K리그 관계자는 “이는 축구팬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기회”라며 “향후에도 인기 캐릭터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K리그 상품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일상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당찬 포부다.

 

▲ K리그는 인기 캐릭터 미니언즈를 녹인 머천다이징 상품을 대거 내놓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팬 사랑 당연하지 않아” 스킨십 강조

프로야구는 최근 팬서비스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살며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스포츠 선수라면 사인·사진 요청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대다수 팬들의 바람이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이를 잘 인지하고 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근호(울산 현대) 선수협 회장은 “선수협이 앞장서서 어려운 일을 겪는 이웃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한다. “J리그에서 축구선수와 팬이 하나라는 걸 느꼈다”며 “팬이 있어야 축구가 있다는 인식 때문에 (선수들이) 스킨십을 많이 한다”고 외국에서의 경험을 전수한다.

정다훤(광주FC) 선수협 이사는 최근 선수단에 “프로축구 선수들이 존재할 수 있는 건 모두 팬들의 사랑 때문”이라며 “개인의 기량 발전과 팀에 대한 헌신도 중요하지만, 경기장에 찾아오고 우리에게 관심을 주시는 팬에게 감사할 줄 아는 선수가 돼야 한다. 오만한 생각으로 팬들의 사랑을 당연하다고 여겨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에 적극적인 강원FC. [사진=강원FC 제공]

 

구단들은 지역밀착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헌활동)에 적극적이다. 포항 스틸러스, 강원FC, 아산 무궁화, 성남FC, 서울 이랜드, 상주 상무 등은 주기적으로 축구클리닉을 연다. 이태호 정민우(이상 강원) 김승대 이진현 이광혁(이상 포항) 이상헌(이랜드) 등이 흔쾌히 나서 연고 주민과 호흡했다.

연맹은 각 구단의 활동과 통계자료를 모아 K리그 지역밀착활동 백서를 제작한다. “각 구단의 지역밀착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사회공헌활동을 독려해 지역 내 홍보, 마케팅, 스폰서 영업의 보조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선수와 연맹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팬서비스에 사활을 걸었다.

K리그 훈풍은 우연찮게 연때가 맞아 부는 것이 아니다.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가 물밑에서 치열하게 발 젓고 있는 것처럼 축구인과 관계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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