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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제작만 20년? 아담 드라이버 고생기가 웃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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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제작만 20년? 아담 드라이버 고생기가 웃픈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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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고생도 이런 고생이 있을까!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제작기를 아는 영화 팬이라면 모두 혀를 내두르며 하는 말이다. 제작 기간만 무려 20년인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영화보다 영화의 제작기가 더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998년 제작을 시작한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무려 2018년에 개봉했다. 주연 배우는 두 번이나 바뀌었다. 당초 조니 뎁이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주연으로 내정되었지만 제작이 중단되며 캐스팅도 흐지부지 됐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사진 =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포스터]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사진 =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포스터]

 

이후 2005년 다시 제작을 시작한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존 허트를 돈키호테 역에 캐스팅하고 조니 뎁이 당초 맡을 뻔 한 토비 역을 이완 맥그리거가 맡게 됐다. 그런데 제작비 부족으로 또 제작이 중단됐다. 

그래도 감독 테리 길리엄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5년 다시 제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불운은 계속됐다. 돈키호테 역을 맡은 존 허트가 세상을 떠나며 제작은 무산됐다.

다행히 이 불운은 막을 내렸다. 2016년 제작을 다시 시작하며 아담 드라이버가 토비 역을 맡게 됐다. 돈키호테는 조너선 프라이스가 맡았다. 2019년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됐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이러한 우여곡절 제작기를 알고 있다면 영화가 남달리 느껴질 것이다. 

 

[사진 =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컷]
[사진 =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컷]

 

영화 속 주인공 토비는 천재로 손꼽히는 영화감독으로 광고 촬영을 위해 스페인에 온다. 그러나 토비는 온갖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이 10년 전 찍었던 돈키호테 영화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고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로 '개고생'을 하게 된다.

영화 속 토비 역을 맡은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수난기를 보면 '웃플' 수밖에 없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카일로 렌 역할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아담 드라이버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사막을 나뒹군다. 특유의 긴 팔다리로 당나귀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속 아담 드라이버의 고생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감독 테리 길리엄의 고생담을 영화화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작중에서 영화감독인 토비는 온갖 사건에 휘말리며 기존 계획인 광고 촬영은 할 수 없게 된다. 영화 말미에는 반 미치광이가 되어버리는 토비의 모습은 영화의 제작기를 아는 사람으로서 더욱 안타깝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오랜 제작기간이 말해주듯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명쾌하지 않은 작품이다. 여러 번 제작이 무산됐던 만큼 영화는 산만하다. 그러나 20년만에 영화를 개봉하게 된 감독 테리 길리엄의 사연을 알기에 영화는 픽션보다는 영화 제작기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블랙 코미디 같다.

 

[사진 =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컷]
[사진 =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컷]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지난 2002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만차'를 보면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로스트 인 라만차'는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제작 다큐멘터리로 천재지변에 불운이 합쳐져 영화가 좌초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영화 촬영 2일 차에 큰 홍수로 장비가 훼손되고 배우의 건강 문제가 겹치며 촬영이 중단됐다. 제작이 중단돼 영화 제작진은 투자자들에게 1,500만 달러를 지불해야만 했다. 

감독 테리 길리엄은 독특한 미학으로 1980년대부터 주목 받은 감독이지만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제작에 돌입한 2000년대 이후로는 혹평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돈키호테의 저주'라고도 불릴 정도다.

영화는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거대 산업이다. 그만큼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져 영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이런 영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무려 20년을 제작한 영화가 개봉을 했으니 그 내막을 아는 관객들은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영화 감상을 결정하는 것에는 많은 요인이 있다.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제작기가 영화의 감상을 결정하는 독특한 영화로 영화 팬들에게 기억되지 않을까. 이제야 관객들 앞에 선을 보이게 된 영화 '맨 오브 라만차'가 보는 내내 '웃픈' 이유는 이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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