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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배심원들' 문소리, 배우가 캐릭터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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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배심원들' 문소리, 배우가 캐릭터를 만드는 법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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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배우 문소리의 이미지는 '쉽지 않은 배우'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스크린 데뷔한 그는 '오아시스'의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 '바람난 가족'의 호정 등 쉽지 않은 역할로 대중들을 만나왔다. 어려운 역들을 도맡은 만큼 문소리는 영화 팬들에게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가 튼 배우로도 손꼽힌다.

'쉽지 않은 배우' 문소리가 '쉬운 영화'를 만났다. 바로 '배심원들'이다. '배심원들'은 개봉 이후 깔끔한 스토리 라인과 연출로 오랜만에 등장한 수작 상업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쉬울 지언정 문소리가 맡은 판사 김준겸은 쉽지 않다. 여성 판사, 첫 국민 참여재판의 재판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준겸을 문소리는 어떻게 연기해냈을까.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5월 날이 따뜻한 초여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문소리를 만났다. 문소리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가시나들' 촬영에 대한 질문에 "영화 개봉보다 더 걱정이다"라며 첫 예능 도전의 부담감을 웃으며 토로했다. 영화 '배심원들' 속 판사 김준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눈길을 모았다.

# '배심원들' 김준겸을 만들기 위해 

 

배우 문소리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문소리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심원들'의 김준겸은 강하다. 비법대 출신 여성 판사라는 꼬리표는 김준겸을 강하게 만들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판사 김준겸은 영화 '배심원들'의 배심원을 만나며 법관이 됐을 때의 초심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배심원들'은 배심원들이 재판장 김준겸을 설득하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기관에 준한다. 판사의 판결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문소리는 영화 '배심원들'의 김준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현직 여성 판사들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 했다.

"(판사 분들께)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어요. 법적 용어는 물론이고, 그 분들의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사셨는지도 연기에 도움이 됐죠. 저는 첫 판사 역을 맡으며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그 분들이 '정말 부장님 같으시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덕분에 많이 도움이 됐어요."

'단톡방'(단체 카톡방)도 만들었다. 여성 법조인들과의 단톡방에서 문소리의 별칭은 '문 부장'이다.

"영화를 하면서 격려를 많이 받았어요. 법조인이 보기에도 뜻 깊은 영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죠. 모두 공부를 굉장히 잘한 직장 여성들이에요.(웃음) 한분 한분 개성이 달라요. 평범한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구나 생각하게 됐죠."

영화 '배심원들' 속 김준겸은 초인적인 캐릭터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권위적인 모습은 여덟 명의 배심원들 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들도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기관이에요. 권력이 있는 만큼 책임도 있죠. 그러나 판사가 아닌 사람 김준겸도 있어요. 컴퓨터 배경화면에는 아들 사진이 있어 엄마로서의 김준겸을 추측할 소 있죠. 영화 내에 법관 김준겸 뿐만 아니라 인간 김준겸을 녹여내야했어요. 그걸 가장 노력했던 것 같아요."

문소리가 전문직 캐릭터를 맡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거의 동시기에 촬영을 진행했던 JTBC 의학드라마 '라이프'에서 문소리는 전문의 오세화 역을 연기했다. 의사와 범조인, 두 전문직 역할은 직업이 다른 만큼 캐릭터의 결도 달랐다.

"'라이프'의 오세화는 야심과 욕심이 있는 캐릭터죠. '배심원들'의 김준겸과는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점을 꼽자면 원칙에 충실하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점일 거예요. 다른 점이 있다면 김준겸 판사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고 있죠"

# 영화만큼 즐거웠던 현장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심원들'은 무거운 사건이 중심인 법정 드라마지만 가벼운 연출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낙천적인 결말도 인상적이다. 한편 영화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재판장 김준겸의 캐릭터가 무게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신인 감독인 홍승완 감독은 왜 문소리를 캐스팅했을까?

캐스팅이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문소리는 "되게 모르겠다"며 웃음 지었다.

"감독님이 자기가 보기엔 제가 적역이고 저 밖에 없대요. 첫 촬영날 검은 재킷을 입고 촬영을 하는데, 제가 촬영장에서 자료 들춰보고 하는 모습을 보신 감독님이 무서웠대요. 저는 신인 감독이라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도 했죠."

문소리는 홍승완 감독의 장점을 포용력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대 선배 문소리를 어려워했던 홍승완 감독이지만 특유의 포용력으로 촬영 현장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감독님과 한 마음으로 작품을 잘 끌어와 편해졌어요. 감독님은 배우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평등하게 다 들어주세요. 아주 작은 역할을 맡은 친구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주시죠. 그러기 쉽지 않아요. 감독님이 그래서 영화의 캐릭터들이 모두 다 잘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배심원들'의 언론 시사회에서 문소리의 '말'은 주목을 받았다. 바로 '배심원들' 개봉 이후 군대에 가는 동료 배우 박형식에 대한 이야기다. 문소리는 언론시사회에서 "영화가 잘 되어야 울지 않고 웃으면서 군대에 갈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소리는 박형식에 대해 인터뷰에서도 칭찬과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형식 씨가 첫 작업인데 마음을 활짝 열고 다른 배우들과 감독들을 믿고 맡겨줬어요. 형식 씨가 몇 회 차 안되어 마음을 열고 진짜 권남우가 되더라고요. 그러기 쉽지 않아요. 어려운 지점인데 태도가 좋고 영리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밝고 싹싹하고 사랑이 많은 친구에요."

영화 속에서 김준겸은 말썽쟁이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 분) 때문에 골머리를 썩인다. 그러나 촬영 현장에서는 달랐다.

"슛 들어가면 제가 위압적인 시선으로 형식 씨를 바라봐야 해요. 그런데 카메라 꺼지면 형식 씨 말을 다 들어줄 수밖에 없어요. 절로 '우쭈쭈' 하게 되죠. 형식 씨가 붙임성도 좋아요. 저를 첫날 부터 누나라고 했거든요."

# 연출에 예능까지… 배우 문소리의 '도전'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잘 하는 배우 문소리는 연출도 잘한다. 첫 연출작인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문소리는 주연, 연출, 각본을 도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개봉 당시 영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작품. 감독 문소리의 차기작 계획은 없을까?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감독으로서의 욕심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살다가 어떤 이야기를 정말 하고 싶어지고, 만약 할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 제가 만들고 싶을 것 같아요. 근데 흔치 않은 경우지 않을까요?"

문소리는 최근 영화 연출보다는 제작, 기획에 관심이 더 가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긴 해요. 연출 계획보다는 기획이나 제작을 더 해보고 싶어요. 이런 아이템, 이야기가 재밌겠다.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곤 해요."

'감독 문소리'로서는 계획이 없지만 '배우 문소리'는 차기작 계획이 있다.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연극이다. 9월 막을 올리는 연극 '러브스 엔드'가 계획되어 있다.

물론 TV에서도 문소리를 만날 수 있다. 지난 19일 MBC에서 첫 방송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가시나들'이다. 첫 방송이 좋은 반응을 얻은 '가시나들'은 문소리의 첫 예능 도전이기도 하다. 문소리는 "예능이 처음이라 부끄럽다"고 말했다. '가시나들'에서 문소리는 할머니들의 한글학교 선생님으로 활약한다.

"그래도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게 아깝지는 않다,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예능에서는) 저의 어떤 모습의 담겨있을 지 예측이 안 돼요. 관찰예능이라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게 돼 제 어떤 모습이 담겼을지 모르겠어요. 할머니들이 주시는 막걸리 받아먹고 촬영 끝나고 집에 올라오는데, '내가 뭘 한거지'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취재후기] 문소리는 영화 '배심원들'의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기도 했다. 바로 가발이다. 김준겸의 짧은 머리는 실제 문소리의 머리가 아닌 가발이라는 점. '라이프' 촬영과 '배심원들'의 촬영 기간이 겹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감쪽같은 가발에 대해 문소리는 "개봉 전까지 비밀로 해달라"며 농담 섞인 진심을 이야기 하기도 했다.

이처럼 '배심원들'은 숨은 재미가 곳곳에 숨겨진 영화다. 데뷔 초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문소리는 '배심원들'에서는 권위적이지만 마음 따뜻한 판사 김준겸을 만들어내며 또다시 연기자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솔직한 인터뷰로 '배심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문소리. 연출, 연기 무엇이든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는 '가시나들'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그의 따뜻한 마음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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