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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지소연, 각오도 남다른 에이스 '역시'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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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지소연, 각오도 남다른 에이스 '역시'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5.22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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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설렘보다는 책임감으로 4년 전보다 한국 여자축구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이민아)

“우리는 평양에서도 살아남았다. 파리에서라고 못할까?” (지소연)

6월 8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두 에이스가 전한 각오다.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편성 결과 피파랭킹 14위 대한민국은 개최국 프랑스(4위), 노르웨이(12위), 나이지리아(38위)와 묶여 경기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이민아(고베 아이낙)와 지소연(첼시 위민)은 16강은 쉽지 않은 목표지만 못 이루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이민아(가운데)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 여자축구를 빛내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 미드필더이자 ‘얼짱’ 축구선수로 유명한 이민아는 월드컵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대표팀 미디어데이 및 출정식에서 이민아는 “어색하고 떨린다.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돼 너무 영광이다. 우리나라가 (A조에서) 제일 약팀이기 때문에 도전자 입장으로 준비 잘해 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대가 되는 만큼 설렘보다는 책임감으로 4년 전보다 한국 여자축구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말 속에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지난달 아이슬란드와 국내 A매치를 마친 뒤에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볼 때보다 더 팀에 (전반적인) 도움을 줘야하고, 또 그러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잘하려하기보다 주위 선수들이 잘하게끔 도와주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책임감을 내비쳤던 이민아다.

이날 역시 개인적인 욕심은 내려놓고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면 좋겠지만 일단 팀이 잘 돼야하기 때문에 더 많이 뛰고 더 헌신해서 우리나라를 빛내고 싶다”는 당찬 포부.

“(좋은 성적에 대한) 그런 상상은 날마다 한다. 해외파뿐만 아니라 선수들 기량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 욕심내도 좋을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16강 진출하면서 8강도 욕심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 지소연(오른쪽)은 4년 전 프랑스전을 떠올렸다. 경기에 뛰지 못했던 터라 더 벼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두 번째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지소연 역시 FIFA와 인터뷰에서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을 하고 안 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대표팀이 목표를 이루고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민아와 같은 마음이다.

“4년 전에는 대부분 첫 월드컵이었지만 이번에는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선수가 많다. 쉽지 않겠지만 선수들 모두 승점을 따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감도 표출했다. 본인을 포함해 2015 캐나다 월드컵에서 16강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4년 전과는 기량뿐만 아니라 경험치도 다르다.

지소연은 “스스로 목표를 세울 때마다 항상 결과가 꼬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플레이를 유지하면서 4년 전보다는 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소연은 2010년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8골로 실버슈(득점 2위)에 오르며 실버볼(최우수선수 2위)을 차지했다. 한국 U-20 대표팀은 지소연의 활약에 힘입어 3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하지만 4년 전 캐나다 대회에서 지소연은 허벅지 부상 여파 탓에 페널티킥으로 1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프랑스와 16강전에선 결장하며 동료들이 피치에서 0-3 패배하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소연은 더 프랑스와 개막전을 벼르고 있다. 지소연은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CL) 8강과 4강에서 프랑스 클럽 파리 생제르맹(PSG), 올랭피크 리옹을 차례로 상대했다. 특히 지난달 리옹과 4강 2차전에서는 기막힌 프리킥 골을 작렬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 4년 전 캐나다 월드컵 프랑스와 16강전에서 한국은 0-3으로 져 8강 진출에 좌절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홈팀 프랑스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4년 전 한국을 완파했던 만큼 자신감도 가지고 있을 터. 안방에서 6만여 관중의 응원도 등에 업는다. 하지만 지소연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2015년 4월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예선 B조 북한과 방문경기에서 0-1로 지고 있던 후반 30분 장슬기(인천 현대제철)의 동점골로 5만여 북한 축구팬들을 적막에 빠뜨린 경험이 있다. 

지소연은 “북한과 무승부로 아시안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장슬기의 골에 북한 팬들이 순간 침묵에 빠졌고 우리들의 목소리만 들렸다”며 “우리는 평양에서 살아남았다. 파리라고 해서 못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슬로건은 “그라운드의 적막을 깨라”이다. 프랑스전에서 골을 넣는 순간 경기장은 적막에 빠질 것이며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적막을 깨고 자신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정경기인 만큼 주눅들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협동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두 간판의 각오만 들어봐도 왜 대표팀 에이스이며 주축인지 알 수 있다. 이민아와 지소연 두 사람은 경기장 안팎에서 경기력이던, 팀원들의 사기 진작이던 해야 할 일이 많다. 설렘만큼이나 부담감과도 싸워야 할 두 사람이 이번 대회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관심을 자아내는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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