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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오재원 저격사건, 정말 무관심 도루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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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오재원 저격사건, 정말 무관심 도루 문제였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5.22 13: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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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IA 타이거즈로부터 서운한 대접을 받았다고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임창용(43)이 오재원(34·두산 베어스)과 있었던 보복 견제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16년 8월 27일 KIA와 두산의 경기. 팀이 5-3으로 앞선 상황 9회말 2사 주자 2루, 마운드엔 임창용, 2루엔 도루로 진루한 오재원이 있었다. 임창용은 투구 동작을 멈추고 2루로 몸을 돌렸는데 수비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지 않음에도 견제구를 던졌다. 자칫 오재원이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당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임창용의 고의성에 대한 의구심이 핵심이었다.

 

▲ 2016년 8월 27일 두산과 KIA의 경기. 임창용(위 가운데)이 2루 주자 오재원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아래는 항의하는 김태형 감독(왼쪽)과 해명하는 임창용(가운데). [사진=스카이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사구(死求)가 빈번한 야구지만 이 같은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악송구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수비 커버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고 오재원도 서둘러 2루로 귀루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임창용이 고의로 오재원을 저격해 견제구를 뿌렸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뛰어나와 크게 항의를 했고 임창용은 유격수와 사인미스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음날 경기에 앞서 임창용은 오재원에게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스포츠맨십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단한 KBO는 임창용의 '오재원 저격사건'에 대해 출장정지 3경기와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라는 징계를 내렸다.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임창용이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해라기보다는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임창용은 “절대 오재원을 맞추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면서도 “사실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당시 팀의 룰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벗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팀의 룰은 ‘무관심 도루를 하면 견제를 하는 척해서 등이든 어디든 적당히 맞추라’라는 것이었다. 

 

▲ 임창용(위 가운데)은 보복 견제구 사건 하루 뒤인 2016년 8월 28일 경기 전 오재원(오른쪽)을 만나 해명과 함께 사과를 전했다. [사진=스포츠Q DB]

 

문제는 두 갈래로 나눠진다. 하나는 정말 KIA가 이런 규정을 정해두고 있었냐는 것. 야구에선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상대를 기만하는 듯한 행동을 하면 상대에게 보복으로 사구(死求)를 던지는 불문율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이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해서 말이 많은 가운데 임창용의 발언처럼 규정으로까지 정해두며 보복을 조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과연 임창용의 말처럼 그 상황이 무관심 도루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다. 당시 두산은 2점 차로 뒤져 있었고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어떻게든 1점이라도 더 따라가야 했다. 무관심 도루라고 여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

물론 임창용과 KIA 입장에서는 타자만 잡아내면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오재원의 도루에 대해 ‘무관심’했을 수 있지만 이를 통상적으로 여기는 무관심 도루의 범주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이를 보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임창용 독단적인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은 “정해진 룰을 고참인 내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건 팀에 대한 항명이다. 어린 선수들도 다 보고 있는데 최고참이 항명하면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며 “문제가 커지자 그 다음날 삭발을 하고 오신 감독님께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전했다. 김기태 당시 감독도 이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KIA는 김기태 감독 사퇴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여기에 김기태 전 감독은 물론이고 조계현 단장까지 연관을 맺고 있는 임창용의 깜짝 폭로로 인해 더욱 어지러운 상황이 됐다. 임창용의 방출 과정과 관련한 것은 물론이고 보복 견제구에 대한 약속된 룰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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