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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OTT 전쟁 격화(下) 제2, 제3의 넷플릭스가 온다,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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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OTT 전쟁 격화(下) 제2, 제3의 넷플릭스가 온다, 그 결말은?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9.05.2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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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국내 OTT 시장만으로도 그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거대공룡 넷플릭스까지 가세한 형국이어서 실로 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각축이 치열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의 공세가 점점 거세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안개 정국이다. 그렇다면 향후 기존 판도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행여 대 지각 변동이 발생해 새로운 강자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지  실로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아이유(이지은). [사진 = 스포츠Q DB]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아이유(이지은). [사진 = 스포츠Q DB]

 

# 독점 콘텐츠 내세운 글로벌 OTT의 반격은?

넷플릭스는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 이후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성장해왔다. 2013년부터 자체 독점 콘텐츠로 무섭게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90억 달러(한화 약 10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 1억3700만 가입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1월, 넷플릭스는 드라마 '킹덤' 시즌1을 통해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의 본격화를 선언했다. 드라마 '킹덤'의 경우 회당 제작비 15억-20억 원 정도로 알려져 많아봤자 4억-5억 원 수준인 국내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퀄리티의 영상을 생산해냈다. 넷플릭스의 로컬라이징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공개한 '첫사랑이 처음이라서'를 비롯해 김소연, 정가람, 송강을 앞세운 만화 원작의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도 올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과감한 투자는 영화에도 이어지고 있다. 2년 전 봉준호 감독을 앞세워 영화 콘텐츠에서 국내 경쟁력을 확보했던 넷플릭스는 최근엔 아이유를 앞세운 옴니버스 영화 '페르소나'로 대중의 호기심과 팬심을 자극했다.

넷플릭스가 로컬 및 자국 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사이, 친숙한 콘텐츠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종료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넷플릭스와 직접 경쟁하고자 지난해 11월 직접 OTT를 운영하기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론칭 예정인 '디즈니 플러스(Disney+)'는 7500편 이상의 TV 시리즈와 500편 이상의 영화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마블 스튜디오 라이선스를 활용해 '캡틴 마블'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며 톰 히들스턴이 주연을 맡은 '로키'의 첫 번째 시즌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클론 전쟁 시즌 7'과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도 독점 스트리밍된다. 디즈니 플러스는 대부분의 TV 시리즈에 회당 제작비 2500만-3500만 달러(한화 약 300억-42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OTT는 디즈니 플러스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훌루(HULU)에서도 대부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훌루는 지난 2007년 디즈니와 21세기 폭스, 컴캐스트가 각각 30%를, 타임워너가 10%를 투자해 공동으로 출범했다. 이후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했고 타임워너도 모회사 AT&T가 디즈니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주주는 디즈니와 컴캐스트 둘이 됐다. 5년 뒤인 2024년에 디즈니가 모든 지분을 확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출범을 선언했다. 올해 7월에는 국내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아마존이 개발해 운영 중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업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2016년 12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지난해에만 50억 달러(한화 약 6조원)를 투자했다.

이밖에 애플티비는 스피븐 스필버그 감독의 TV 시리즈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 등 자체 콘텐츠 제작 예정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등 셀럽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프로그램 생산에 들어가기 위해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원)를 투자한다. AT&T-워너브라더스도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활용해 올해 말까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 할 예정이다. 

 

배우 류승룡(왼쪽부터), 배두나, 주지훈, 작가 김은숙, 감독 김성훈이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 = 스포츠Q DB]
배우 류승룡(왼쪽부터), 배두나, 주지훈, 작가 김은숙, 감독 김성훈이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 = 스포츠Q DB]

 

# OTT 경쟁 수혜는 미디어 종사자와 시청자에게, 하지만 코드커팅은 이르다?

OTT 시장을 두고 국내외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투자에 대한 혜택은 미디어 종사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다수의 OTT 플랫폼들은 거대 자본을 무기삼아 유명 감독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넷플릭스를 선택한 봉준호 감독과 달리 박찬욱 감독은 국내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공개했다.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공개된 버전과 비교해 박 감독의 연출 의도가 더욱 정교하게 담겼다고 알려졌다.

영화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도 주목할 만하다. '그래비티'의 연출자인 그는 넷플릭스에 공개한 이 작품을 통해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받았다. 이밖에 토드 헤인즈 감독은 '원더스트럭'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서스페리아'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했다.

OTT 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로컬라이징을 시도하고 있다. 영화 '옥자'를 비롯해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 B의 농담', 'YG전자' 등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라바 아일랜드'까지 넷플릭스만 봐도 국내 자체 콘텐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프리미엄 서비스를 론칭하며 OTT 시장에 뛰어든 유튜브도 서은수, 안효섭, 차은우를 앞세워 드라마 '탑 매니지먼트'을 만들었고, 방탄소년단과 권지용의 다큐멘터리 '방탄소년단 : 번 더 스테이지'와 '권지용 액트 lll: 모태'를 제작했다.

국내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SK브로드 밴드의 옥수수도 드라마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와 예능 SM의 대표 아이돌 엑소와 레드벨벳을 활용한 '엑소의 사다리타고 세계여행', '레벨업 프로젝트'를 제작했다.

KT의 올레tv모바일은 드라마 '짝사랑 전세역전', '두부의 의인화' 그리고 아이돌 아이콘을 앞세운 예능 '아이콘 심쿵 청춘여행'과 '저스피드', '아미고TV'를, 콘텐츠연합 플랫폼의 푹은 드라마 '넘버식스'를 만들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 드라마보다는 한국형 콘텐츠를 선호하고, 영화 중에서는 최신 영화 시청을 선호하는 경향 존재한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OT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택지는 많아졌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 가격이다. 지상파 실시간 시청이 매력인 푹의 경우 1인 기준 모바일 및 PC를 동시에 사용하는 HD시청을 기준으로 부가세 포함 한 달에 7900원을 낸다. 동시 이용자수가 셋 까지 늘어나면 가격은 11900원까지 상승한다. 또 다른 국내 서비스인 왓챠 플레이의 경우 한 달 가격은 동일하지만 12개월까지 한꺼번에 결제할 경우 매달 지불하는 가격은 6158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넷플릭스의 경우 혼자 HD 화질로 즐길 수 있는 베이직은 9500원, 2인 동시접속이 가능한 스탠다드는 12000원, 4명까지 접속할 수 있으며 UHD 화질이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14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가격은 국내 유선방송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이 아직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이유도 가격과 연관이 높다. 코드 커팅이란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유료방송 저가 구조가 정착된 한국의 경우, 2016년 기준 유료방송시장의 월간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1만117원이다. 이는 미국, 영국 등 다른 해외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OTT 서비스가 유선방송에 비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상파 3사 및 CJ ENM으로 대표되는 케이블 채널, 그리고 3대 통신사가 장악중인 국내 OTT 시장에 거대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와 디즈니까지 가세했다. 누가 패권을 잡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업계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선방송 사업자도 차고 넘치는 국내 시장에 OTT는 한국 미디어 소비자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정에 밝은 애널리스트 K씨는 "글로벌 OTT서비스 업체들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어려운 이상 국내에서 마켓셰어를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K씨는 "글로벌 OTT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는 색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신생기업으로서 콘텐츠 확보 및 제작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디즈니는 기존에 확보한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급한 쪽은 넷플릭스일 수밖에 없다. 기본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디즈니는 기본 콘텐츠를 활용해 점차 영향력을 넓힐 것이다"고 내다봤다.

K는 최근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에 대해서도 "한국 자체가 빅마켓은 아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지만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이기에 투자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로 인해 경쟁업체 사이에서도 투자 바람이 불면서 퀄리티 높은 콘텐츠 생산이라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코트 커팅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OTT 시장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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