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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개봉①] 봉준호 최고의 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이유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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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개봉①] 봉준호 최고의 영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이유 (Q리뷰)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5.3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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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없는 기사입니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한국 영화 최초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 영화 '기생충'이 거둔 성과다. 게다가 무려 6년 만의 '만장일치 수상' 결과다.

영화 '기생충'을 둘러싼 영화 팬들의 기대가 뜨거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칸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유서가 깊은 영화제다.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상,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과 한국 영화는 인연이 없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렇다면 영화 '기생충'은 어떤 영화이길래 봉준호의 '마스터 피스'로 불릴까?

# 한국적 맥락, 영화로 살아나다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다. 배우들은 모두 한국어로 연기하고 배경 또한 한국이다. 그런 만큼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영화 감상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기생충' 제작 보고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한국 영화이기에 한국 관객들이 가장 잘 즐길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 시사회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칸 영화제에서의 관객들의 반응과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매력을 가득 담은 영화다. 봉준호 특유의 '찰진 대사'는 연기파 배우들을 만나 리듬을 살린다.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한국의 주거 형태인 반지하는 '기생충'의 영화 주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마더' 이후 할리우드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영화 '설국열차'와 '옥자'는 봉준호가 할리우드 스텝들과 협업해 만든 영화다.

그러나 봉준호의 할리우드 영화들에 대한 평가는 미묘하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마더'가 작품성 면에서 호평 받는 것과 달리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들은 작품성 면에서 박한 평가를 받는다. 이는 봉준호의 장점인 '한국적 맥락'이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발휘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생충'이 국내 영화 팬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특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적인 맥락으로 가득 찬 '기생충'은 결국 보편의 이야기인 부와 가난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외국 관객들에게 봉준호의 디테일한 한국 묘사는 새로운 미적 쾌감을 선사해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이제는 조금 진부한 관용구지만 영화 '기생충'은 이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 봉준호의 세계, '집'에 갇히다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봉준호 감독이 기자간담회와 인터뷰에서 꾸준히 자랑(?) 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세트장이다. '기생충' 대부분의 장면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기존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로드무비에 가까웠다. 주인공이 마치 활극처럼 세상을 누비는 이야기는 거대한 사회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을 보여주는 장치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기생충'은 다르다. '기생충'의 공간은 한정적이다. '괴물'에서 서울을 질주하는 주인공들, '옥자'에서 배경이 한국에서 뉴욕까지 확장됐던 것, '설국열차'가 각 칸이 각각 다른 세계를 보여줬던 것과 달리 영화 '기생충'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혹자는 이를 가리쳐 "봉준호가 박찬욱의 세계를 만났다"라고 표현한다. 박찬욱 감독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배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감독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넓은 세계에서 활극과 부조리를 보여줬던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에서는 폐쇄된 집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밀착할 수 밖에 없는 인간 관계를 설명한다.

주제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있다.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봉준호의 디테일은 배경인 집에서도 돋보인다. 소품 하나 하나가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상징적이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치밀한 연출과 이야기 전개는 2시간 1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긴장감으로 가득 매운다.

# 어렵지 않은 예술영화… 재미도 있다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 영화 '기생충' 스틸컷]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무게감이 느껴지는 타이틀이다. 대중적인 영화들을 시상하는 아카데미 영화상과는 달리 칸 영화제는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주로 심사한다.

그렇기에 영화 '기생충' 역시 어려운 영화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은 명쾌한 이야기 구조와 긴장감을 높이는 호흡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몰입도로는 '어벤져스' 시리즈와 비견될 정도다.

영화 '기생충'이 재미까지 잡은 이유는 이야기의 특별한 비밀 때문이다. 영화 개봉 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스포일러에 대한 자제를 부탁하는 글을 영화 홍보 자료에 첨부했다. 영화 '기생충'은 관객이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영화 중간에 삽입되어있다.

영화에서 반전은 관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더하는 요소다. 최근 관객들이 영화의 스포일러에 민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은 강약을 조절하는 봉준호 특유의 리듬과 함께 영화 내 깜짝 놀랄 반전이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은 작품성 뿐만 아니라 대중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이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의 스필버그'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독특한 상상력과 함께 대중성 면에서도 강점을 가진 감독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다소 난해한 포스터와 제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타이틀이 관객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생충'은 유쾌한 블랙코미디 영화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강세로 최근 한국 영화는 부진에 휩싸였다. 영화의 퀄리티에 대한 관객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대규모 투자 영화들이 흥행하지 못하고 쓸쓸하게 극장가에서 퇴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19년인 올해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영화 '기생충'의 장점은 한국 영화라는 점이다. 한국적 매력을 가득 담아 영화적 완성도를 더한 작품이기에 의미가 더 뜻깊다. '기생충'의 선전이 최근 침체된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기생충'의 의미가 더욱 뜻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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