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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축구할 수 있다' 플랩풋볼, 서비스를 넘어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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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축구할 수 있다' 플랩풋볼, 서비스를 넘어 문화로?!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6.06 17: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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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가히 축구의 봄이다. 한국축구가 요즘 안팎에서 성가를 드높이며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일까? 여기저기 축구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축구에 매진하는 일반 동호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혼자와도 축구할 수 있다!”, “개인장비만 챙겨오세요!”라는 유혹적인 문구로 인원 모집부터 대관, 공과 조끼 등 장비까지 모두 대신 준비해 주는 ‘플랩풋볼’이라는 서비스다.

각자의 고단한 삶에 치여 함께 축구(풋살)할 사람을 모으기도, 팀 스케줄에 시간을 맞추기도, 하물며 경기장 대관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 3일 플랩풋볼을 운영 중인 마이플레이컴퍼니 강동규(29)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플랩풋볼이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언젠가 한국 생활축구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플랩풋볼의 매력 속으로 한발 더 들어가 보자.

▲ 플랩풋볼이 축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반향을 얻고 있다. [사진=플랩풋볼 공식 홈페이지 캡처]

◆ 플랩풋볼, 무엇이 통했나?

플랩풋볼은 ‘개인 참여형 풋살 경기 진행 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고 참가비 1만 원만 내면 준비 완료. 신청한 시간대에 약속된 경기장에서 처음 보는 인원들과 팀을 꾸려 공을 찰 수 있다.

모든 경기는 플랩풋볼에서 직접 관리한다. 휴식시간 분배부터 골키퍼 및 벤치멤버의 로테이션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세심히 경기를 살핀다. 본 경기에 앞서 생판 처음 보는 참가자들이 서로 인사를 건네며 몸을 푸는 워밍업 과정도 매니저 인솔 아래 진행된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코칭해 질서 속에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다. 

수익 모델은 참가비에서 대관료를 뺀 차익이다. 대관료를 1/N 한 것 보다 비싸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본래 아마추어 축구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던 마이플레이컴퍼니 크루들은 비용 대비 수익이 낮고 재 구매율이 현저히 떨어지자 다른 아이템을 물색했고, 플랩풋볼의 초기 모델을 떠올렸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먼저 반응을 떠봤는데 두 달 만에 회원 2000여 명이 모였다. 강 대표는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며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지난해 3월 어플을 출시한 이후 성장세가 상당하다.

▲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이플레이컴퍼니 사무실에서 강동규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스포츠Q DB]

◆ 가파른 성장세, 그 이면에는

강동규 대표는 “사업 규모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며 “한동안 제대로 쉬는 날 없이 지내다 최근에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휴대폰을 꺼두고 푹 쉴 수 있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플랩풋볼은 현재 용산, 은평, 목동, 노원 등 서울은 물론이고 의정부, 수원, 일산, 인천 등 수도권과 대구, 광주 등 지방에서까지 매치를 열고 있다. 초반에는 대관을 취소하는 일도 잦았지만 현재는 먼저 플랩풋볼 측에 제휴를 맺자고 하는 구장도 많이 늘었다.

지난해 8월 기준 매월 2000명의 참가자가 150경기에 참여했다. 당시 직원이 4명, 매니저가 10명, 인턴이 3명이었다. 강 대표는 “지금은 매월 500경기, 회원이 1만3000명 정도에 이른다.  직원 11명에 매니저도 3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아 두 차례 투자도 받았다. 강 대표는 “지난해 8월 첫 후원을 받은 이후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사세가 확장됐지만 여전히 강 대표를 비롯해 전 직원이 전국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를 관장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점에 호스트가 직접 매치를 등록해 참여자를 모집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의 전환도 염두하고 있지만 우선은 플랩풋볼 현 시스템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플랩풋볼 직원들은 얼마 전까지 명함 뒷면에 자신의 모토를 새겼다. 강동규 대표의 명함 뒤편에는 “진심은 통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진심이 통한 걸까. 열정 하나만 갖고  풋살장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한 구매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높은 재구매율 속에 호평 받고 있다. “전체 휴식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전체 휴식이 길어지면 개인적으로 볼 때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는 그의 말에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 매달 '플랩리그'도 열고 있다. 승리를 위한 경쟁보다는 함께 축구하는 재미를 좇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플랩풋볼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 서비스를 넘어 생활스포츠의 새 지평을 열다

강동규 대표는 “플랩풋볼의 장기적인 비전은 개개인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번 운동을 하더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매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수준별 매칭 시스템을 도입하고 매월 이벤트성 리그도 열고 있다. 매칭 레벨을 직접 선택하니 경기에 참여하는 개인의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소정의 상금을 걸고 진행하는 ‘플랩리그’는 자칫 분위기가 과열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바람직한 생활축구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승팀이 상금을 독식하는 관행을 깼고 1위부터 최하위 팀까지 골고루 상금을 갖는 방식을 도입했다. 페어플레이 점수가 가장 높은 팀에 가장 큰 상금이 돌아가는 점은 압권이다. 강 대표는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지더라도 재밌게 차려고 하며 오히려 경기를 즐기려고 한다”며 “분위기가 (다른 대회들과) 다르고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흡족해 했다.  

플랩풋볼은 여자축구 활성화에 이바지할 잠재력도 갖췄다. 여성 전용 매치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강 대표에 따르면 남자 경기 대비 절대량은 적지만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매칭이 이뤄지는 속도가 상당하다. 전체 회원 중 여성 회원은 5%에 불과하지만 매치 비율은 이를 상회한다는 게 강 대표의 첨언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남녀가 피치 위에서 어울리는 혼성매치도 개시해 축구 동호인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  

플랩풋볼은 궁극적으로는 타 종목으로까지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즐겁게”라는 비전이다. 우선은 축구, 풋살에 집중해 시스템이 충분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쏟고 그 이후를 바라보겠단다.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클럽 리버풀 아카데미와 협업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트레이닝 세션도 열고 있다. 마이플레이컴퍼니와 같이 처음에는 영상 제작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트레이닝 및 일반인 리그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고알레(Go Ale)’와 더불어 생활축구에 전문가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여성매치 및 혼성매치를 통해 축구하고 싶어도 함께할 팀도, 공간도 부족한 여성 축구인들에게 활로를 열어주고 있기도 하다. [사진=플랩풋볼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일반인들의 축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영상 및 교육 서비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Q가 플랩풋볼에 주목한 배경이다. 단순 흥미 위주를 넘어 운동 본질에 대한 고찰이 눈에 띈다. 큰 틀에서 방향은 같고 결이 다른 여러 서비스들과 더불어 생활 축구의 질적 향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엘리트 축구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축구를 누구보다 좋아했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선수의 꿈을 놓지 못했다. 연습생 신분을 거쳐 결국에는 2년 동안 K3리그(4부리그 격)에 소속된 선수로도 활동한 바 있다. 대학 시절 가담했던 축구 동호회만 10개가 넘는다.

정말 축구하는 것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진심으로 접근한 사업이 플랩풋볼이다. 고객들의 플레이 만족도를 최대한으로 높이고 싶다는 진정어린 바람은 갖은 고심과 실험 속에 발전을 거듭하며 호응을 이끌어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플랩풋볼이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어쩌면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운동하는 문화를 새롭게 정립할지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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