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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조부상 뒤로 하고 '투혼' [한국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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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조부상 뒤로 하고 '투혼' [한국 이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6.11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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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가 한국 이란 축구 평가전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조부상 직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열심히 피치를 누볐다.

이승우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친선경기)에서 벤치에 대기하다 후반 35분 포지션 경쟁자 나상호(FC도쿄)와 교체 투입됐다.

이승우는 전날 새벽 할아버지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이승우의 퇴소 여부를 두고 “본인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을 전했으나 이승우는 빈소를 찾은 뒤 밤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후반 35분 교체 투입된 이승우가 드리블하고 있다. 

 

지난 7일 호주와 평가전에선 교체명단에 들었으나 출전하지 못했던 이승우는 이번엔 어렵사리 기회를 잡았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죽을힘을 다하는 게 보였다. 그럴만 했다. 이승우는 벤투 호 출범 이후 (이날 포함) 16경기 중 5경기에만 뛰었다. 선발 출장은 없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조별리그 진행 중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짜증이 났는지 물통을 걷어찼던 적도 있다.

이젠 한결 성숙해진 이승우다. 지난 9일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항상 기다림을 통해 출전 기회를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그건 감독님의 선택이고, 선수들은 기다림이 전부”라고 말했다.

 

▲ 이란 선수를 강하게 압박하는 이승우. [사진=연합뉴스]

 

발을 동동 구를 기다림 도중에 할아버지까지 잃어 마음고생했던 이승우는 한풀이하듯 뛰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엔 이란의 공을 빼앗기 위해 머리까지 들이댔다.

KBS 중계진 이광용 캐스터와 한준희 해설위원이 “평가전이 아니라 마치 월드컵을 보는 것 같다”고 놀랄 정도로 이승우는 적극적이었다.

“제가 가진 걸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던 이승우.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그를 응원하는 축구팬들에게 투지와 근성만큼은 확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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