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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눈물의 데뷔전', 벤투도 극찬한 '포스트 기성용' [한국 이란 축구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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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 '눈물의 데뷔전', 벤투도 극찬한 '포스트 기성용' [한국 이란 축구 하이라이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6.12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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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는 함께 울었다.”

100점 짜리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22·지로나)가 경기 후 인터뷰 도중 돌연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자신과 가족 모두에게 간절했던 경기였다.

유연성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고 성공을 거뒀다. 그 중심엔 백승호(22·지로나)가 있었다. A매치 데뷔전에 나선 선수답지 않은 노련함과 담대함으로 놀라운 공세를 가능케 했다.

 

▲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 안호근 기자] 백승호가 11일 한국 이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마친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 노련했던 데뷔전, ‘초짜’ 티는 없었다

백승호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 된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77분간 피치를 누볐다.

아쉬운 실점으로 1-1로 비겼음에도 이란전 공포증을 날린 공격적인 경기 내용을 보였다. 백승호를 중심으로 한 전술 변화에 그 답이 있었다.

지난 3월 축구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된 백승호는 볼리비아, 콜롬비아와 2연전에서 아쉽게 벤치를 지켰다. 지난 7일 호주전에서도 백승호에게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벤투 감독을 향해 선수를 뽑고도 활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랐다.

지난 7일 호주전에서 스리백을 내세워 수비일변도 전술에 맞서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벤투 감독은 백승호를 중심으로 한 변형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백승호는 익숙하지 않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백승호 출전이 빌드업과 관련이 깊을지 모른다. 황인범과 백승호가 중요한 몫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황인범은 공격 시에 상당히 전진한 좌우 풀백과 달리 센터백 라인까지 내려서 빌드업의 시작을 맡았다.

 

▲ 백승호(오른쪽)은 한국 이란 축구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발군의 탈압박 능력을 보였다.

 

A매치 데뷔전에 긴장할 법 했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 속에도 노련하게 공을 지켜냈고 좁은 공간 사이로도 공을 잘 뿌렸다. 때론 전진한 좌우 측면을 향한 정확한 롱패스로 한 번에 공격 기회를 열었다.

강점 중 하나인 탈압박 능력도 발군이었다. 문전에서 공을 잡은 백승호는 좁은 틈 속에서도 2명의 수비를 달고 화려한 드리블을 펼쳤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뜨거운 함성에 휩싸였다. 한준희 “빼앗기기는 했지만 대단한 기량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평했다.

공격적인 능력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상대의 공격 루트를 사전에 차단하며 기여했다. 후반 32분 주세종과 교체 될 때에도 팬들은 뜨거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데뷔 무대인데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던 한준희 해설위원은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고 촌평했다.

◆ 벤투 극찬과 눈물, ‘포스트 기성용’ 거론까지 

백승호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1-1로 무승 징크스는 6경기까지 이어졌지만 한국은 근 몇 년 간 이란을 상대로 가장 발전된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백승호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말할 수 있다”며 “백승호는 중앙에서 뛸 때 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훈련 때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을 설명해줬고 이 과정을 통해 대표팀 2번째 소집 만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한국 이란 평가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는 백승호.

 

이어 “우리가 원하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공을 가졌을 때 플레이가 좋았다”며 “이란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뛰어난 활약을 했고 피지컬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좋은 미드필더 조합을 보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데뷔전에서 선발 명단에 오른 백승호가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 건 어머니.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 뒤 함께 울었다. 지금도 울컥하다”고 밝힌 그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꿈꾸던 무대를 밟게 돼 너무 좋았고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전했다.

황인범과 동시 기용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둘 모두 수비적인 면보다는 공격을 풀어가는 데 더 재능이 있다는 평을 받은 중원 자원이었기 때문. “원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펼친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처음부터 벤투 감독님이 이 위치에 설 것이니 잘 준비하라고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피치 위에서 침착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전했다.

아시아 최강 이란전에서 선발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소속팀에서 어떤 포지션에 설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성공적인 데뷔전과 함께 단숨에 ‘포스트 기성용’으로 주목받게 된 백승호. “(기)성용이 형처럼 하는 것은 어렵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서 성용이 형만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당당한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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