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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축구 하이라이트] 정정용 감독 '이강인 교체 뚝심', 신들린 용병술은 자신감+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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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축구 하이라이트] 정정용 감독 '이강인 교체 뚝심', 신들린 용병술은 자신감+믿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6.12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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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맏형 조영욱(20·FC서울)은 2경기 연속 벤치를 지켰고 에이스 이강인(17·발렌시아)은 에콰도르의 공세 속에 교체 아웃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고의 정예 멤버를 유지해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국제대회 토너먼트에서 정정용(50) 감독은 매 순간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강수를 뒀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마치 신들린 듯 이러한 용병술이 하나하나 들어맞았다는 것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는 12일(한국시간) 에콰도르를 1-0으로 잡아내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 정정용 감독(왼쪽에서 3번째)이 12일 한국 에콰도르전 승리로 2019 U20 월드컵 결승행을 확정지은 뒤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정용 감독과 선수단은 한국 축구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1983년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종전 FIFA 주관 대회 한국 축구의 최고 성적이었다.

정정용호의 결승 진출로 역사가 새로 쓰였다. 한국 U20 대표팀은 최소 준우승을 확보했다. 오는 16일 오전 1시 우크라이나와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정정용 감독의 놀라운 경기 운영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선수 시절엔 무명에 가까웠지만 U14 대표팀부터 거의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하며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자신만의 방법을 체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완벽한 ‘원팀 정신’을 U20 대표팀에 주입했다.

무모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용병술과 전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철저한 훈련을 통한 자신감과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뒷받침 된 산물이다.

정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치른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앞선 2경기와 달리 스리백을 들고 나와 2-1로 승리하며 재미를 봤다.

 

▲ 정정용 감독이 한국 에콰도르전에서 결승골을 합작한 이강인(왼쪽)과 최준을 따스히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과 16강에서도 스리백으로 나섰고 전반 무기력할 정도로 수비 일변도로 나서던 한국은 후반 엄원상의 스피드를 앞세워 흐름을 바꿔내며 결국 후반 막판 결승골로 8강에 진출했다. 세네갈과 8강전에서도 ‘후반 올인 전략’을 택한 정 감독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아껴뒀던 조영욱을 투입하며 분위기를 뒤집어내 36년 만에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조영욱은 물론이고 엄원상과 전세진, 김정민을 모두 벤치에 앉혀둔 채 시작했다. 대신 한 차례 교체 출전이 전부였던 김세윤, 5경기 중 2경기에 나섰던 고재현을 공격형 미드필더 듀오로 내세웠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조합이었지만 이 둘은 주축들 못지않게 훌륭히 제 몫을 해냈고 한국은 전반 38분 이강인의 재치 있는 침투 패스를 최준이 깔끔히 마무리 지으며 리드를 잡았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초반 김세윤 대신 조영욱을 투입하며 동점골이 간절한 에콰도르의 뒷공간에 불안감을 안기더니 후반 28분 이강인을 빼버리는 초강수를 뒀다. 이날 정정용 감독 용병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번 대회 1골 4어시스트로 맹활약 중인 이강인을 빼고 한 골을 지켜내는 것에 방점을 둔 부담이 큰 전략이었지만 이마저 성공을 거뒀다.

 

▲ 2019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선수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순히 도박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을 포함한 선수들을 조기 소집해 체력을 끌어올렸고 어느 자리에, 누가 빠지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해 놨다.

정 감독은 골키퍼 최민수와 박지민, 수비수 이규혁을 제외하고는 4강까지 18명의 선수를 활용하며 누구를 내보내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고 고른 기용 속에 6명의 선수가 8골을 나눠넣으며 달콤한 열매로 결실을 맺었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 모두 하나가 되어 뛰었다”며 후반전 아찔했던 실점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고 긴장되지 않았다”고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전술적으로도 만족한 경기였다. 정 감독은 “전반전에 한쪽으로 프레싱을 몰게 했는데 그게 잘 된 것 같다”며 “그런 걸 통해 전반 의외의 득점을 했고 후반엔 전술적으로 지키는 축구를 하며 역습을 하려한 게 잘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건 우크라이나와 결승전 단 한 경기. 굳은 믿음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정정용 감독과 그를 따르는 태극전사들에게 두려울 것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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