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범호(38·KIA 타이거즈)가 은퇴한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00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 20년 동안 프로야구를 빛낸 ‘꽃’이 질 시기가 왔다.
이범호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이범호는 ‘야구의 꽃’인 만루홈런을 가장 많이 때린 사나이다. 17개를 날렸는데 이는 2위 심정수(은퇴·12개), 3위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박재홍(은퇴·이상 11개)보다 한참 많다.
이범호의 만루홈런은 어쩌면 불멸이 될 수도 있다. 현역 중 이범호 뒤를 따르는 이들은 강민호나 최정(SK 와이번스·10개), 김태균(한화·9개), 나지완(KIA), 황재균(KT 위즈·이상 8개) 등.
즉, 8~10개를 때려야 이범호를 추월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KBO 역사상 한 타자가 한 시즌에 만루홈런을 많이 쳐봐야 4개(1999 박재홍, 2009 김상현, 2015 강민호)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경신이 결코 쉽지 않다.
이범호는 한화에서 10시즌, KIA(기아)에서 9시즌을 보내며 통산 329번의 대포를 날렸다. 두 팀에서 각각 100홈런 이상을 때려낸 게 그의 성실함을 증명한다.
내구성도 좋았다. 2000, 2001(이상 한화), 2012, 2019(이상 KIA)년을 제외한 15시즌 동안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첫 두 해는 붙박이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전이었으니 이범호는 늘 자리를 지킨 셈이다.
329홈런은 이승엽(467개), 양준혁(351개), 장종훈(340개), 이호준(337개·이상 은퇴)에 이은 역대 5위다. 이범호는 1루수로 주로 나섰던 이승엽 장종훈, 지명타자가 어울렸던 양준혁과 달리 수비 부담이 큰 내야수(3루수)임에도 홈런 순위 상위권에 포진했다.
타점 8위(1125개), 루타 10위(3071개), 득점 19위(954개), 볼넷 11위(862개) 등 각 부문 통산 순위 상위권 기록들이 이범호의 위대함을 나타낸다.
진정한 레전드로 남기 위한 필수 덕목, 우승반지도 보유한 이범호다. 2017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선 더스틴 니퍼트를 울리는 만루홈런을 쳐 KIA의 통합우승을 결정한 바 있다.
‘꽃범호’는 국제대회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과 더불어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남아 있는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홈런 7타점을 올려 준우승에 앞장섰다.
이범호 은퇴로 2019 프로야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을 둘이나 떠나보내게 됐다. 앞서 박한이가 음주운전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나겠다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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