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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이성우 감동 인터뷰, 꿈은 현실이 됐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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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이성우 감동 인터뷰, 꿈은 현실이 됐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6.22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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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9회말 8-8 동점 무사 1,2루. 타석엔 타율 0.152의 대타가 들어섰다. 지난해 선수 인생이 마감될 뻔했던 이 타자에게 주어진 역할은 보내기 번트.

그러나 방망이를 고쳐 잡은 그는 프로 데뷔 후 첫 끝내기 안타를 날리며 1만8000 관중 앞에서 당당히 마이크를 잡았다. 마흔을 코앞에 둔 LG 트윈스 백업 포수 이성우(38)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이성우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 9회말 대타로 등장해 끝내기 안타를 날리며 팀의 9-8 승리를 견인했다.

 

▲ LG 트윈스 이성우가 21일 KIA 타이거즈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홈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경기 후 이성우는 “작년에 끝날 수 있었던 야구 인생인데 LG에서 받아주셔서 연장이 됐다. 내 머릿속에 적시타, 방송사 인터뷰, 끝내기 안타 같은 장면은 없었다”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야구 인생에서 전에 못해봤던 일들이 자꾸 벌어져 당황스럽고 믿기지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상무에서 처음 2군 무대를 경험한 이성우는 전역 후인 2005년에서야 육성선수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이후에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건 그로부터 3년 뒤 KIA에서였다. 그러나 백업 포수라는 수식어도 그에겐 과분했다. 2014년에서야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 LG 이성우(위)가 끝내기 안타 후 오지환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2017년엔 SK 유니폼을 입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그의 야구 인생은 전환점을 맞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는 SK로부터 선수가 아닌 프런트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이성우는 현역 생활 연장만을 생각했다.

LG의 안방 잠실구장은 이성우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지난달 말 1군에 처음 등록된 이성우는 기회를 늘려갔고 지난 5일 KT 위즈전에선 적시타를 때려내며 생애 첫 방송사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날 도합 23개의 안타, 18개의 볼넷과 함께 8-8로 맞선 9회말 LG는 기회를 잡았고 이성우에게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 무사 1,2루에서 성공적으로 주자의 진루를 돕는 것. 번트 자세를 취하던 이성우는 돌연 자세를 고쳐잡더니 타구를 중견수 방면으로 날려버렸다. 전진 수비를 펼치던 KIA 중견수 이창진이 다급히 타구를 쫓았지만 결국 공을 잡아낼 순 없었다.

끝내기 볼넷이 전부였던 그에게 찾아온 첫 끝내기 안타. 방송사 인터뷰의 주인공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 [스포츠Q 안호근 기자] 이성우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감을 전하고 있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돼가는 것 같다는 말에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한다. 욕심도 없다. 어차피 주전 포수는 유강남”이라며 “내가 주전하는 건 팀으로서도 마이너스다. 유강남 선수 뒤를 잘 받치겠다”고 겸허한 자세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오늘은 최고의 날”이라며 끝내기 상황에 대해선 “일단 번트를 잘 대자고 했는데 수비수들이 많이 앞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자신 있게 쳤다. 치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처음엔 잡히는 줄 알았는데 (오)지환이가 (나에게) 뛰어올 때 끝내기 안타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신에겐 누구보다 냉철했고 현실적이었다. 이성우는 “인터뷰 할 때마다 항상 말하는데 내년에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오늘, 내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그 이후엔 구단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담담히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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