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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10G 4할', 벼랑 끝에서 답을 찾다 [SQ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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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10G 4할', 벼랑 끝에서 답을 찾다 [SQ분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6.24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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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느낌이 안 잊혀 진다. 계속 좋은 상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택한 변화는 약이 됐다. 5월 이후 1할 대에 머물던 LG 트윈스 오지환(29)이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LG는 21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3연전에서 1승 2패로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특히 주말 치른 2경기에선 단 2득점에 그쳤다. 그럼에도 오지환은 3경기에서 스리런 홈런 포함 9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 작은 변화가 오지환의 부활시켰다.

 

▲ [스포츠Q 안호근 기자] 오지환이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 후 타격폼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LG 부동의 유격수 오지환, 멘도사 라인에 빠지다

오지환에게 2018년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한 해였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군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부진한 경기력과 함께 선발 과정까지 논란이 되며 야구 팬들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절치부심해 준비한 새 시즌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3월 타율 0.129로 시작한 오지환은 4월 0.274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5월 이후 이달 13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0.184(125타수 23안타)로 부진했다. 시즌 타율은 0.208까지 내려갔다.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2할대 초반을 맴도는 타율을 일컫는 멘도사 라인(Mendoza Line)에 빠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마리오 멘도사의 현역시절 타율을 빗대 생겨난 용어다.

오지환은 “이것저것 뭐라도 해보려고 했다. 이병규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손목힘이 좋은 게 장점인데 왜 공을 받아놓고 치지 않고 굳이 몸이 나가서 치냐고 하시더라”며 “스윙도 빨리 나왔다. 어떻게 쳐야겠다고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고 당시 답답했던 심경을 전했다.

할 수 있는 건 거의 시도해 봤다. “안되니까 이것저것 다 해봤다. 폼도 바꿔보고 노림수로 속구 혹은 변화구만을 쳐보기도 했다”고.

그러던 중 답을 찾았다. “정답은 움직임을 줄이는 것이라고 느꼈다”는 오지환은 아주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 이전과 달라진 오지환의 배트와 그립 위치. 오지환은 지난 14일 두산전 이후 아래와 같이 방망이를 짧게 잡고 완벽히 부활했다. [사진=MBC스포츠플러스, S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 타율 0.184→0.467, 짧게 잡은 배트가 만든 드라마틱한 변화

오지환은 “이병규 코치님께서 밸런스도 잡아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후 중타이밍(직구와 변화구 중간)으로 치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좋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움직임을 줄이기 위해 다른 것에 손을 대지 않고 방망이만 조금 짧게 잡았다. 이를 위해 배트도 바꿨다. 끝 부분이 툭 튀어나온 기존의 배트 대신 부드럽게 연결된 방망이를 잡고 양손을 다소 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21일 경기를 중계하던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오지환의 변화를 두고 “응급처치”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오지환은 절박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방망이를 고쳐 잡은 오지환은 펄펄 날았다. 지난 16일 두산전부터 9경기에서 타율 0.467(30타수 14안타)를 쳐내고 있다.

 

▲ 오지환은 배트 그립 위치 변화 후 9경기에서 타율 0.467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완벽한 부활은 어떻게 가능했나

오지환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는 속구와 변화구 중 한 구종을 노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중타이밍에 놓으면 몸이 덜 나가 반응이 잘 된다”고 말했다. 이에 변화를 택했다.

안경현 위원은 오지환의 변화 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의 메커니즘에선 길게 잡으면 안 된다. 테이크백 동작에서 히팅포인트까지 팔을 골프스윙처럼 피고 나오는 선수이기에 몸 쪽 공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방망이를 짧게 잡다보니 그만큼 대응할 시간을 버는 셈이다. 유인구에도 방망이가 잘 따라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지환 또한 “짧게 잡아도 충분히 멀리 칠 수 있어서 굳이 길게 안 잡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변화 계기를 밝혔다.

이젠 완전히 자신의 것이 돼 가고 있다. “(바뀐 그립이) 확실히 적립이 돼 가고 있고 느낌이 안 잊혀진다. 계속 진행형이고 좋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부진할 때 이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안 위원은 오지환을 향해 “배트를 길게 잡을 필요가 없다. 타율도 높이고 컨택트 능력도 좋아지고 공에 안 속게 된다. 짧게 잡을수록 숫자가 오를 수 있는 선수다. 작은 변화고 응급처치지만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 더 짧게 잡아도 좋을 것 같다. 힘이 있어 잘 맞히면 어차피 다 넘어간다”는 안 위원의 말을 전해들은 오지환은 “이미 해봤다. 연습 때 쳐봤는데. 아직은 익숙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 극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스스로 부진 탈출법을 찾아 낸 오지환. 팀 타율 0.260으로 이 부문 9위에 처져 있는 LG로선 변화한 오지환이 천군만마와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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