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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황대헌 쇼트트랙 대표팀 성희롱,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비난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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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황대헌 쇼트트랙 대표팀 성희롱,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비난받는 이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6.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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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엉덩이의 반이 노출 됐으나 성기는 노출되지 않았다. 훈련 중이 아닌 휴식 시간에 벌어진 상황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사상 초유의 동성 간 성희롱 파문 당사자 임효준(23·고양시청)과 황대헌(20·한국체대) 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임효준의 소속사는 25일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지상 훈련을 위한 이동 중에 일어난 일로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임효준 선수의 친근함에서 비롯된 장난 도중 암벽에 올라가는 황대헌 선수를 끌어내리려다 바지가 내려가 엉덩이 절반이 노출됐다. 엉덩이의 반이 노출됐으나 성기는 노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 쇼트트랙 간판 임효준(사진)이 훈련 과정에서 후배 황대헌의 바지를 벗겼고, 황대헌이 수치심을 느꼈다며 이를 신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체육회 소속 진천선수촌은 24일 남녀 각 8명씩 총 16명으로 구성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전원에게 1개월 퇴촌 징계를 내렸다.  

지난 17일 선수촌에서 암벽등반 훈련을 마치고 휴식 중 다음 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임효준이 황대헌의 바지를 내린 사건에 대해 집단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수치심을 느낀 황대헌이 이를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선수촌은 이를 팀 전체 ‘기강해이’로 판단해 전원 퇴촌을 결정했다.  

빙상연맹은 “(선수촌으로부터) 쇼트트랙 국가대표 강화훈련 1개월 중지(6월 25일~7월 24일) 결정을 통보받았다"며 "사건이 쇼트트랙 선수들 모두 참여하는 공식적인 훈련시간에 발생했고, 단순히 행위자 및 피해자 당사자 간 문제가 아닌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전체적인 훈련 태도 및 분위기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퇴촌 결정이 보도된 후 임효준 측은 소속사 브리온컴퍼니를 통해 공식 입장을 알려왔다. 

“임효준 선수는 오랜 시간 함께한 황대헌 선수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길 원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황대헌 선수에게 계속해서 메시지 및 유선을 통해 사과를 시도했지만 현재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운 점이 있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속히 해당 사건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회사와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황대헌 소속사 브라보앤뉴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임효준 선수는) 장난으로 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당한 사람이 느낀 바는 다르다. 황대헌 선수는 여자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느꼈고 지금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밤새워 뒤척이다 24일 오전에야 겨우 잠들었다”고 황대헌의 심적 고통이 상당하다고 했다. 

황대헌은 사건 직후 진천선수촌 내 인권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으나 여전히 심리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청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 황대헌은 심리적 충격이 커 수면장애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진=연합뉴스]

브라보앤뉴는 “퇴촌이 결정되기 전 (임효준 선수가) 사과했는지 잘 모르겠다. 퇴촌 후 사과한 것 같다”고 첨언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사과를 한 시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임효준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늦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원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 사실이다. 국민 여론과 다르게 '장난'을 강조하고 있는 점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임효준은 논란이 커지자 현재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운 상태다.

임효준은 지난해 평창 올림픽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목에 걸며 쇼트트랙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황대헌 역시 500m 은메달을 따냈다. 특히 올해 3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임효준이 4관왕에 등극하고, 황대헌이 500m에서 우승하며 한국이 전 종목 금메달로 종합우승하는데 쌍두마차 역할을 했던 터라 실망감이 더하다. 임효준 황대헌 두 선후배가 남자 계주에서 보여준 호흡이 무색하다. 

평창 올림픽 직전 쇼트트랙 대표팀에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월에는 선수촌 여자 숙소에 남자 선수 김건우가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발각됐다. 

조 전 코치 사건으로 체육계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전히 선수들이 성(性) 민감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 그저 심한 장난 정도로만 여기다 비판을 자초했다는 게 체육계 판단이다. 

임효준 황대헌이 쇼트트랙 대표팀 간판으로서 국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두 사람의 논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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