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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V리그 '외인 실험' 전기 마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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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V리그 '외인 실험' 전기 마련할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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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 드래프트 실시…국내 선수 기량발전·영입 비용 절감-리그 수준 하락 찬반 양론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찬반 양론이 분분했던 V리그의 실험이 드디어 시작된다. 기존 자유계약으로 선발하던 외국인선수 제도에 메스를 댔고 이제 1차 실험 결과가 나온다. 바로 여자부의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아메리칸스포츠센터에서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실시한다.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KOVO 관계자와 여자부 6개 구단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가하며 트라이아웃의 효율성 제고와 참가선수 기량 확인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팀 세터들도 동행했다.

트라이아웃 이후에는 6개팀이 참가신청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하게 된다. 구단마다 1명씩 뽑을 수 있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4~6위의 1그룹 팀과 1~3위의 2그룹팀으로 나눠 진행된다.

▲ KOVO가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V리그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KOVO는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을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와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로 제한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뛰었던 에커맨(왼쪽)이 이 자격조건에 부합한다. [사진=스포츠Q DB]

◆ 확 낮아진 연봉, 구단들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

1그룹 팀에 뽑힌 1~3순위 선수는 연봉 15만 달러, 2그룹 팀에 뽑힌 4~6순위 선수는 연봉 12만 달러가 지급되고 옵션으로 우승시 1만 달러, 준우승시 5000달러의 보너스가 추가 지급된다. 이밖에 본인 외 가족 2인에게 한 차례씩 왕복 항공권, 주택, 통역 등 복리가 지원된다.

드래프트를 통해 팀과 계약한 선수는 1년에 한해 재계약이 가능하고 시즌 중 대체선수가 필요할 경우에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계약이 가능한 선수에 한해 마지막 라운드 시작 전까지 한 차례 교체가 가능하다.

자유계약으로 선수들을 데려올 때만 하더라도 연봉 상한선은 28만 달러였다. 그러나 각 구단들이 28만 달러 상한선을 지켜가면서 외국인선수들을 데려온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배구계의 정설이다. 뒷돈과 웃돈이 오가면서 몸값이 100만 달러까지 오른 선수도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자유계약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과다출혈을 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로 인해 국제배구계는 V리그를 '봉'으로 보고 몸값을 높게 부르곤 했고 자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하게 되면 몸값이 확실하게 정해진다. 일단 KOVO에서 정한 12만 달러 또는 15만 달러를 넘길 이유가 없다. 이에 따라 구단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상한선 28만 달러만 생각했을 때 최고 16만 달러를 아낄 수 있다. 1년에 1억 70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KOVO 관계자도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를 시행함으로써 구단의 과도한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유소년 배구 발전 및 국내 선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될 수 있다. 구단들이 투자에 힘쓸 수 있도록 연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KOVO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를 실시하면서 국내 선수의 기량 향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니콜 포셋과 같은 특급 외국인선수를 볼 수 없게 됐다. V리그의 전반적인 수준 및 인기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국내 선수 기량 향상-V리그 전반적 수준 하락 '양날의 검'

연봉이 낮아진다는 것은 외국인 선수의 수준도 떨어진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의 참가 자격부터가 특급 스타들을 데려올 수 없는 구조다.

KOVO는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와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로 레프트와 라이트, 센터 등 공격수에 한해 참가토록 했다. 여러 리그를 뛰고 2012년부터 성남 한국도로공사에서 활약했던 니콜 포셋(29)이나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데스티니 후커(28)와 같은 선수는 언감생심이다.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뛰었던 에커맨(23) 같은 선수가 트라이아웃 대상자에 해당한다.

외국인선수의 실력이 이전보다 못하다는 것은 국내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그동안 V리그는 특정 외국인선수를 위주로 하는 '몰빵 배구'에 전력을 쏟아왔다. 이 때문에 공격 부문 상위권은 외국인선수의 독차지였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국내선수에 맞춘 전술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국내선수의 공격력과 기량은 그만큼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반면 V리그 수준의 전반적인 하락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이번 트라이아웃은 준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각 구단들이 원하는 선수들을 제대로 선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KOVO는 1차 엔트리로 50명 정도를 마련해 6개 구단의 심사를 거쳐 30명 정도로 추리기로 했지만 지난달 16일까지 도착한 트라이아웃 최종 명단은 26명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트라이아웃 당일에 신청만 해놓고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이 많을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드래프트는 분명 시도할만한 도전이다. 승리하기 위해 외국인선수에게 공격을 밀어줬던 시대에서 국내선수도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하고 공격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량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지난 한일 톱매치의 경우만 봐도 외국인 선수에 쏠리는 공격이 얼마나 경쟁력이 없는 것인지를 보여줬다. 조직력이나 국내선수 존재감의 실종 같은 문제를 이번 기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정된 자원에서 얼마나 눈높이에 맞는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볼거리가 사라지고 재미가 없는 V리그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배구인들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라는 명분을 갖고 기다려줄 수 있어도 팬들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를 시행하면서 재미가 없어지고 인기가 떨어진 일부 종목의 사례가 V리그에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KOVO는 올해 여자부에 이어 내년에는 남자부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KOVO는 올해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해 남자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KOVO가 시행하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드래프트에 따라 지난 시즌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데스티니(오른쪽)같은 선수를 볼 수 없게 됐다. 특급선수들이 사라져 볼거리를 잃은 V리그의 인기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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