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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보컬리스트 윤하, '스테이블 마인드셋'으로 목소리에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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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보컬리스트 윤하, '스테이블 마인드셋'으로 목소리에 집중하다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9.07.0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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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팁!> 서른 하나의 젊은 나이지만 윤하는 벌써 16년차 가수다. 대중에겐 데뷔 초기 불렀던 '비밀번호 486'이나 '혜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녀소녀'한 이미지를 탈피한 이후 좋은 음반들을 쏟아냈다. 2012년 소송 이후 활동을 재개한 정규 4집 '수퍼소닉'(Supersonic)을 비롯해 미니 앨범 '저스트 리슨'(Just Listen)과 '서브소닉'(Subsonic) 그리고 그루비룸과 선보였던 정규 5집 '레스큐'(RescuE)까지 음악적 역량을 한층 키워왔다. 창작자와 보컬리스트로서 매력 넘치는 결과물을 쏟아낸 윤하가 이번에 선보일 음악은 어떤 색채일까.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윤하가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엔 1년 7개월만의 작품이다. 5년에 넘게 걸렸던 정규 5집에 비하면 고민의 기간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네 번째 미니 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윤하는 프로듀서로서 자신을 내려놓고 보컬리스트로서 역량에 힘을 쏟았다고 고백했다.

 

가수 윤하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하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

 

◆ 신예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의 힘 빌린 보컬리스트 윤하

"기운이 좋아요. 뭔가 편해졌어요.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던 본연의 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퍼포밍 앨범입니다. 자작곡이 있긴 하지만 목소리에 중점을 뒀어요."

윤하는 지난 정규 앨범 발매 당시 내적 갈등이 많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트렌디한 프로듀서 팀 그루비룸(박규정, 이휘민)의 도움을 받아 앨범을 발매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창작자로서 모습은 잠시 내려놓았다. 윤하는 "많은 분들이 생각했던 내 모습은 퍼포머였는데 간과했나 싶었다"며 "이번 앨범을 통해 자세를 바로 잡은 모습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다른 창작자들에게 받은 노래는 무려 100곡이다. 윤하는 자신의 자작곡 두 곡이 100곡에 포함됐지만 모두 선정되지 않았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자신의 노래는 모두 탈락했지만 이번 앨범에 두 곡이나 실린 작곡가의 노래도 있다.

신예 작곡가 도코(DOKO)는 3번 트랙에 실린 타이틀곡 '비가 내리는 날에는'과 2번 트랙 '론리(Lonely)'를 통해 윤하만을 위한 맞춤형 노래를 선보였다. 

"곡 선정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돼 누군지도 모르고 모니터를 했어요. 만장일치로 나온 걸 타이틀로 했는데 그게 타이틀곡 '비가 내리는 날에는' 입니다. 심지어 가사까지 완성이 된 상태였고 따로 바꾼 게 없어요. 내게 맞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신예 작곡가 도코는 윤하에게 그의 오랜 팬으로서 인생의 특정 시점에 윤하의 음악이 배경음악처럼 들어간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도코는 과거 윤하가 불렀던 '기다리다',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등을 염두에 두고 타이틀 곡을 만들었다. 2번 트랙 '론리(Lonely)'도 마찬가지다. 윤하의 미디움 템포 히트곡인 '우산' 등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도코가 작사 작곡 편곡까지 도맡은 타이틀 곡에 대해 윤하는 "도코는 어떤 곡을 써두지 않고 가수에게 늘 맞춰 곡 작업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90-00년대 느낌이 있으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발라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타이틀 곡 '비가 내리는 날에는'은 과거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에서 선보였던 고음과 유사한 하이라이트 부분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정규 5집을 내놓기 전까지 성대를 다쳐 고생했던 윤하가 이를 다시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 곡을 받았을 때 상당히 당황스럽더라고요. 가이드를 듣고 가녹음으로 연습하는데 당황했어요. '이렇게 두면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체력 단련을 많이 했어요. 먹는 것도 대충 먹지 않았고요."

 

가수 윤하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하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는 보컬리스트로서 단련 과정을 거쳤다며 이를 운동선수에 비유했다. 

"지난 앨범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승리해야했다면 이번 앨범 과정은 운동선수랑 비슷했어요. 예전엔 쉽게 올라가던 고음이 올라가긴 하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아주 어렵진 않지만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했죠. 노래는 근육, 숨쉬는 것, 먹는 것과 관련이 있어요. 운동선수가 코치가 있듯이 저도 보컬 코치를 만나서 상담을 나눴고 그러면서 갈고 닦았죠."

각기 다른 프로듀서들과 작곡가들이 만나 완성된 앨범인 만큼 윤하는 이번 앨범 작업을 "어떤 큰 줄기가 정해진 상태로 했다"고 전했다. 

윤하는 첫 번째 트랙 '사계(四季)'를 만든 송양하, 김재현, 브랜뉴직(Brand Newjiq)과 초면이었지만 작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서로 의견을 내며 조율했다. 4번 트랙 '어려운 일'을 만든 로하이(Lohi)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곡을 완성했다.

윤하는 "지난 앨범에는 잔가지를 정리하면서 정했다면 이번엔 전제를 두고 이런 앨범을 만들 건데 디테일을 도와달라고 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노래를 모두 수집한 뒤에는 다른 곡들의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자작곡 '레이니 나이트'(Rainy Night)를 마지막 트랙에 실었다.

"지난 앨범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앨범 작업이 진행됐어요. 과거 프로듀싱할 때는 모든 프로듀서를 찾아가고 다 붙어있고 인쇄소까지 찾아갔다면 이번에는 운동선수처럼 일찍 일어나서 노래연습하고 밥을 잘 먹으면서 악기를 갈고 닦듯이 했죠. 일정 부분은 편하면서도 어찌 보면 사회인으로서 좀 부적절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이건 좀 다른 카테고리라고 느꼈죠. 전반적으론 제작진을 믿고 제가 많은 것들을 내려놨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게 가장 저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요."

 

가수 윤하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하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번 앨범은 전초전, 겨울 앨범부터 콘서트까지 '열일 행보' 예약 중

"곡을 수집했는데 마치 레퍼런스를 알려드린 것처럼 계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미니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어울리는 앨범을 구상 중이에요. 이번 여름 앨범이 어쿠스틱 위주였다면 밴드 사운드로 디스토션이 들어간 겨울 음악을 만들 겁니다."

윤하는 새 앨범을 발매한 자리에서 차기작을 언급했다. 긴 공백기를 두고 컴백하는 모습에 아쉬워했던 팬들이라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할 일이다. 윤하에 따르면 다음 앨범에 수록될 곡도 벌써 두 곡이나 손에 꼽아놨다. 그는 "이번 작과 다음 작품을 이어주는 테마는 계절이다. 날씨에 빗대어서 일상 생활의 굴곡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자신의 명품 보컬만 얹은 이번 앨범과 달리 겨울 맞춤형 미니 앨범에서는 밴드 사운드를 추구할 예정이다. 또한 차기작에선 "다른 가수들과 협업도 진행돨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이날 윤하는 현재 가요계의 경향을 어쿠스틱 사운드, 케이팝 댄스음악, 트렌디한 트랩 비트 위주의 힙합의 세 가지로 분류하면서 그 자리에 밴드사운드가 없다는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는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이유도, 아직 이 자리에 밴드 사운드가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에서 밴드 사운드를 시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난 록키드였다. 그래서 밴드 사운드를 들려드리려는 갈증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컬에만 집중한 이번 앨범을 통해 윤하는 소극장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이번 공연 '윤하(潤夏): 빛나는 여름'는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진행되는 윤하의 세 번째 소극장 콘서트로, 팬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노래하고 싶은 윤하의 바람이 담겼다.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소극장 콘서트에 대해 윤하는 "저뿐 아니라 밴드 일원 모두가 긴장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번 콘서트는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앨범 자체가 보컬리스트 윤하를 강조한 만큼 기타, 피아노, 보컬로만 진행되죠. 정말 간단한 이펙터만 놓고 공연할 겁니다. 저도 부담이 되고 연주자들도 부담을 갖고 있어요. 그런 만큼 이번 공연은 많은 시간 호흡하고 극처럼 잘 짜여야 할 거 같네요. 이번 공연은 다른 소극장 공연보다 말이 별로 없어요. 음악으로 짜인 공연입니다."

특유의 음색만으로도 명품이란 수식어를 얻었던 가수 윤하다. 그는 목소리에만 집중한 이번 앨범을 통해 "'이게 윤하지'란 반응을 듣고 싶다"며 "예전에 제가 활동했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다. 저와의 추억이 아니더라도 그때 들렸던 음악을 비슷하게 들으면 많은 분들에게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재밌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프로듀서 윤하의 모습은 언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한 사람이니까 약간 분리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분리해서 생각해야겠더라고요. 가수 윤하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길게 해왔고 그 시간들을 저와 팬들이 함께 쌓아온 시간들입니다. 창작자로서 지내온 기간이 짧으니까 당연히 이쪽에 더 무게를 두려고 했어요. 브랜딩을 따로 하고 싶었죠. 창작자 윤하가 가수 윤하를 프로듀싱하기엔 조금 시간이 걸릴 거 같네요. 그래서 연마 중입니다."

[취재후기] 30대가 된 윤하는 여유로워졌다. 과거 천재성에 집착하며 스트레스받았던 것과 달리 새로운 매니저를 챙기고, 가족들과 여행을 꿈꾸며 취미도 만들었다. 이날 윤하는 "취미를 갖는 게 하찮은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양초 공예와 꽃꽂이를 한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좋더라"고 말했다.

팬들을 향한 마음도 더욱 커져있었다. 윤하는 팬들에게 "이번 앨범은 뭔가 제2의 전성기의 느낌이 온다"며 "부디 같이 이번 전성기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오랜 기간 우여곡절이 많은 가수인데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팬들을 향한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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