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7 16:55 (화)
윤덕여 감독 씁쓸한 퇴장, 박수받아 마땅한 여자축구 대부
상태바
윤덕여 감독 씁쓸한 퇴장, 박수받아 마땅한 여자축구 대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7.03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윤덕여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사임했다.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과 2회 연속 본선 출전 등 업적을 남긴 그지만 이번 프랑스 여자월드컵 부진 뒤 퇴장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윤덕여 감독은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대표팀 단장인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게 6월 말 계약 종료 이후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일 “감독선임 소위원회를 열어 윤 감독의 사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등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윤 감독은 은퇴 이후 K리그(프로축구)와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12년 12월부터 한국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다.

▲ 윤덕여 감독이 6년 5개월 간 지휘했던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에서 물러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13년 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 노르웨이전을 시작으로 A매치 100경기 동안 48승 14무 38패를 남겼다.

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여자축구 대표팀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다. 아시아 강호들 틈에서도 인상적인 축구를 선보이며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지소연(첼시), 조소현(웨스트햄), 이민아(고베 아이낙) 등이 이끄는 현 세대 대표팀은 ‘황금세대’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9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3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2015 캐나다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첫 16강 진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거둔 성과도 특출나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연속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는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 한국 여자축구의 피파랭킹은 14위다. 윤덕여 감독의 지휘 아래 역대 최고 순위까지 점프했다.

▲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회 연속 16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프랑스 월드컵에서 2회 연속 16강 진출에 도전했지만 조별리그에서 모두 패하며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윤 감독은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윤 감독은 협회를 통해 “여자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여자축구 수장으로서 지난 6년 5개월, 멋진 축구를 보여드리고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저 스스로 또 팬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느끼고 있다”며 “이제 감독직을 내려놓고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여자축구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여자축구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는 감사와 당부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물론 윤덕여 감독은 황금세대 구축 이면에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A매치 횟수는 제한적이고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선수들 대부분 실업축구 WK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그마저도 2010년대 들어 2개 팀이 해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이다. 등록된 선수는 1500여명, 피파랭킹 12위 노르웨이(약 10만 명)와 비교하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 윤덕여 감독과 함께 여자축구가 한 단계 도약했다. 이제는 뒷걸음질이 아닌 점진적인 향상이 필요한 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나 본선에서 만난 상대들보다 열악한 인프라 속에도 불구하고 여자축구를 한 차원 도약시켰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여자축구는 이제 새로운 전기에 맞닥뜨렸다. 언제까지 ‘헝그리정신’으로 기적을 기약할 수는 없는 노릇. 윤 감독과 함께 ‘점프’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여자축구의 약진을 ‘깜짝’ 돌풍이 아닌 꾸준함으로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저변을 확대해야 할 때다. 

협회는 조만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감독선임 소위원회를 열어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시작한다. 남자축구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때처럼 후보군이 정해지면 김판곤 위원장이 직접 면담을 진행한 뒤 소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여자축구는 최근 신세계 기업으로부터 2024년까지 5년 간 100여억 원의 후원을 약속받았다. 올해 하반기 국내 A매치도 추진 중인데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포스트 윤덕여 시대에서 여자축구가 진일보하기 위해 힘찬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