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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드라마와 10시 예능, 지상파 편성 전쟁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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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드라마와 10시 예능, 지상파 편성 전쟁의 이면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9.07.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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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9시 편성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시간대는 크게 의미가 없는 거 같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TV가 아니라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도 시청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정해인)

지난 5월 20일 MBC 드라마 '봄밤' 제작발표회 당시 주연 배우 정해인은 이렇게 말했다. '봄밤'은 MBC에서 처음으로 평일 오후 9시 편성을 확정했던 드라마다. 부담을 안고 방영됐지만 극 중반을 지난 현재 이들의 전략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경쟁작이면서도 1시간 뒤에 자리한 KBS 2TV '단, 하나의 사랑'이 7.3%(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 24회에서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봄밤’은 최초 방영 당시 3.9%라는 다소 낮은 수치로 시작해 지난달 27일 방영된 24회에서는 8.0%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익숙지 않은 시청 패턴에서 벗어난 시청자들이 한 달이 넘는 적응 기간을 거쳐 해당 시간대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MBC가 가시화한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의 편성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각 채널은 어떤 변화로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을까.

 

JTBC 금토 드라마 'SKY캐슬' [사진 = JTBC 제공]
JTBC 금토 드라마 'SKY캐슬' [사진 = JTBC 제공]

 

◆ JTBC가 이끄는 종편채널, CJ ENM 채널의 드라마 편성은

지상파 채널은 올 봄이 돼서야 편성 전략을 바꿨지만, 종편 채널과 케이블 채널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다른 편성으로 드라마 팬들을 공략해 왔다.

좋은 편성 전략과 인상적인 작품이 만나면 엄청난 결과가 나타난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대표적인 채널은 바로 JTBC다. 지난 2월 종영한 'SKY 캐슬'은 역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이 드라마는 지상파가 토일 주말극을 고집하는 사이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11시라는 시간대를 선택했고, 최고 시청률 23.8%라는 기록을 세웠다.

앞서 비지상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또한 금토극이었다. CJ ENM의 tvN 채널에서 지난 2016년 12월 2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방영된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는 최고 시청률 18.7%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물론 지상파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지상파 세 채널 중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SBS는 'SKY 캐슬' 종영 이후인 지난 2월부터 금토극을 선보였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첫 날 11.5%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해 종영을 8회 앞둔 현재 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해당 시간대 편성 전략은 매력적인 드라마와 만날 경우 무척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2월 15일 방영을 시작한 SBS의 첫 금토극 '열혈사제'는 두 자릿수 초반이라는 시청률로 시작해 한때 한 자릿수까지 시청률이 하락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듯싶었다. 하지만 최종회에서는 22.0%로 최고 시청률이라는 인상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며 해피 엔딩을 맞았다. '열혈사제'의 성공은 SBS가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금토 드라마를 편성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평일 오후 9시에 편성된 MBC 드라마 ‘봄밤’의 정해인(왼쪽) 한지민 [사진=스포츠Q(큐) DB]
평일 오후 9시에 편성된 MBC 드라마 ‘봄밤’의 정해인(왼쪽) 한지민 [사진=스포츠Q(큐) DB]

 

◆ MBC 9시 드라마-SBS 10시 예능, 일단 성공적이지만 향후 전망은?

SBS가 지난 2월부터 주말극에서 변화를 줬다면 MBC는 지난 5월부터 평일 시간대를 바꾸며 차별화를 꾀했다.

MBC의 달라진 편성 전략은 신규 드라마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도 오후 8시 55분에 자리를 잡고 전파를 내보냈다. '봄밤'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결과는 '봄밤'과 판박이다. 

첫 날 방송된 1, 2화 시청률이 각각 3.7%와 5.7%를 기록했지만 지난 2일 방송된 19, 20화에서는 각각 6.1%, 8.6%로 시청률이 껑충 뛰었다. 

반면 KBS는 기존 시청자 층도 지키지 못한 모양새다. 10시 드라마 편성을 고수한 KBS 2TV '퍼퓸'의 경우 첫 방영인 1, 2화에서 각각 5.0%, 6.4%로 앞서나갔지만 지난 2일 방송분에서는 19화 4.4%, 20화 5.2%로 하락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의 1시간 앞선 편성 전략은 교양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5월 22일부터 10시에 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시청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편성 전략에 따라 '스트레이트',  '실화탐사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등이 모두 시간대를 10시로 변경했다.

KBS와 MBC가 드라마 편성 시간대를 바꾸며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SBS는 해당 시간대에 드라마 대신 예능 편성이라는 카드를 앞세워 허를 찔렀다. 

SBS 편성국 관계자는 이번 전략에 대해 "다양한 시청권 확보 차원에서 획기적인 편성을 결정했다. 보다 양질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계획"이라며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반영한 결과다"고 전했다.

'월화예능' 시대를 선언한 SBS는 ‘올 여름 한시적’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시청률이 확보된다면 해당 전략이 계속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실제 지난 2일 방송에서도 10시에 편성된 '불타는 청춘' 1부의 경우 4.4%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방영된 2부의 경우에는 6.1%로 기존 시청률 수준으로 상승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맛봤다.

지상파에서 종편 및 케이블 채널의 편성 전쟁에 대해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편성PD 출신의 관계자 A 씨는 "지상파의 드라마 시청률 하락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근래에는 누구나 느낄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하락해왔다"면서 "과거에는 대중의 시청 패턴이 고착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실력 편성(power programming, 동 시간대에 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전략) 전략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대응 편성(counter programming, 경쟁사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전략)이나 엇물리기 편성(cross programming, 경쟁사 프로그램보다 앞서 편성하거나 걸쳐 편성하는 것)으로 달라지고 있다. 아무래도 편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광고시장이다. 플랫폼 다변화로 기존의 시청 형태는 깨진지 오래다. 향후 경쟁자는 TV 내 다른 채널이 아니라 OTT로 대표되는 다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CJ ENM으로 대표되는 케이블 채널들의 편성 전략은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드라마 편성 시간대 변화로 전통의 강자인 지상파 채널들이 빼앗긴 시장 지분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 강자들이 더욱 힘을 키워 나갈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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