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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광고 '탁 치니 억하고' 파장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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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광고 '탁 치니 억하고' 파장 일파만파
  • 석경민 기자
  • 승인 2019.07.04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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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석경민 기자] “학생이 겁에 잔뜩 질려가지고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답니다.”

2017년 12월 개봉된 영화 ‘1987’에서 나온 장면이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재학 중이던 박종철 당시 학생이 치안본부(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폭행으로 사망한 과정을 박 처장 역의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촉발제가 된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가 끄집어냈다. 여름용 양말을 홍보하면서 “책상을 탁 쳤더니 억 하고 말라서”란 문구를 쓴 것. 누리꾼들은 격노했다.

 

▲ 누리꾼의 분노를 부른 무신사의 광고 문구. [사진=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처]

 

경찰이 고(故) 박종철 열사를 고문해 숨지게 한 치사사건을 축소·조작하려 했던 이 과정이 고작 1만원 안팎의 양말 판매촉진에 희화화되다니. 팔로어 21만7000명을 보유한 인기 쇼핑몰의 역사의식이 이 정도라는데 실망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무신사 인스타그램엔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탁 치니 억 하고’를 광고 카피에 쓰나”, “저 말의 의미를 몰랐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무신사 믿고 거른다. 불매하자”, “한두 사람 거친 게 아닐 텐데 얼마나 무식하면 저런 걸 못 거르나”, “수많은 광고 문구 중에 왜 하필이면 이 문구여야 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 수많은 비난 댓글이 달렸다.

무신사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홍보용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불쾌감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해당 사건이 가지는 엄중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사건의 피해자분들과 이번 일로 불쾌감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단순 사과에 그치지 않겠다.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담당자와 편집 책임자, 무신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 교육을 실시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콘텐츠 기획, 제작부터 발행 전체 과정에서 별도의 콘텐츠 검수 단계와 담당자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 무신사의 공식 사과문. [사진=무신사 인스타그램 캡처]

 

무신사는 또한 “관련 사안에 대해 어떠한 의도도 없었던 점을 간곡히 말씀 드린다”며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소정의 후원금을 전달하여 조금이나마 저희의 잘못을 사죄하는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신사는 2001년 한 대학생이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에 스트리트 패션 정보를 게재하며 입소문을 탔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 콘셉트였다. ‘패션 피플’이 소통하는 장으로 알려지면서 2009년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고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매출액 1081억 원, 영업이익 269억 원을 기록했다. 누적 회원수는 470만 명, 입점 브랜드가 3500개인 대형 패션 쇼핑몰이다.

탄탄대로를 걸어오며 영향력을 키웠던 무신사는 그러나 대형 참사를 저지르면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엄정한 역사적 무게를 느끼지 못했으면 한국에서 마케팅이나 기업을 운영할 기본이 안 된 것”이라는 한 팔로어의 일갈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무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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