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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블의 신데렐라' 수현의 할리우드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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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블의 신데렐라' 수현의 할리우드 입성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29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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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적 인상? 한국 '사극' 꼭 하고 싶어"

[300자 Tip!]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어벤져스' 속편에 아시아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전세계 팬의 관심은 쏟아졌다. '마블의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배우 수현(김수현, 클라우디아 킴·30)이다.

한국에서의 성공 후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수현은 국내 인지도를 쌓기 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으로 일약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경우다. 그래서 스스로도 "'한국에서 먼저 잘 해야지, 생각했는데 첫 영화로 할리우드 진출을 하게 된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177cm의 큰 키와 커다란 눈망울은 서구적 미인의 느낌을 주지만, 스스로는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사극을 꼭 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어벤져스2'는 23일 국내 개봉했다. 수현이 맡은 '닥터 헬렌 조' 역은 뛰어난 유전공학자로 새로운 영웅 '비전'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 살 때부터 6년간 미국에서 살았던 덕분에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한국어 대사로는 짤막히 애드리브를 넣기도 했다.

◆ "마블의 신데렐라" 표현 재밌어, 조스 웨던 감독의 열렬한 팬

수현은 '어벤져스2'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러너 등 톱스타들과 연기한다. 직접적인 장면은 없으나, 영화에는 토르와의 로맨스가 예고되기도 한다.

- '마블의 신데렐라'라고 불린다. 

▲ 재밌는 표현이다. 마블 영화를 했다는 것에 외국 동료들도 신기하게 봐 주더라. 내 개인의 과거 이력을 떠나서 그 자체로 '신데렐라'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예전부터 조스 웨던 감독님의 굉장한 팬이었다. 영화 '뱀파이어 해결사'를 정말 좋아해서 대본을 뽑아서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특별히 이 감독님과 작품을 하게 된 것이 신기한 인연이고, 행운이다.

 

- 할리우드 감독의 디렉션은 국내와의 차이가 있었나.

▲ 부담을 안 주는 것 같다.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게끔 여유를 많이 주셨다. 제 생각을 먼저 물어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줬다. 다른 배우들의 경우에도 본인의 성격대로 애드리브도 많이 허용하고 반영됐다. 감독님 성격이 '울트론' 같아서, 배우들에게 지시를 하기보다는 울트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CG가 많다보니 상대의 리액션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촬영했을 텐데.

▲ CG 작업을 위한 장치들을 붙인 옷을 입고 촬영했다. 상대에게 밀려 눈 뒤집어지는 연기를 혼자 하는데 참 민망했다.(웃음) 그린 스크린에서 테니스 공을 보면서 한 장면도 있었고.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는 굉장히 닮은 사람이 있어서 그 분이 대화, 시선을 잡아주면서 작업했다. 정말 닮아서 싱크로율이 90% 정도 된다. 그 분은 직업 자체가 '더블'이었다.

- '어벤져스' 중 가장 좋았던 영웅 캐릭터는.

▲ 캐릭터로 따지면 아이언맨이 가장 좋긴 했다. 나 역시 '아이언맨1'을 봤을 때 열광했었다. 자신이 아이언맨이라고 고백하면서 끝나는데 황당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저런게 수퍼히어로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고. 인간적으로도 겸손하고 인간미 넘치는 멋진 배우다.

 

- 마블 팬덤은 전세계적으로 크다. 당신이 맡은 닥터 조는 그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 기대가 많았던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캐스팅 이후 추측하는 글이 SNS에 많이 올라왔다. 더 많은 여성 캐릭터에 대해 많이 원하고 있고, 환영하는 분위기로 느껴졌다. 그리고 디테일한 관심들에 마블 팬은 디테일한 면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 인스타그램 등으로 팬들과 소통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특히 다른 아시아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 LA 프리미어 시사회를 갔는데, 소수인종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온다는 자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용기가 부여된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 한국 팬 환영에 "국가대표 귀국한 느낌", 부담 극복법은 "틀 안에 살지 않기"

- 한국에서는 비교적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외국에선 연이어 캐스팅됐다.(수현은 영화 '이퀄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2'에 출연한다) 한국 시장보다도 할리우드에 본인이 더 맞는 것 같나?

▲ 내가 그렇게 거만하지는 않다.(웃음) 당연히 마블의 인기와 대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를 했기 때문에 관심이 많이 온 건 있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경험한 거고 감사하게도 할리우드에 갈 수 있는 문이 열린 정도의 개념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이 잘 갖춰있었지만, 그렇다고 한국 촬영 현장이 열악하고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인기와, 그로 인한 여유가 있었던 마블이었기에 그에 따른 차이는 좀 있었던 것 같다. 대스타들을 많이 이끌어온 경험 덕에 배우들에 대한 대우가 굉장히 좋다. 보조출연자들에게도 트레일러가 따로 있었고 해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호텔 위치, 용돈 등에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 향수병 같은 건 없었나.

▲ '마르코 폴로'를 할 때는 좀 힘들었다. '어벤져스'는 미래 도시 설정이라 스튜디오에서 찍었는데, '마르코 폴로'의 경우 흙에서 뒹굴고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의상도 무겁고 체력적 한계도 있다보니 집에 좀 가고 싶기도 했다.

-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많은 이유는 뭘까.

▲ 음, 일단 러브콜이 많은지는 모르겠다.(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운좋게 비슷한 시기에 오디션을 하게 됐고, '어벤져스'만 하고 '마르코 폴로'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의논을 잘 해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었다. 두 작품을 하기 때문에 확실히 득을 보는 게 있다. '마르코폴로'가 한국 진출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마블에서 여성캐릭터 비중은 굉장히 적은데, 관객들을 보니 수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 처음 영화를 봤을 땐 도망가고 싶은 느낌이었다.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은 내 눈에 익숙한데,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떨까, 생각에 단점도 보이고 더 잘하자는 욕심도 들었다. 그런데 미국 프리미어에서 보니 관객들이 리액션도 굉장히 크고 영화를 즐길 줄 알더라. 캐릭터 등장마다 다들 박수치며 환호하고. 덕분에 나 또한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한국 분들은 한껏 서포트해주는 느낌이 든다. 분량을 떠나서 '우리 중 하나'라는 느낌으로 해 주시는 것 같다. 그간 보안 문제가 있다보니 1년간 간단한 캐스팅 소감마저도 말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도 많이 궁금해했는데 가족들에게도 말을 아꼈다. 보안 문제도 있지만 나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하니까 그랬던 것도 있다.

 

- 배우들과 한 내한 행사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도, 그간 말하지 못했던 것을 터뜨린다는 의미에서 나왔던 거였을까.

▲ 한국이 '집'이니까. '그래, 집에 왔어',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운동선수들이 귀국했을 때 이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분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대와 응원을 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컸을 것 같다.

▲ 지난해, 그리고 순간순간 부담감은 있었다. 출연 배우로서 성적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때로는 인터넷 댓글을 봤을 때, 나는 언론에 굉장히 모습을 많이 비추려고 하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 영화를 이용해 관심을 사려는 것처럼 비춰질 때 슬프긴 했다.

-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었다면.

▲ 내 마음을 지키는 것? 어떤 직업을 가졌든 간에, 유명세나 돈에 마음을 두면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잃으면 남는 게 없다.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어떤 분이 "사람들의 틀에 살지 않으면 그걸로 인해 죽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많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길게 보자고 생각했다.

 

- 앞으로 촬영에 들어가는 '마르코폴로2'에서는 몽골인을 맡지 않나.

▲ 옷이나 머리모양을 정말 좋아한다. 너무 꽉 당겨묶는 감이 있지만.(웃음) '마르코폴로2'에서는 말도 타고, 활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그간 사극을 정말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제발 사극 오디션 보게 해주세요' 했었는데 키가 커서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한복을 입은 채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복을 정말 좋아하고, 아빠가 사학과를 나오셔서 가족들도 사극에 관심이 크다. 나 스스로는 한국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은 내가 미국에서 실제 살았던 것보다 더 오래 생활한 걸로 생각하는 등 모습이 있었다.

- '마블의 신데렐라'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앞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 지금은 '어벤져스 수현 킴'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웃음) 클라우디아 어벤져스 킴이라고 바꾸는 게 어떠냐고 하시는데, 앞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이 얘기는 계속 하게 되지 않을까. 이 표현 역시 좋지만 나중엔 수현이란 이름만으로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취재후기] 시원시원한 인상만큼이나 망설임 없이 나오는 대답. 판에 박힌 대답이 아니면서도, 머릿속에서 정리돼 나오는 대답들이 사려깊고 정제됐다. 일약 스타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서른,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쌓아온 내공이 있다.

수현은 '마르코 폴로2' 촬영을 위해 일주일 내 유럽으로 떠날 예정이다. 유럽 2~3개국에서 촬영한다. 닥터 조의 옷을 벗어던지고, 활동적인 아시아 여성으로 분하는 그에 대한 기대가 벌써 차올랐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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