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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근황] '은퇴' 임창용, '선글라스 산타'로 돌아온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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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근황] '은퇴' 임창용, '선글라스 산타'로 돌아온 사연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7.06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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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될 수 있으면 다 나눠주려고 합니다.”

5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둔 3루측 SK 와이번스 라커룸 앞. 때 아닌 선글라스 파티(?)가 열렸다.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쇼핑을 하기에 바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임창용(43)의 뜻밖의 선물이었다.

KIA 타이거즈와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를 하며 은퇴를 선언한 임창용은 사업가로 변해 있었다. 그와는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선글라스 사업에 뛰어 들었다는 게 놀라웠다.

 

▲ 사업가로 변신한 임창용이 5일 잠실구장을 찾아 후배들에게 협찬으로 선글라스를 제공했다.

 

야구 용품업체 혹은 지도자, 에이전트 등이라면 고개가 끄덕여 질 만했지만 선글라스 사업을 한다는 건 의외였다. 많은 야구 선수들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고는 하지만 그와 큰 접점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햇빛이나 눈부신 조명 등에 맞서 높이 뜬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야수들과 달리 투구 외 수비 역할은 잘 주어지지 않는 투수 타자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이물질을 신체에 착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도 이물질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임창용은 “선수들의 눈도 보호하고 보다 도움이 될 만한 선글라스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마음이 맞는 야구 후배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고 디자이너 등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 브랜드를 론칭했다.

SK 선수들은 제각각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갔다. 모두 협찬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협찬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디지털 카메라로 선수들이 제품을 들고 있는 걸 몇 장 찍는 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임창용은 “될 수 있으면 10개 구단 전 선수들에게 다 제공하려고 한다”고 밝히며 “선수들이 착용하면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 후배들에게 협찬으로 제공한 제품들 중 일부.

 

현역 시절 돈보다는 과감한 도전으로 박수를 받았던 임창용이다. 국내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임창용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긴 재활을 거치고선 과감히 일본프로야구(NPB)에 도전해 성공신화를 썼고 돌연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기는 ‘무한도전’으로 야구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2014년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해 구원왕에 올랐고 한일통산 35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말 해외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72경기 중징계를 받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KIA로 복귀해 연봉 3억 원을 사죄의 뜻으로 전액 기부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은퇴 전까지도 보여줬다.

이제 새로운 인생에 나선 임창용을 스승, 선배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틀 전 잠실구장을 찾았던 임창용은 류중일 LG 감독에게도 선글라스 선물을 건넸는데, 류 감독은 “선물은 언제 받아도 기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광주출신 선배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도 임창용에게 “안 팔려도 좋으니 쪽 팔리게만 하지 말라고 했다”며 웃음을 지은 뒤 “잘 안되면 내가 재고 다 사야 된다”고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기도 했다.

임창용은 자신의 새로운 길에 대한 언론 노출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내 “잘 부탁드린다”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사업가의 길. 아쉽게 마운드와 작별한 그이기에 새로운 도전에선 맘껏 웃을 수 있기를 팬들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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