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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치 경남 이적, 강원FC '병수볼'은 이제부터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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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치 경남 이적, 강원FC '병수볼'은 이제부터가 진짜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7.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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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 시즌 K리그1(프로축구 1부) 득점 2위(24골) 우로스 제리치(27)가 강원FC를 떠나 경남FC로 이적했다. 많은 이들은 제리치가 전북 현대로 갈 것이라 점쳤으나 강원보다 순위가 낮고, 전북보다 개인 협상 조건이 좋지 않았던 경남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제리치가 이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10일 스포츠조선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경남FC는 미드필더 이영재에 현금 5억 원을 얹는 형식으로 강원에서 제리치를 영입하는데 합의했다.

강원은 최근 리그에서 6경기 무패(3승 3무)를 달리며 9승 4무 7패(승점 31)의 호성적으로 K리그1 4위에 올라 있다. 제리치 이적에 상승세가 꺾이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도 따르지만 김병수 감독의 축구는 제리치 없이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걸 9일 상주 상무와 맞대결서 여실히 보여줬다.

▲ 강원FC는 전반기 막판 상승세를 탔고 최근 6경기 무패를 달리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가시권에 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최근 골키퍼와 센터백부터 시작하는 빌드업 축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상대 페널티박스에 이르기까지 측면과 중앙 다시 측면을 거치는 짧은 패스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힘과 높이 그리고 결정력을 갖춘 제리치지만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넓은 활동범위를 요구하는 김병수 감독의 축구 콘셉트와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따른다. 올 시즌 도합 14경기에 나섰지만 4골에 그치며 지난 시즌과 같은 골 폭풍을 몰아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전북에서 9골 3도움을 올린 득점 선두 김신욱이 중국 슈퍼리그(CSL) 상하이 선화로 떠나면서 이적시장에 거센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북이 김신욱의 대체자로 제리치를 원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실제로 협상도 진행됐다.

다만 전북과 강원 두 구단 사이 의견차가 존재했다. 강원은 제리치의 몸값으로 10억 원 혹은 그에 버금가는 '선수+현금' 딜을 원했다. 강원은 전북의 왼쪽 풀백 이주용에 현금을 얹은 거래를 제안했지만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이주용을 내놓길 원치 않았다.

제리치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전북만이 아니었다. 경남은 겨울 이적시장 때부터 제리치를 품에 안길 원했고, 전북과 강원의 대화가 난항에 빠지자 이를 파고 들었다.

▲ 지난 시즌 득점 2위 제리치(오른쪽)는 강원을 떠나 경남FC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남은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했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선수단 부상 이탈로 리그에서도 10위(승점 14)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가장 다른 점은 확실한 공격수의 부재다.

K리그2와 K리그1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를 모두 거머쥐었던 말컹은 지난 시즌 26골로 득점왕에 올랐었다. 허베이 화샤 싱푸로 적을 옮긴 말컹과 유사한 스타일의 제리치를 통해 전력을 회복하고 경남의 축구 색깔을 되찾겠다는 심산이다.

최근 제리치 이적설이 돌자 김병수 감독은 9일 상주전에서 조재완-정조국-김지현으로 구성된 스리톱을 들고 나왔다. 센터백 발렌티노스까지 선발에서 제외하며 베스트일레븐 전원을 국내파로 구성했다. 결과는 대성공. 짜임새 있는 축구로 6위(승점 25)에 올라 선전하고 있는 상주를 4-0으로 완파했다.

조재완은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5-4 대역전극을 이끌고 17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정조국은 포항전과 인천 유나이티드 2연전에서 연속 역전 결승골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고, 조재완과 함께 6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까지 올랐다. 김지현 역시 FC서울 방문경기에서 멀티골로 2-2 무승부를 견인, 19라운드 MVP로 꼽혔다.

김병수 감독은 지난 6일 서울전을 앞두고 “긴 호흡으로 우리의 스타일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며 “상위스플릿 진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점이 많은 것에 대해서도 “이기면 골득실은 어찌됐든 플러스(+)가 되는 것”이라며 “나쁠 것까진 없다”는 말로 공격 축구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매력적인 축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적장 최용수 서울 감독 역시 “지도자가 구단이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지켜나가기가 어렵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텐데 귀감이 된다”며 김병수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과 강원은 2골씩 주고받으며 수준 높은 플레이로 관중을 매료시켰고, 경기를 마친 뒤 정조국도 “플레이하는 선수도 그렇고, 재밌는 축구를 많은 분들께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며 최근 강원의 철학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상주전에선 김지현, 정조국, 조재완이 차례로 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김병수 감독은 제리치의 공백에 대비하려는 듯 후반 교체 카드를 김현욱, 강지훈, 박창준 등 전원 국내 선수들로 구성했고, 이현식의 쐐기골까지 더해져 6경기 무패가 완성됐다.

K리그 팬들은 김병수 감독의 이름을 따 강원의 축구를 ‘병수볼’이라 부르며 "매력적"이라며 칭찬하고 있다. 그 상승세 중심에는 토종 자원들이 있고, 제리치를 과감히 내보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제리치 대신 강원 유니폼을 입게 될 이영재는 이재권의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알짜배기 영입으로 평가받는다.

제리치는 경남으로 떠나지만 ‘병수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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